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숙 리멤버 어게인 뮤직비디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유난히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한 해입니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올해가 한 번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이도 있고,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이도 있습니다. 사실 이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다 같이 한마음에서 나온 소리예요. 코로나 굴레가 이렇게 질기리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요. 이 환란의 시절이 빨리 지나가기를 모두 바라고 있지만, 상황이 그렇지 않으니 여간 답답하고 힘든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모두가 힘들 때 그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문화예술 분야가 활발히 움직여줘야 하지만, 오히려 그 분야가 더 힘든 처지에 놓여있으니 대답 없을 푸념만 늘어놓을 수밖에요. 그중에 노래 잘하는 가수 한 사람이 위안이 될 만한 작업을 해 놓았어요. 지금부터 소개해보렵니다.

며칠 전 일이었어요. 차 안에서 듣던 음악 한 곡에 귀가 확 열리는 느낌을 얻게 되었습니다. 중년 세대라면 거의 알고 있을 법한 ‘진정 난 몰랐네’라는 곡인데, 반주는 단출하게 건반만 넣은 채 임희숙의 목소리가 완전히 두드러지게 녹음됐더라고요. 임희숙 하면 풍부한 성량과 바이브레이션, 그리고 힘이 넘치는 창법으로 설명되잖아요. 너무도 큰 감동을 얻은지라 요즘에는 주변에 1991년에 나온 ‘AGAIN AND AGAIN’ 앨범을 한번 들어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답니다. 필자가 이야기한 곡이 그 앨범에 들어있거든요. 

임희숙은 다들 아시다시피 최고의 자리에 있었던 가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임희숙이 가진 가창력은 누구든 최고라고 평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났지요. 가수 임희숙은 중학교 때부터 ‘샘 쿡’에게 쏙 빠졌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본인의 목소리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장르를 스스로 알아차렸던 모양이에요. 처음에는 CM송을 부르면서 음악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작곡가 손목인씨에게 본격적인 음악 수업을 받게 됩니다. 1969년에 필자가 듣고 반했다고 한 ‘진정 난 몰랐네’를 부르게 되면서 히트 가수 반열에 오르게 된 거지요. 그러나 그녀 인생은 녹록치 못했습니다. 그녀의 최고 히트곡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노랫말처럼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여실히 겪으며 살아오게 됐네요. 두 번의 이혼, 그리고 음독자살 기도, 대마초 사건 연루….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쓰러지고 말아버릴 고통스런 일을 수없이 겪어왔다는 말이지요. 허스키한 목소리에 짙은 감성이 묻어나온 그녀의 음악들은 어쩌면 그동안 삶이 녹아내린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언젠가 임희숙씨가 방송 인터뷰에서 대마초 사건에 연루됐던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됐는데, 참 억울할 법도 하더라고요. 1975년에 연예계 대마초 파동이 있었잖아요. 그때 다른 이들과 함께 조사를 받게 된 임희숙씨는 대마초 냄새만 맡아도 목이 쉬는 체질이라 한 번도 핀 적이 없다고 항변했대요. 그런데 평소 눈을 지그시 감고 감정이입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대마초나 마약을 한 모습이라고 의심을 받게 돼 무려 5년 동안 방송에 출연을 못 하게 됐대요. 참 미치고 펄쩍 뛸 일 아니겠어요? 그렇게 가수가 노래를 못하게 되니 수입이 끊기게 돼 노숙자 생활까지 하게 됐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교회에 다니면서 자연스레 가스펠을 부르게 되면서부터 마음에 안정을 찾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대중음악계와 한동안 거리를 두고 지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노래 한 곡을 불러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들어 왔대요. 그 곡이 바로 백창우 시인이 만든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입니다. 처음에는 워낙 마음속 상처가 커서 대중음악 쪽으로 눈을 다시 돌리기 힘들 정도로 선뜻 마음이 가지 않았는데, 가사 중에 ‘삶의 무게여’라는 대목이 마음에 확 와서 닿더래요. 그래서 부르게 된 곡이 고통과 어두움으로 점철됐던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부활의 곡이 된 거지요. 사실 백창우 시인도 이 곡을 만들 즈음에는 책 외판원을 하면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고 해요. 힘든 생활을 하며 시심을 놓지 않고 있던 젊은 시인과 긴 시간 동안 인생의 아픔과 터널을 걷고 있던 가수가 만나서 역작이 나오게 된 거예요. 

아마 독자들도 수없이 들어왔던 곡일 겁니다. 이 곡을 임희숙이 ‘Remember Again 임희숙, 내 하나의 사람은 가고’라는 제목의 뮤직비디오로 새로 만들어 내놓았습니다. 노래 제목 그대로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있겠지만, 남은 사람에게는 위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내놓은 듯싶습니다. 임희숙의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마음속으로 들어오며 그림이 그려집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뮤직비디오 영상도 마음에 와 닿습니다.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를 느끼고 있는 모든 분과 함께 보며 듣고 싶습니다.

임희숙 ‘내 하나의 사랑은 가고’ 뮤직비디오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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