“맹”, “맹”, “맹”, “맹”

마당 연못에 비가 내리자 맹꽁이가 아주 시끄럽게 울어댔다. 분명 작년엔 한 마리였는데, 올해에는 두세 마리는 되어 보였다. 그들이 내는 소리는 낮고 크게 울려 퍼져나갔다. 결국 2층에 살고 있는 아저씨가 마당으로 내려와 맹꽁이와 신경전을 벌였다.
 

마당 연못에 비가 내리자 맹꽁이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마당 연못에 비가 내리자 맹꽁이가 시끄럽게 울어댔다.

 

밤에는 잠 좀 자자고 조용히 해달라고 윽박질렀다. 그런다고 말을 들을 맹꽁이가 아니었다. 아저씨가 떠나가자 다시 소리를 모았다. “맹~ 나 여기 있어요”, “맹~ 씩씩하고 건강한 맹꽁이군 이랍니다”, “맹~ 그러니 어서 나에게로 와주오, 맹꽁이양” 짝을 찾기 위한 우렁찬 구애의 울음소리는 밤새도록 계속됐다.

맹꽁이는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이다. 양서류는 온도에 아주 민감해서 종류별로 자신에게 맞는 온도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이 있다. 산개구리들이 가장 부지런해서 이삼월 겨울잠에서 깨어나 차가운 계곡물이나 둠벙, 웅덩이 등에 알을 낳는다. 물이 워낙 차갑다보니 알에서 올챙이로 변하는 데도 한 달

가까이 걸린다. 그러니 개구리가 깨어난다고 하는 경칩은 바로 산개구리의 이야기이다. 오월 모내기를 끝낸 후 논에 물이 찰방찰방해지면 참개구리와 청개구리들이 울기 시작한다. 하도 숫자가 많아서인지 여름 내내 우는 것 같다.

6월 비가 좀 내리고 웅덩이나 논에 물이 고이면 맹꽁이가 울기 시작한다. 길지도 않다. 딱 2주 정도 아주 시끄럽게 울어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맹꽁이들은 자취를 감춰버린다. 야행성이고 땅속에 들어가 숨다보니 평소 맹꽁이를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로지 장마철 짝짓기 철에 웅장한 소리로 존재감을 드러낼 뿐이다.
 

맹꽁이 알
맹꽁이 알

 

그러면서 웅덩이나 논에 맹꽁이 알이 생기는데, 알이다 싶으면 바로 다음날 올챙이로 변해있다. 날이 덥다보니 물도 따뜻해 알에서 올챙이로 변하는데 하루면 된다. 산개구리에 비해 아주 빠른 성장이다.

개구리와 맹꽁이는 모두 수컷만 울음소리를 내는데 짝짓기 철에 암컷을 부르기 위한 수컷들의 뽐내기 경연대회와 같다. 크고 우렁찬 목소리를 내야만 암컷이 매력을 느끼고 찾아올 수 있을 테니. 종류별로 울음주머니가 달라 소리도 다르다.

산개구리들은 새소리 비슷하게 “호로로로로” 소리를 내고, 참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볼 양쪽에 있어 한쪽씩 소리를 내 “개굴 개굴” 처럼 들린다. 청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턱밑에 하나라서 “딱 딱 딱” 소리를 낸다. 맹꽁이도 울음주머니가 하나라 “맹 맹 맹” 소리를 낸다. 다른 맹꽁이가 같이 울기 때문에 소리의 차이로 맹 꽁 맹 꽁 겹쳐 들리는 것이다.

예전 살던 집 옆에 묵 논이 있어 맹꽁이들이 집단 서식했던 적이 있었다. 여름이 오면 같이 찾아오는 맹꽁이 덕에 창문을 열어놓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정말 신기했다. 딱 2주만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그 흔적은 올챙이로 남았다.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고 싶어 맹꽁이 알을 통에 담아 키워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올챙이들 중 일부가 다른 형제들을 잡아먹으며 자랐다. 종족을 잡아먹는 녀석들은 머리 부분이 유난히 컸다.
 

한 쌍의 맹꽁이 모습. 맹꽁이는 야행성이다. 
한 쌍의 맹꽁이 모습. 맹꽁이는 야행성이다. 

그렇게 100마리 넘게 있던 올챙이들은 매일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더니 마침내 대여섯 마리만 남았다.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 올챙이들이 어느 날 다리가 나오고 꼬리가 짧아지더니 초록색으로 변하였다. 이런 청개구리였다. 아뿔사! 맹꽁이 올챙이들이 청개구리 올챙이에게 다 잡아먹혀버린 것이다. 불쌍한 맹꽁이들이었다. 사람들이 왜 맹꽁이 맹꽁이 하는지 이해가 됐다.

마당에서 밤마다 우는 맹꽁이들이 신경 쓰였다. 앞집, 옆집 이웃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신경 쓰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렇게 우는 데도 암컷이 찾아오지 않는 수컷맹꽁이들의 신세가 더 신경 쓰였다.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 이주대책을 세웠다. 산 밑 논에 데려다주면 다른 맹꽁이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여겼다.

그날따라 그믐인지 달도 비추지 않는 깜깜한 밤, 마당 연못에서 맹꽁이 두 마리를 잡아 통에 담아 산 밑 논으로 향했다. 논에 넣어주니 낯이 선지 가만히 있다가 이윽고 조금씩 조금씩 움직였다. “꼭 좋은 짝 만나거라!” 덕담도 해주고 돌아서는데, 눈앞에 기막힌 풍경이 펼쳐졌다.

그 계절, 그 시간, 그 장소에 가본 적이 없었던 지라, 우리 동네에 반딧불이가 그리 많이 사는지 몰랐다. 맹꽁이들의 새출발을 축하하는 듯, 우리의 오지랖을 칭찬하는 듯 반딧불이가 여기 저기 반짝이며 날고 있었다. 마치 크리스마스 전구장식마냥, 돌아오며 기분 좋은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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