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의 서재 14-박해람 시인<끝>

“전전긍긍한 사람들, 자신 바라봤으면”
 

박해람 시인

용인지역 문인한테 추천받은 책 소개 코너 ‘문인의 서재’를 연재한지 3개월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 10월 한국문인협회 용인지부 박동석 지부장이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이 코너는 독서하기 제법 좋은 가을에 시작됐다. 해를 넘긴 지금까지 10여명이 넘는 관내 문인들이 참여해 수필, 소설, 시집 등 독자들에게 다채로운 책 소개를 이어나갔다. 지역 문인들 덕에 풍성해진 ‘문인의 서재’를 막 내리려고 한다. 마지막 주자는 1998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한 박해람 시인이다. 

박 시인이 추천한 책은 우주 과학의 대중화를 이끈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점’이다. ‘창백한 푸른점’은 보이저 2호가 태양계 외곽인 해왕성 궤도 밖에서 찍어 보낸 사진 속의 지구 모습이다. 우주와 행성 탐험 역사의 기록인 동시에 우주여행이나 외계인과의 조우 등 단지 꿈으로만 여겨져 온 것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전망을 다룬 안내서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를 켜놓고 자는 습관이 있던 박 시인은 몇 년 전 아침,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어나자마자 머리맡에 있던 노트북을 열었다. 노트북 안 포털사이트 메인에 떠 있는 사진 한 장을 마주한 것이다. 바로 보이저 1호가 찍은 지구사진이었다. 이렇게 ‘창백한 푸른점’을 만나게 된 그는 볼품없는 지구의 초라하고 미약한 모습, 그러나 그 보잘것없는 흐릿한 한 점 속엔 과연 어떤 존재들과 일들이 팽창하고 있는가 등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단다. 그 순간 잠이 덜 깬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는데 자신의 얼굴에도 한 점 지구를 닮은 아주 작은 점들이 또 여럿 떠 있었다는 박 시인. 

“그 점 하나엔 태초 이후로 나에게 까지 이어져 온 인간의 내력이 유전자라는 형태로 들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 얼굴을 또 얼마나 멀고 아득한 외계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둘러 글의 첫 머리를 적고 체 30분도 되지 않아 사진의 제목과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는 제목의 24행의 시를 완성했던 기억이 있어요”

박 시인은 한 번 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보듯이 나의 밖에서 나를 보는 시간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단다. 
 

“지구 밖, 보이저호가 도달한 성간계 쯤에서 보면 지구는 너무도 작고 하찮은 모래알갱이와 같잖아요. 이 아름다운 지구의 유산을 왜곡하거나 인간이 오랜 시간을 바쳐 이룩한 인간적인 측면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내 앞을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에게서 가장 먼 그곳까지 가서 한번쯤 자신을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시인에게 근황은 늘 시의 곁을 지키는 일이라서 쓰고 읽고 웃고 우는 일을 가족과 나누고 있다는 박 시인. 그는 “늘 다음 책을 구상하고 출판하고자 하는 활동을 멈추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교한 관찰력과 견고한 묘사력으로 정평 난 박해람 시인은 시집 ‘낡은 침대의 배후가 되어 가는 사내’ ‘백 리를 기다리는 말’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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