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의 서재 9-류미월 작가

“중년들에게 추천, 공감과 위로 받을 것”

수십 년 동안 숨겨온 사건을 세상에 폭로하기란 쉽지 않다. 대단한 용기와 세상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오랜 시간 애써 외면한 비극 ‘제주 4·3 사건’을 장편서사시 <한라산>에 담아 세상에 알린 이산하 작가 얘기다. 이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의식과 사람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공존하는 신작 <생은 아물지 않는다>를 올해 펴냈다. 이 책에는 사회 현실에 관한 촌철살인과 개개인의 상처, 역사적 아픔까지 치유해주고 있다. 이처럼 예리한 시선으로 포착한 사회 문제에 대한 담담한 어조는 우리에게 차별화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이 책을 추천한 류미월 작가도 “책을 읽다 문득 사람에 대한 따스한 성찰과 감성적인 글에 가슴속 깊이 생명수같은 따스한 샘물이 차오른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 책은 평범한 일상 안의 비범한 일화들을 담고 있어요. 벼꽃, 샛노란 산수유, 히아신스, 금강송과 같은 꽃과 나무를 통해 얻은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가 하면, 인간을 피해 히말라야 설산까지 사냥하러 오는 눈표범 등 동물의 생태를 통해 우리의 삶을 돌이켜 보게 하죠”

결코 흔하지 않은 사연을 들려주며 이를 통해 어렵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미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상기시켜 주고 있다. 생을 어느 정도 삶을 산 중년에게 <생은 아물지 않는다>를 추천하고 싶다는 류 작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이 책을 통해 녹록치 않은 생의 뒤안길을 미리 체험해 겸손함을 배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조언한다.  
 

“완벽한 생은 없고, 누구나 살아갈수록 계획대로 안 풀리는 일이 많아서 좌절하고 상처를 받곤 하죠. 희망은 옆의 숨결을 느낄 때 오고 절망은 옆의 숨결을 느끼지 못할 때 오잖아요. 숨결과 숨결이 모이면 물결로 변하고, 힘들 때 부드럽고 따스한 손을 먼저 내미는 일은 삶이 아름다워지는 순간이에요. 이 책을 추천한 이유이기도 하죠”

더불어 우리에게 큰 충격을 안긴 4·16 세월호 사건과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사건, 베트남전의 비극 등 한국과 전 세계를 아우르는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 비인간적 행태에 대해 가감 없이 비판하고 있다. 이런 날카로운 시각은 읽는 이에게 역사적 비극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고민하게 한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비판과 묵직한 글은 우리에게 남다른 울림과 감동을 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다 읽고 나면 책 속의 문장들 잔상이 오래 남아 있어요”

훌륭한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의 숲속을 거니는 거와 같다는 류 작가는 문학의 숲속을 거닐며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출렁이는 자유를 만끽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라고 고백한다.

“미국의 작가이자 정치철학자인 벤자민 플랭클린은 ‘가장 불쌍한 사람은 비 오는 날 책을 읽을 줄 모르는 외로운 사람이다’라고 했어요. 어디 비오는 날 뿐인가요? 독서는 치유의 기능이 있어서 좋은 글귀를 읽다 구원처럼 위로받을 때가 많답니다”

2008년 <창작수필> 신인상을 수상한 류미월 작가는 2014년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모집에 시조가 당선돼 등단했다. 저서로는 <달빛, 소리를 훔치다> 올해 용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펴낸 시집 <나무와 사람> 등이 있다. 용인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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