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가 먹은 꿀 중 많은 양은 양봉의 결과물이다. 자연에서 꿀을 구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때문에 그 가치는 여는 것보다는 높다. 꿀 종류 중 석청이라는 것이 있다.

호칭에서 감 잡을 수 있던 바위 그것도 절벽 주변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석청은 오래전부터 약으로도 많이 사용해 왔다. 그만큼 영향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 입장에서는 석청은 ‘꿀’이지만 벌 입장에서는 석청은 생활공간이자 생명을 잉태하고 자라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때문에 산 속 어느 절벽에 석청을 만드는 것은, 주변에 먹을거리가 풍성하기도 하겠지만 사람의 발길이 드물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안전을 최대한 담보받기 위한 필연일지도 모른다.

중국 어느 산골 사람들의 석청 채취 영상을 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에 위치한 보기에도 매우 위험한 절벽에 성인 남자만한 석청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어느 벌집과 마찬가지로 석청에는 벌들이 빽빽하게 붙어있었다. 채취 전 벌들을 쫓기 위해 연막전을 펼친 뒤 이내 거대한 벌집을 가방에 담기 시작했다. 벌들은 집이 허물어져 꿀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면 공격을 하지 않는단다. 몇 가지 더 의미를 부여한다면 벌집 속에 있는 생명력을 버리고 그냥 자신의 생명만 지키는 것이 다음 세대를 생성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닐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한창이다. 1년 넘도록 일상을 위협하고 있는 전염병에서 ‘다시 일상’을 찾기 위한 가장 빠르고 안전한 방법이라 대한민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백신 구입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7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도 시작됐다. 두어달 더 지나면 대다수 국민도 접종 대상이 된다. 그리고 올해 말경이 되면 약간은 불안하지만 우리가 바라는 일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이상한 흐름이 있다. 걱정스럽다. ‘백신 불신론’이다. 명확히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는 백신은 효과도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하다는 식의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대통령 백신접종 마저 위험하고 얄궂은 소문 꺼리로 전락시켰다.

사회는 불분명한 정보가 확산되고 극히 일부 정보지에도 불신감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왜곡된 정보가 실리고, 정치꾼들도 이를 적극 이용하자 백신 불신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확산되는 추세다. 이는 남녀노소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대다수 국민은 ‘백신이 곧 일상’이라는 사회적 신뢰가 있다.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역정책의 효과를 높이고자 지난달 실시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예방접종을 하겠다고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가족의 감염 예방(79.8%)이란다. 뒤를 이어 사회적 집단면역 형성(67.2%)을 위해서란다. 본인의 감염 예방은 그 다음이다.

우리 사회가 가진 특징이자 장점은 아닐까. 개인의 자유를 내세우기 전에 가족을 우리 공동체를 말하는 것이다. 언 듯 가족을 위한, 공동체를 위한 희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아니다. ‘자기’ 역시 누군가의 가족이고, 사회 구성원 중 한명이다. 본인 감염 예방이 바로 가족 감염 예방이고, 집단면역 형성의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벌들이 위험하다고 버리고 떠난 석청과는 다르다. 버리지도 못하지만 버리면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때문에 위협에 대처하는 방법은 유일하다. 견디고 이겨내는 것이다.

우리 일상이 코로나19에 위협받은 지도 1년이 넘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지난해와는 달리 백신이 보호막 작용을 하길 기대하며 대수 국민들이 발을 걷고 있다. 용인시민도 ‘백신, 불신’이란 양신(兩神)에 현혹되지 말고 시기에 맞춰 접종에 동참하는 것이 안전을 최대한 담보받기 위한 최선택으로 여기길 기대해본다. 한명 두명 양신(兩神)에 현혹되는 사람 수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석청이 될 것이다. 누구나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그래서 특정 무리만 접근할 수 있는 절벽에 위태롭게 걸쳐진 우리 사회를 바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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