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토론토에서 열린 존 메이어 라이브 공연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그래미상이라는 이름은 대중음악에 무관심한 사람들일지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아카데미(영화), 에미(텔레비전), 토니(극장 및 브로드웨이)와 함께 미국의 대중예술을 대표하는 4대 상입니다. 미국의 범위를 떠나 세계 최고 권위로 자주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고 있기에 아주 익숙한 이름이지요. 그 그래미 시상식 공연무대에서 우리나라 BTS가 단독공연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세상에나. 그 무대는 해마다 세계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사람들만 선택돼 오를 수 있기에 그 의미는 빌보드차트 1위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거든요. 이런 무대에서 존 메이어 같은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션과 우리 청년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다니요. 이런 일은 돌아가신 김구 선생께서도 기뻐서 펄쩍 뛸 일입니다. 

존 메이어(John Mayer)라고 하니까 얼마 전에 소개했던 영국 태생의 전설적인 블루스 스타 존 메이올(John Mayall)과 이름이 비슷해서 헷갈리시지요? 지미 핸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의 뒤를 잇는 가장 완성된 기타리스트 겸 싱어송라이터로 인정받고 있고 있어요. 존 메이어는 일반 팝 팬들에게는 따로 소개가 필요 없을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에요. 먼저 소개한 존 메이올은 1963년에 데뷔해서 이미 전설로 자리하고 있지만, 2001년에 데뷔한 존 메이어는 전설 이상의 전설로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는 ‘2000년대가 낳은 최고의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쉽게 비교해서 설명하자면 그동안 많은 기타리스트가 에릭 클랩튼이나 지미 핸드릭스의 연주를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지금의 젊은 기타리스트들은 존 메이어를 새로운 기타의 신으로 보고 에릭 클랩튼의 별칭인 ‘슬로우핸드’까지 본따서 ‘슬로우핸드 주니어’라고 부르며 추앙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미상도 19번씩이나 지명돼 7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인정을 받은 그는 2014년에 내한공연을 가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모인 관중들 대부분이 그를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음악 관련 종사자였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블루지한 느낌이 푹푹 묻어나는 연주와 중저음의 울림 있는 보컬은 여타 뮤지션들보다 한 단계 위라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기타를 처음 들게 된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다른 이들처럼 무슨 대단한 뮤지션의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그런 것이 아니라 ‘백 투 더 퓨처’의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주인공처럼 기타 치는 연습을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스티비 레이 본’의 녹음테이프를 선물로 받아 듣게 되면서부터 블루스와 스티비 레이 본 이름을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 넣을 만큼 푹 빠지게 되었다는군요. 내한공연을 가졌을 때 포스터에 적혀있던 소개를 보면 ‘신은 가끔 불공평하다. 전설들을 뛰어넘는 기타 퍼포먼스에 완벽한 싱어송 라이터면서 감미로운 보이스까지 한 명이 모두 가질 수 있다니’라면서 ‘현존하는 가장 매력적인 아티스트’라고 했습니다. 

하기야 190센티미터가 넘는 훤칠한 키에 잘생겼지, 목소리도 좋은데다 말도 잘하지, 그러다 보니 당연히 뒤따라오는 것이 이성들의 인기 아니겠어요? 그런데 그 인기가 너무 지나쳤던 모양입니다. 누군가 이야기하기를 “신은 존 메이어에게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작곡 능력, 감성적인 목소리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손가락을 주셨지만, 동시에 바람둥이 기질을 주셨다”라고 할 정도로 여성 편력 또한 최정상급으로 유명합니다. (하 하) 하지만 여기에서 그의 신변 잡설은 그리 재미있는 소재가 아니기에 넘어가겠습니다. 

1977년생의 존 메이어는 지금도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계속 달라지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으면서 인정을 받고 있기에 그의 음악적 흐름은 대중음악 역사에 차곡차곡 남겨지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취입한 곡 중에서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실재인물로 유명한 초기 블루스의 또 다른 전설 ‘로버트 존슨’의 ‘Crossroads’를 다시 연주한 곡을 틀어 놓습니다. ‘Crossroads’라는 곡은 에릭 클랩튼도 즐겨 연주하고 불렀던 곡인데, 노래에 얽힌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아주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무명가수가 어느 날 노래하던 극장에서 쫓겨나 집으로 가다가 어둑한 사거리에서 악마를 만나게 됐는데, 그 악마와 자기의 영혼을 언제든지 가져갈 수 있는 대신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타 연주실력과 목소리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하게 됩니다. 그리곤 2~3년 동안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타 실력과 노래 솜씨를 뽐내다가 27살에 악마에게 목숨을 내어주었다는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이라는 아주 유명한 가수의 이야기입니다. 

그 당사자인 로버트 존슨이 노래를 통해 고백한 곡이 바로 ‘Crossroads’이고요. 원곡은 워낙 옛날에 녹음이 된지라 에릭 클랩튼이나 존 메이어의 곡으로 가끔 들어보고 있습니다. 그 중에 존 메이어의 곡은 초기 블루스의 감성은 되도록 살려놓으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는 펑키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매력적입니다. 공연실황 동영상을 소개합니다. 듣고 보면 누구나 어깨가 들썩일 거예요. 

*존 메이어의 ‘Crossroads’ 라이브 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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