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이병규씨

업무차 인도네시아 출장길에 나선 용인 시민의 고국 풍경에 대한 그리움이 담긴 시가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한 문학상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용인시 수지구에 거주하는 이병규(46)씨 지난해 7월 열린 제4회 적도문학상 성인부 시부문에서 장려상을 수상해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힘들어 하는 시민들 심정에 위로를 전했다.  

이씨가 낸 시 <남해여행>은 10년여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경상남도 남해로 여행을 떠나 느낀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씨는 “고등학교 친구들과 떠난 여행 당시 추억이 너무 강렬하게 남아서 다듬어(여행 후) 시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2년여 뒤에야 비로소 완성됐어요”라며 “코로나 극성이라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수상 소식을 듣게 됐고 다시 읽어봐도 그 때 그 감정이 되살아나는 듯 되게 생생해 많은 위로를 주는 기분이 들어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씨는 이어 “시를 쓸 때 감정에 푹 빠져서 쓰는 시가 있고, 사실을 묘사하는 시가 있는데 이번 씨는 진짜 남해를 방문하면서 느꼈던 것을 시간 순서대로 사실대로 서술했어요”라며 “시 맨 마지막 구절에 ‘바다와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말들과 웃음은 끝이 없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코로나19로 힘겨워 하는 분들이 자연과 소통으로 마음적 안정감을 느꼈음 해요”라고 당부 말도 이었다. 

이병규씨는 “이번 수상은 문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잃고 있던 나에게 앞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보라는 응원으로 느껴집니다. 나의 시간들을 글쓰기에 조금 더 투자하고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남해 기행 / 이병규

들쳐 맨 짐들이 언제 무거웠던가
사뿐히 건너버린 남해대교 끝으로
무심히 자동차들 여남은대 지나고,
뭍을 뒤로 한 채 섬 아닌 섬으로 내딛은 발걸음들.

꼬불꼬불 길지 않은 해안도로 사이에 두고
신선놀음 바둑판 마냥 반듯하게 나뉜 위로
어부인지 농부인지
늙은 촌부가 가끔 들어 허리를 편다.

남해바닷길로 향해가는
차안의 사람들은 마음이 달뜨고,
바다를 따라 달리는 2차선 아스팔트 길은
이미 땅이 아닌 하늘이 된다.

어미의 팔로 새끼 담은 둥우리 감싸듯 안은
바닷물 끝자락 사이에
아늑히도 자리 잡은 조만한 섬들을
이정표 삼아
수백바퀴를 굴린 자동차들이
하나 둘 얼굴을 들이밀고.

맘 달아 먼저 달린
누군가 내뱉는
반가움의 소리들

띄엄띄엄 하늘의 섬 같은 구름들이
한 여름 햇발을 가렸다 말았다
실컷 가지고 놀다가
지친 듯 내 동댕이친 해의
토해내는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흥분을 참고 있던 맘도 흩어지고

여름이 고된 내달음질을 끝으로
잠시 숨을 돌린 새에
북녘 끝 찬 바닷물이
예까지 치달았음을 모른 채

앞 뒤 안 가리고 뛰어든 바다는
몸서리 쳐지는 차가움으로 나를 베어내고
한걸음에 놀라 뛰어 나와
어린아이 마냥 쓸어내리는 가슴.
미안한 듯, 부끄러운 듯 바다는
모래 끝 모래 끝으로 조금씩 다가와
내 발끝을 간지르며 나를 부르고,
급한 맘을 죽이고 조심스레 찾아드는
이방인의 가슴 졸이는 바다에로의 초대

스멀거리며 찾아오는 바닷가의 어둑 녘이라니
서둘러 집을 향해 돌아가는 고깃배들과
개평이라도 달라는 듯 무리지어 뒤쫓는
이름 모를 물새들 어우러져
귀가를 재촉함에
촌마을 작은 방으로 엉거주춤 숨어든다.

밤바다 향기로운 물안개 사이로
여수항의 큰 배들의 깊은 한숨소리 내뱉으면
힘겹게 치켜 뜬 포구의 가로등이
한 놈씩 두 놈씩 흘킨 눈으로 빛을 토해 낸다


저녁밥 단숨에 지어먹고 풀어헤친 맘들 속에,
어느 새 홀린 채 바다를 향한
사모의 정이던가
귀를 간지럽히는 파도와
코를 메는 짠 내에
다시 바다로 바다로.

바다를 앞에 두고,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 하노라면
낯선 이들도 어느 새 백년지기, 천년지기


아직도 집을 찾지 못한
작은 배 하나가 뱃고동 소리 길게 울리며
어미 찾아 멀리 멀리서 다가오는 소리와 함께
바다로 뻗은 해안도로 가로등이
제풀에 꺾여 꾸벅일 때 까지도
바다와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나누는
말들과 웃음은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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