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가족들의 살림을 관리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정치의 어려움보다 부동산 파동, 교육비 증가, 물가 상승, 카드 문제 등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한해였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유교사회에서 여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는 호주제 폐지 등의 제도 마련과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자리매김하는 여성 장관의 활발한 활동 등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발견할 수 있었던 도약의 한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첫 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다.
10년간 개별적으로 국악지도를 해오면서 쌓은 경험과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인이 아닌 기업차원에서 ‘국내 최초의 국악 방문 교육’이라는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가까운 친구들 중 이렇게 힘든 가운데 누가 국악을 가르치겠냐는 비난 또한 많았지만 국민소득 2만 불을 바라보는 경제, 이에 걸 맞는 우리문화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와 수요가 증가할 것 이라는 확신을 갖고 국악교육의 첫 걸음을 시작한 한해였다.

개인적으로 국악 레슨을 할 때와 비교해 보면 작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하면서 확실히 변화된 내 자신을 보게 된다.

우선 TV 시청 시간대가 변했다. 사업을 하기 전에는 드라마 방영 시간이면 설거지도, 100일도 안된 아이 젖먹이는 일도 뒤로 미룬 채 주인공의 슬픔과 기쁨에 같이 울고 웃느라고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는 뉴스시간의 정치, 경제, 문화 등에 귀가 종긋해졌다. 전혀 관심 없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는 것이다.

특히 입법기관인 국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들이 제출하고 통과하는 법안들이 바로 조그만 우리 회사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사업하면서 알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월말을 걱정하는 사장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아직은 10명 정도의 작은 규모지만 월말 월급날이 점점 다가오면 사실 피가 마른다. 회사는 설립 초기라 수입보다는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월급을 지급하기전과 한 후의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일정도니까. 지옥과 천국을 경험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생각하게 됐다. 1일 계획, 1주 계획, 1달 계획, 1년 계획, 5년 계획, 수입과 지출 계획, 홍보 마케팅 계획, 강사 모집과 교육 계획 등의 전체적인 규모를 보게 됐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시스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게 됐다. 디지털 시대 국악도 인터넷과 결합된 새로운 교육 시스템과 운영이 필요하게 되었고 컴맹에서 시작한 컴퓨터는 이제 국악 쇼핑몰과 사이버교육을 실시할 만큼의 지식과 기술을 가지게 됐다.

앞으로도 짜릿한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직은 초보 병아리 사장이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감사하고 주부가 시작한 국악교육 사업의 사장으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기 위하여 난 이 한해 힘차게 한걸음 전진해 나갈 것이다.

/김정현(단소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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