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흥구’에서 ‘기흥구’로 바뀐 사연 뒤엔…
2005년의 일이다. 경기 용인시가 3개 구청 설치를 앞두고 3개 구지명 선정을 위한 주민공청회가 있었다. 특히 기흥지역에선 치열한 난상토론이 벌어졌는데 당시 지명위원회 결정은 ‘구흥구’였다. 가장 오랜 전통지명을 자랑하는 구성과 기흥을 조합한 지명이었다. 그러나 최종 단계에서 ‘기흥구’로 변경 확정됐다. 이유는 이랬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역사는 곧 기흥 실리콘밸리 역사'라는 등식이 있고 세계적으로도 통한다. ‘기흥’이라는 세계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메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면 아쉬움과 함께 곤란함이 있다.”

이와 같은 삼성전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한 결과였다. 삼성전자가 용인에 첫 발을 디딘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하지만 이미 1974년 국내 최초의 반도체 생산 회사인 한국반도체가 있었다. 한국반도체는 설립한 지 몇 개월 만에 자금난으로 문을 닫을 처지가 된다. 이때 이 회사에 주목한 사람이 이건희(1942~2020) 전 회장이다. 당시 그는 선대 이병철 삼성 창업주를 설득해서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그런 후 미래의 먹거리 반도체산업을 꽃 피울 장소를 물색했다. 설계・개발・생산을 한자리에서 할수 있는 곳이 바로 수도권이면서 경부고속도로 신설로 교통여건이 좋은 기흥이었다. 반도체 사업 진출을 공식화 한 1983년은 이건희 전 회장이 41세때였다.

#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의 서막, 기흥 1라인

용인시 기흥은 깨끗한 공기는 물론 풍부한 산업 용수가 있는 곳이다. 바로 기흥호수다. 반도체산업은 까다로운 조건을 두루 갖춰야 한다.

소음과 진동이 없는 환경이어야 한다. 기흥은 이런 반도체 라인을 운영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기흥시대는 1983년 농서동 44만평의 대지에 기흥캠퍼스를 마련하고 기공식을 열며 본격화됐다. 사업장 건설이 완료된 것은 1984년 3월인데, 평균 18개월 걸리는 공사를 6개월 만에 완료한 이례적인 사례이기도 했다. 1984년 5월 준공식을 시작으로 기흥에서 본격적인 고집적반도체(이하 VLSI) 양산이 시작됐다.

1983년 2월 VLSI 사업 추진을 공식적으로 천명, 1983년 5월 64Kb D램 개발에 착수 12월에 성공했다. 이는 전세계 반도체업계에 삼성전자를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대한민국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첨단 VLSI 기술을 보유한 세 번째 나라가 됐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64K DRAM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 563호로 지정됐다.

1988년에는 세계 최초 복층 구조로 4라인과 5라인을 건설했으며, 2005년에는 System LSI 전용 300mm 웨이퍼 라인이 가동 됐다. 1992년,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64M D램 개발을 성공시키면서 D램 분야 세계 1위를 달성했고 세계 최초·최고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이후 199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기흥캠퍼스는 지금까지도 메모리와 시스템LSI 분야에서 꾸준히 세계 1위 제품이 탄생하고 있는 공간으로 현재 2만6천여 명이 넘는 임직원과 협력사직원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세계 초일류 반도체의 산실이다.

# 세계 최초 200mm(8인치) 웨이퍼 양산, 기흥 5라인
선진 업체들조차도 불황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를 주저하던 1990년 당시, 삼성전자는 대규모 200mm 웨이퍼에 선행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1993년 6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200mm 웨이퍼 전용 5라인을 건설했다.

이는 16Mb D램을 월 300만 개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바로 삼성전자 반도체 성장사에 길이 남을 승부수였고, 5라인 가동으로 삼성반도체는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아 1995년 큰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5년 3월, 시스템LSI 전용 300mm라인(S1라인) 가동을 계기로 파운드리 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고객사에 90나노 제품을 공급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시스템LSI 사업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5대 일류화 제품을 집중 육성했다. 그 결과 DDI, 스마트카드 IC, 내비게이션용 AP 등 4개 제품이 세계 1위에 올랐다. 디스플레이 구동칩 DDI(Display Driver IC)는 2002년 세계 1위에 올랐으며, 내비게이션용 AP(Application Processor)는 2006년, 스마트카드 IC는 2007년 세계 1위에 올랐다.

#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달성 목표

삼성그룹의 주력으로 떠오른 반도체사업의 시작은 용인 기흥이었지만 가용면적이 제한적이었던 기흥을 넘어 수원과 화성에 더 큰 사업장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한 때 용인 기흥캠퍼스는 주력사업장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지역사회 우려가 없지 않았다. 실제 삼성전저의 지방세 납부 비중을 보면 화성사업장보단 용인 기흥사업장이 적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파운드리 사업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변수로 떠오르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곳이 기흥사업장이다. 반도체 업체는 제품 설계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분야를 자체 운영하는 ‘종합 반도체 업체’(IDM, IntegratedDevice Manufacturer), 반도체 제조 과정만 전담하는 ‘파운드리업체’, 그리고 설계 기술만을 가진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로 구분된다. 파운드리 사업이란 외부에서 제품 설계를 넘겨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 또는 그런 방식으로 생산하는 업체를 말한다. 디램에 이어 주목받는 시장인데 대만기업인 TSMC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분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 사업부가 약 14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성적을 내고 있는데 이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해당 공정을 기흥캠퍼스에 증설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기흥캠퍼스는 다시 한 번 반도체 신화를 썼던 역사를 재현하는 현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상생의 새로운 길 열어가는 기흥캠퍼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는 최근 기술 경쟁력을 통한 국가와 지역사회 기여를 넘어 전 인류적 과제인 지구환경 보호에도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실천이 재생에너지 사용이다. 대규모 전력이 소모되는 반도체 사업장이지만 작은 부분이라도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20년 5월 기흥캠퍼스 주차타워에 1500KW 규모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 완료했다. 기흥사업장 일부 사무공간의 전력을 대체하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의 삼성전자와 용인과의 40년 역사. 특례시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용인시의 새로운 도약에 가장 든든한 상생 파트너로 남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

