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 관련 영화를 보면 ‘안자일렌’을 어렵지 않게 본다. 난이도가 높은 등산을 할 경우 안전을 위해 여럿이 서로 몸을 줄로 이을 때 사용하는 장치다. 일반적으로 성인 한명이 낙하할 경우 4~5명이 함께 이어져 있어야 낙하에너지를 안전적으로 상쇄할 정도가 된단다. 

등반을 하는데 리더 역할은 매우 중요한 것은 잘 알고 있다. 길 한번 잘못 택하면 뒤 따르는 동지들은 불편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리더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서는 생명까지 공유해야 하는 것이다. 목숨을 걸고 산길에 오르는 그들에게 안자일렌은 서로를 연결하는 생명선인 셈이다.

하지만 그 생명선이 상황에 따라서는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낙하에너지를 견뎌내지 못할 때다. 두 명이 서로 그 장비로 연결했을 경우 한 사람의 위험은 곧 남은 사람까지 끌고 들어가는 최악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서로 살기 위해 묶은 이음줄을 한 사람이라도 살기 위해서는 끊을 수밖에 없게 된다.        

용인시 행정 신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에 생긴 현상은 아닌 듯싶다. 각종 행정 신뢰도 평가 점수와는 상관없이 시민이 느끼는 용인시 행정 민낯은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전임 시장의 각종 의혹 제기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철저한 수사 촉구에 나섰다. 어딜 가도 절대 그런 분이 아닐 것이라는 말보다는 의혹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간 제기된 용인 전임 시장에 대한 많은 의혹들 상당수가 사실로 밝혀져 법적으로 벌을 받았으니, 시민들의 따가운 의심의 눈초리는 어쩜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자치단체장은 시민이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행정을 펼치는 기관의 수장이다. 특히 민선시장은 시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대표성까지 가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리더’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간 전임 용인시장 흑역사의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용인 전역을 휘감고 있다. 시민들은 리더를 믿고 인자일렌에 밧줄을 매고 단단한 매듭을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거푸 신뢰를 저버리고 낭떠러지로 떨어진 전임 시장들을 보면 시민들 속내는 복잡할 것이다. 

다시 시민들은 생각한다. 반복되는 좌초에 더 이상 연결고리를 버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이를 행정 불신이라고도 표현하기도 한다.  

용인시 도시규모는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지금껏 보인 인구 증가 추세로 보면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다 인구수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 맞춰 행정규모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시민의 절대적인 지지와 뒷받침이 필요한 상태다. 

용인시 공무원 대다수는 자신의 자리에서 소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우직하게 만든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도 시민들과 공무원들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그 책임을 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었다. 그저 죄 지은 이는 법적 처벌 이후 지역사회를 위한 반성이나 책임에 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전임 시장의 각종 의혹에 시민들은 과거와 미래를 보는 듯하다. 그렇게 투명하지만 않았던 과거 용인시 행정을, 미래에도 그리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우려 모습을.

잃어버린 행정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다. 회복의 첫 단추는 반성이고 책임 있는 자세다. 행정 신뢰는 곧 시민 일상의 변화로 이어진다. 일상의 변화를 느낀 시민은 그때서야 비로소 시민들이 행정을 믿고 하나 둘 ‘안자일렌’을 다시 툭툭 내 걸 것이다. 

110만이 모여 사는 용인시. 그래서 각양각색이 섞인 이 도시가 그냥 각자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서로를 위해 여럿이 서로 몸을 줄로 이을 때 용인시는 진정 대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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