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갈무리

먼저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어렸을 때 생각했던 미래의 직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부모님이 원하셨던 직업은요? 아마도 저학년 때는 부모님이 원하거나 남들이 하고 싶어 하는 직업이 곧 내가 원하는 직업일 경우가 많았을 겁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까 요즘은 부모님과 학생이 선호하는 미래의 직업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더군요. 1위는 공무원, 2위는 교사, 3위는 의사와 약사래요. 아주 예전에는 대통령, 군인, 판·검사 등이 상위권이었던 적도 있었는데, 요즘 그 직업군은 하위권이거나 아예 보이지도 않는 시절이 됐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부모나 자녀들이 선호하는 직업군을 보면 미래가 ‘안정’과 ‘여유’ 속에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제일로 치기에 그 기준에 걸맞은 직업들이 손에 꼽힌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간혹 부모와 자녀가 서로 원하는 직업이 달라서 갈등을 겪는 예도 있지요. 사실 이런 경우 대개 자녀가 원하는 직업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만, 그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돼 치유가 어려운 상처를 입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제 주변에도 이런 일이 있어서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저는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두라고 했습니다. 자녀가 원하는 직업으로 정하게 해 그에 뒤따르는 책임을 온전히 당사자가 지면된다고 덧붙이면서요.

이번에 이야기할 ‘잭 하몬(Zac Harmon)’도 그런 경우예요. 그는 흑인이면서도 그런대로 유복하게 어린 시절을 보냈던 모양이에요. 부모가 대학을 졸업한 인텔리로 어머니는 흑인 최초 인근 대학교의 사서였고, 아버지 역시 흑인 최초로 뉴욕주에서 약사 면허를 받은 사람이었대요. 그러니 요즘 말로 금수저는 못돼도 은수저 정도는 물고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인종차별이 만만치 않았던 시절이라 그의 부모는 자식이 나중에 자라서 의사나 변호사가 돼 남들보다 더 안정적이고 유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독려했답니다. 잭 하몬도 뾰족하게 달리 원했던 직업이 없었으니 열심히 공부하며 소년기를 보냈고요.

그런데 이렇게 끝까지 갔다면 모르겠는데 주변 환경 때문에 사달이 나버린 거예요. 아버지가 운영하는 약국에 단골로 들락날락했던 이들이 누구였냐면요, 머디 워터스, 비비 킹, 아이크와 티나 터너, 앨버트 킹 같은 전설적인 뮤지션이었어요. 그런데다 옆집에 음악 강사가 살았는데, 당대 최고의 재즈가수였던 캘러웨이, 역시 최고의 재즈아티스트 듀크 앨링턴 그리고 해리 벨라폰테 등이 허구한 날 놀러 오고 그랬다네요. 세상에나 당대 세계 최고의 뮤지션들이 눈만 뜨면 얼굴 맞대고 있는 그런 분위기에서 지낸다면 누군들 거기에 빠지지 않겠어요.

결국 부모의 우려 속에 기타를 손에 쥐게 됐고, 아버지 친구인 블루스뮤지션 ‘샘 마이어스’의 도움까지 얻어 음악적 재능을 키우게 된 거예요. 그럼에도 아버지의 바람을 완전히 저버리지 않고 학업을 병행하며 성공적인 블루스뮤지션이 됐고, 금융가로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뒀어요. 청년 시절 자신의 미래를 위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냐면, 금융업 종사자로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회사에서 근무하고, 오후 9시에 스튜디오에 들어가서 새벽 4시까지 연주 활동을 하며 커피로 잠을 쫓는 생활을 한동안 반복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를 머릿속에 주입하면서 결국은 해내고 말았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해서 결국 부모의 바람과 자신의 목표 둘 다 이뤄냈으니 일반인들은 섣불리 마음먹을 수도 없는 대단한 일 아니겠어요? 그런 노력파들은 으레 시간 개념도 철저해서 지금껏 공연이나 연습 인터뷰 등의 약속 시간에 한 번도 늦어본 적이 없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블루스뮤지션은 물론이고 작곡가, 프로듀서 그리고 영화와 TV쇼, 광고 분야까지 성공적인 자리에 올라서 있고요. 한때는 마이클 잭슨이 제작했던 ATV Music의 작가로도 참여하기도 했어요.

아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음악적 분위기를 좋아하는 팬들의 저변은 꽤 넓은 편입니다. 기교보다 느낌에 더 치중하는 연주를 하는 전통적인 블루스를 추구하면서 가사의 주제와 내용은 현대적인 흐름을 이어나가고 있어요. 이를 두고 블루스 전문잡지에서 잭 하몬은 블루스의 미래를 대표하는 10인의 뮤지션이며, 그의 이름은 바비 블랜드, 앨버트 킹 과 같은 등급에 둬야 할 것이라는 평을 내놓고 있어요. 이 평이 제대로 되었다는 것은 이번에 선곡한 곡을 듣는 즉시 느끼며 전통적인 블루스의 진한 색깔에 다시 또 들어보고 싶어질 겁니다.

잭 하몬의 ‘Feet Back On The Ground’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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