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원

1960~70년대 국가 재건 시대를 거쳐 오늘날 촘촘한 서민복지에 이르기까지 각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국민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군부정권 시대 경제성장 정책을 정부가 주도했다 해도 결국 국민 삶을 뚜렷이 개선시켰다. 민선시대 이후 기업가의 경영에 고민을 준 노동정책의 개선 또한 국민의 소득증대와 국가경쟁력에 도움이 됐기에 선진국 반열에 오른 우리나라의 성장은 일정 부분 공공정책이 주도해 온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밀실에서 몰래 만들어질 때와 개방된 사회에서는 달리 볼 수밖에 없다. 과거 먹고살기 바빠 주어진 일만 있어도 감사한 시절의 정부 정책은 정치인과 공무원만의 전유물이었다. 반면, 오늘날 경제성장을 통해 소득수준과 교육 수준에 정보력까지 갖춘 국민이 정책 하나하나를 꿰뚫어 보며 청와대에 청원까지 넣는 시대의 정책은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훨씬 높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책에는 그 시대에 맞는 품질이 있는 것이다. 2020년대 상황에 맞는 고품질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첫째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지, 시장 원리에 맡길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정책 구상 단계에서 국민과의 소통이 가장 많이 이뤄져야 한다.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에 정책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책 확정 단계로 충분한 자원의 확보 여부, 관련 기관 간의 사전협의 여부, 법령 및 규정의 준수 여부를 물어 최선의 정책수단을 확정하는 단계이다. 셋째는 정책 발표 및 홍보 단계로서, 내용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돼 국정 혼란과 소외 국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정책의 지지를 얻고자 하는 단계이다. 넷째는 정책집행단계로 이는 집행 과정에서 목표와 일관성을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단계이며, 집행 중 내·외부의 영향력이 작용해 권한과 자원 배분이 제대로 되는지 확인한다. 다섯째는 평가 및 사후관리 단계로 애초 의도한 대로 목표가 완성됐는지 확인하는 단계이다.

‘정책 품질관리 제도’의 중요성은 용인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최근 용인시의회가 연구과제 수행에 대한 지출 근거 부족 등의 문제로 용인시정연구원의 ‘2021년도 출연계획 동의안’을 부결시켰다. 2021년도 정책과제 26건, 수시 11건, 기본 7건, 기획 5건 등 49개의 과제를 수행했는데 홈페이지에 공개된 연구 결과는 1건뿐이니 ‘정책 품질관리 제도’를 적용해서 봐도 둘째 단계인 정책 확정 단계만 보이고 나머지 단계는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상태이다. 이는 연구원 개개인의 연구능력 문제일지,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기조실의 문제일지 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용인시정연구원 역시 ‘정책 품질관리 제도’라는 제도적 장치를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용인시가 수립하는 정책 전반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에는 벅찬 면도 있다. 다만 용인시정연구원이 정책 구상 단계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고, 이후 정책의 확정 및 홍보, 집행 단계를 공개하며 시민과 함께한다면 시민, 행정, 시의회 모두 연구원의 정책 시도에 대한 신뢰와 정책 결과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갖게 될 것이다. 

용인시의 미래 청사진에 대한 제시는 시정연구원의 커다란 과제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연구원 운영, 관리에 대한 부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처방일지라도 시정연구원의 정책 완성도를 위한 자구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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