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

지난 9월 21일 밤 11시 질병관리청의 전격적인 독감 백신 접종 일정 중단 발표가 있었다. 코로나19로 독감 예방이 중요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질병관리청의 발표로 많은 국민이 혼란에 빠졌다. 독감 백신은 많은 국민이 접종해 면역력을 획득해 유행을 차단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독감 접종을 장려하고 있으며, 의료비가 천문학적인 미국의 경우에도 독감 백신 접종비는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비싼 정도이다.

2차 세계대전 중 미군에 의해 개발된 독감 백신은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포르말린을 이용해 불활성화시킨 것으로 부작용이 많이 발생했다. 이후 백신 개발이 거듭되면서 여러 형태로 개발됐다. 한국은 1962년 부산에 상륙한 독감 상황을 보도하면서 예방주사는 없고, 개인 위생에 힘쓰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극장이나 집회에 가지 말 것을 당부하며 백신을 생산하지도 구하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기사가 보인다.

1964년 3월 19일 한미재단이 우리나라에 독감 백신 15만cc를 기부하면서 1965년 전국적으로 백신 접종이 이뤄졌다. 그러나 접종을 원하는 국민의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금방 동이 나 버렸다. 1969년 홍콩 독감이 국내에서 최초로 검출됐는데, 환자의 양치물을 섭씨 영하 70도에 보관한 것을 고속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침전된 것을 부화된 계란에 접종해 2~3일 후 바이러스 증식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현재 유전자 증폭검사로 몇 시간, 신속 항원검사로 10분이면 확인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1982년 일본의 제약회사 기타사토제약의 기술제휴로 녹십자사가 국내에서 독감 백신 생산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독감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1997년 65세 이상 저소득층, 2002년에는 65세 이상 국민에 대해 무료 접종사업이 시작됐다. 2009년까지 독감백신 원료는 외국에서 수입해서 생산했으나, 신종플루 당시 백신 자급의 중요성이 인식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 국내에서도 독감 백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매년 보건소에서 단시간에 많은 사람이 접종하면서 발생하는 위험성과 이용 불편이 제기되면서 2015년부터 민간 의료기관에서도 무료 독감 접종이 시작됐다. 

정부 주도의 독감 백신 접종은 대량 구매로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저가정책으로 인한 안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처럼 의료비용이 낮은 국가에서 더 싸게 하려는 시도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어 많은 전문가가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과정에서 독감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부각됐음에도 조달청의 저가 구매로 입찰이 지연되면서 결국 독감 백신 배송 과정에서 상온 노출이라는 문제를 드러냈다. 

2주간의 조사 후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10월 13일 청소년 독감 접종부터 어르신 무료 독감 접종이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그러나 지난 16일 독감 접종을 한 젊은 청소년이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고, 백신 접종 이후 일정 시간이 경과한 어르신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연이어 발생했다. 백신 관련성 논란이 시작됐고 일부 백신에는 백색 입자가 관찰되기도 했다. 식약처와 질병관리청이 각 사례를 조사한 결과, 백신과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속속 확인돼 국가 독감 접종은 지속하기로 했다. 그러나 독감 국가 무료 접종 백신 안정성 논란이 시작되면서 무료 접종 대상자들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유료 접종을 선택해 일선 의료기관의 유료 백신 물량이 소진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독감 백신 부족 상황은 용인시에도 영향을 줘 27일 시민 독감 백신 지원 사업이 중단됐다. 일선 의료기관이 확보한 독감 백신 물량이 빠른 속도로 소진되고 있어 독감 시작 시기를 앞당길 것이 필요했다. 용인시 지원 독감 접종사업은 코로나19 방역에 큰 도움을 주는 중요한 정책 중 하나다. 하지만 지역 의료계와의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아쉬운 상황이다. 현재 용인 내 의료기관 중에서도 독감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곳도 있으며, 의사회나 보건소에 문의하면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용인시는 독감 백신 접종 사업 전문가인 지역 의료계와 소통과 참여를 통해 보다 원활하게 접종사업을 진행해 시민들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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