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향으로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때죽나무 아까시나무 찔레나무-꽃(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첫 주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하루를 꼼짝 말고 기다리라는 통보를 지키느라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둘째 주는 중국 발 황사가 심해 친구들을 만나지 못했다. 셋째 주는 이틀 내내 비가 와서 만나지 못했다. 숲에 대한 그리움과 친구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날씨가 참 좋은 하루였다. 봄이라기엔 너무 더웠다. 햇살 또한 상냥하지 않았다. 발길을 산으로 돌렸다. 따가운 햇살과 더운 날씨가 숲에 들어가는 순간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뭇잎은 싱싱하게 자라 따가운 햇살을 막아주고, 숲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다. 숲 밖과 안 차이가 이렇게까지 크구나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오월의 숲은 참 좋았다. 나뭇잎은 이제 제 크기를 갖추었고, 두꺼워지고 거칠어져 있었다. 숲은 초록색으로 가득하다. 그 속에 아까시나무와 때죽나무, 찔레나무 꽃처럼 향이 짙은 꽃들이 벌과 나비를 유혹했다. 그 뒤로 노린재나무가 아직 초록의 꽃망울을 조심스레 부풀리고 있었다.

졸참나무 밑에는 참나무에 많이 보이는 자벌레 한 마리가 부지런히 몸을 구부렸다 폈다 했다. 한참을 지켜보다 나뭇가지를 주워 나뭇잎 위로 올려주려 하니 세상에 자신의 몸을 건드렸다고 온갖 앙탈을 부렸다. 어르고 달래보고 기다려 보았지만 보통 성깔이 아닌 녀석은 계속 온 몸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래, 알았어. 내가 자리를 비켜 줄게’ 조용히 그 자리를 떴다.

여유 가득한 휴일 오후라 그런지 숲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쁘지 않았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함께 온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한창 싱그럽고 덥지도 않은 기분이 좋아지는 숲길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탄천을 걸을 때와 좀 다른 느낌이었다. 탄천 변처럼 사람들이 많지도 않고, 걸음이 바쁘지도 않았다. 훨씬 여유가 느껴지는 이유는 숲의 청량함과 사람들의 느긋한 걸음걸이 때문일 것이다.

싱그러운 5월 숲

6월의 더위와 모기가 숲에 나타나기 전인 5월 친구들과 숲에서 더 많이 만나고 싶다. 주말에는 꼭 오는 비와 이제 그만이고 싶은 코로나19가 아이들이 자연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막지 않으면 좋겠다.

최근 읽은 짧은 글귀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인간은 기술을 사용하여 자연을 변화시켜 왔다는 점에서 다른 생물과 다르다. 이 점에서 재배한 꽃을 꽂아 놓고 풍요로운 기분을 느끼는 것은 매우 인간다운 행위이다. 다만, 방 안에 화분 몇 개 늘어놓고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된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몇 달 전에 사온 화분으로 많이 행복했던 나로서는 적잖게 심통이 나는 글귀였다. 그래서 숲으로 발길이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5월 숲은 청량하다. 5월이 가기 전에 우울할 때, 슬플 때, 행복할 때,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 그 어느 때 근처 5월 숲을 거닐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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