기흥캠퍼스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용인지역 사회공헌 활동은 다양하고 지속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부터 시작된 삼성나눔워킹페스티벌 행사 등을 통해 마련된 기금만 해도 2019년 기준 3억원에 육박하며 8년간 합쳐 약 23억을 지원했다. 최근 삼성전자 사회공헌활동 방향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복지기금 지원과 다문화가족 후원 등 전통적인 활동을 지속해 나가되 비전과 테마를 기업경영 이념인 ‘인재 제일’ ‘기술‧핵심가치’에 기반으로 미래사회 주역인 청소년 교육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 출발은 2019년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이다.

그 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역점을 둔 것은 ‘사회와의 동행’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사회공헌 비전은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다. ‘동행’은 단순히 나눔을 넘어 파이 자체를 키워 더 크게 나누기 위해 청소년 개개인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잠재 성장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새로운 개념이다.

여기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도 포함돼 있다. 용인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한다.

# 청소년 교육사업 '반도체 기초교육 중1 정규과정 편성'

대표적인 청소년 교육사업은 반도체기초과 학교실이다. 2013년부터 운영해왔다. 교육과정은 총 8강(16시간)으로 지역 중학교를 방문해 반도체 기초 교육과 진로 탐색의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이다. 코로나19로 올해는 온라인 콘텐츠를 구축해 비대면 동영상 강의로 변경 운영했으며 지난해 용인교육지원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중1학년 정규과정으로 편성했다. 2019년엔 용인 관내 중학교 16개교에서 2215명이 참여했다.

작년엔 용인 관내 중학교 15개교에서 1550명 참여로 자리매김했다. 사회공헌 테마인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Education for the Future Generation)의 야심찬 또 하나는 반도체응용과학교실 운영이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했으며 교육과정은 총 10강(20시간)이다. 시스템 반도체가 회사 주력사업인 만큼 그 특성을 살려 지역 중학교를 방문해 반도체 기초교육과 진로탐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0년엔 코로나19로 온라인 콘텐츠를 구축해 비대면 동영상 강의로 변경 운영했으며 종식때까진 이 방식을 유지할 계획이다. 교육 내용은 시스템 반도체 원리와 코딩을 통해 반도체 응용·제어 실습하는 온라인 과학교실로서 용인 청소년 139명이 참여했다.

#지역사회 협력사업 '나눔워킹페스티벌 8년간 약 23억원 후원'

2013년부터 시작한 삼성나눔워킹페스티벌은 대표적인 용인시 복지기금 지원사업이다.

2020년 2만8829명이 참가해 행사참가비 5000원과 회사가 매칭기금 50%를 합쳐 2억8800만원을 용인시에 기탁했다.

이에 용인시는 복지부서의 사전 계획에 따라 복지기관운영 긴급지원사업‧추석명절 취약계층 지원사업‧저소득가정 학생 장학사업‧환경캠페인 등 복지기관 특화사업‧복지 사각지대 발굴사업‧차량지원과 환경 개선 등 공모사업 등에 사용했다.

2013년 부터 시작한 이 사업은 지난해까지 8년간 총 23억3500만원을 기금으로 마련해 용인시를 통해 복지기금으로 사용했으며 대표적인 지역사회 협력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 용인다문화가족 후원 ‘마음더하기 클래스’

사랑의 달리기 후원금으로 용인 관내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가족 구성원 맞춤형 교육 지원 사업이다. 주관은 용인시다문화 지원센터가 맡고 있으며 2017년부터 시작했다. 사업내용으로는 결혼이민자 한국문화 이해와 적응하기, 건강한 가족만들기, 부모 및 자녀 역량강화 등이다.

2019년엔 세계인의날 기념 페스티벌을 열어 2000여명의 다문화가족이 참여하는 성대한 행사를 갖기도 했다. 지난해엔 생애주기별 물품지원 등 보다 깊이 있고 실용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수혜대상자는 4년간 연 1121명에 이르며 후원금액은 총 31억원이다.

# 코로나 대응 임직원 나눔 활동
코로나19 초기 예기치 않은 마스크 대란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던 2020년 초의 일이다. 임직원들의 봉사활동 생활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이들이 나선 것은 마스크 제작·기부활동이었다. 임직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봉사활동이 중단된 상황에서도 지역사회 기여를 희망하는 임직원을 위해 비대면, 재택봉사로 진행됐다.

이 활동에 참여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소속 임직원은 지난해 2~3월 사이에 용인지역에만 총 1만9600개의 코로나 극복 KF94마스크 기부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언택트 봉사활동인 ‘핸즈온캠페인’은 연 4회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지난해 11월, 임직원 헌혈증 2020장을 용인시를 통해 용인세브란스병원에 기부하는 등 지역사회 곳곳에 나눔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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