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 가이와 존 메이어의 What Kind of Woman Is This?(Farm Aid 2005 라이브 공연 유튜브 화면 갈무리)

필자가 가장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LP음반 중에 ‘Hard To Say I`m Sorry’를 히트시킨 유명 그룹 시카고(Chicago)의 데뷔앨범이 있습니다. 1980년대 초에 한동네 살던 외국인 선교사로부터 넘겨받은 원판앨범인데, 그 앨범을 손에 넣은 뒤 시카고 음악을 시도 때도 없이 듣다 보니 막연하게 시카고에 대한 동경이 생기게 됐지 뭐예요. 미국 여러 도시 중에서도 독립적인 건축형태를 지닌 도시라서 관광하기에도 최고라고 하더군요. 특히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1년 365일이 축제 같은 도시라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굳이 음악이 아니더라도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 ‘당신이 잠든 사이에’, ‘시카고’ 같은 영화의 배경지이기도 하고요. 아! 농구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의 팀, ‘시카고 불스’도 여기에 있잖아요. 이렇게 유명한 도시에서 3~4일씩 최정상급 음악인들이 출연해서 6월에는 블루스 페스티벌, 9월에는 재즈 페스티벌이 매년 열리는데, 세계적인 이 공연이 모두 무료라는군요. 아~ 부러워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공연에 들어가려면 최소 수십만 원인데 말이죠. 더군다나 이런 대형 공연이 열리지 않을 때에도 매달 정기적으로 시카고시청이 주관해 유명 가수들의 공연들이 무료로 열리는 행복한 음악도시라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음악도시가 뭐 갑자기 만들어졌겠어요? 시카고에는 1950년대부터 ‘레코드 로드’라고 불릴 만큼 여러 음반회사가 활발하게 움직였던 곳이랍니다. 더군다나 필자가 전에 비욘세의 I'd Rather Go Blind를 소개하면서 이야기했던 영화 <캐딜락 레코드>의 체스 레코드사가 있었던 곳이기도 해요. 그 영화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레코드사 대표가 죽으면서 레코드사 간판이 떨어지며 영화는 끝나지요.

그러나 체스 레코드사와 인연이 있던 최고의 블루스맨들의 마음속에는 이곳이 단순한 음반회사가 아니라 블루스와 연관이 있는 모든 이들의 사랑방이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윌리 딕슨이 팔을 걷고 나서고, 다른 블루스맨들이 힘을 더해서 체스 레코드 건물 원형 그대로 기념관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블루스 향이 가득한 성지로 보전하고 있다더군요.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에는 오래된 사무실은 물론 녹음실, 리허설 장소, 뮤지션만 드나들던 뒷문까지 그대로 둬서 블루스를 좋아하는 이들이 그곳에 간다면 감흥은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침이 마르게 이야기한 시카고, 블루스, 그리고 체스 레코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이가 바로 시카고 블루스의 대명사로 추앙받는 버디 가이(Buddy Guy)에요. 지금이야 블루스계의 큰 별로 인정받고 있지만, 1960년대 말까지는 소속사였던 체스 레코드사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다른 가수들의 음반 취입을 위해 뒤에서 연주하는 세션맨으로 상당 기간 생활해오다가 말년이 돼서야 그 진가를 발휘하게 된 입지적인 인물이기도 하지요.

버디 가이 하면 일단 외견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땡땡이 무늬 기타입니다. 이 기타에 대해서는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요. 버디는 오랜 음악활동을 했지만 금전적인 풍요로 이어지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의 주머니에 돈이 조금 들어가기 시작한 때가 그의 나이 50이 넘은 1980년 후반부터라니 그동안 얼마나 고단한 생활을 해왔겠어요.

그의 어머니는 여느 어머니처럼 기타 하나 들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5남매 중의 장남인 아들이 미덥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연신 걱정 가득한 속마음을 드러내 보이는 어머니에게 버디 가이는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꼭 성공해서 땡땡이 무늬의 캐딜락을 사드리겠어요”라고 약속했답니다.(당시 미국에서는 캐딜락이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땡땡이 무늬는 패션의 최고 유행이었거든요.)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의 성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버디 가이는 어머니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의미로 땡땡이 무늬 기타를 주문해서 지금도 그 기타로 연주하거나 땡땡이 옷을 입고서 무대에 서고 있습니다. 

버디 가이는 이름만 대도 알만한 쟁쟁한 가수들이 앞다퉈 그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해댑니다. 에릭 클랩튼은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기타리스트”라고 존경을 표하기도 했어요. 80살이 넘은 나이임에도 현재진행형의 연주기법을 보이며 신곡을 발표해 오고 있는 그의 대표곡은 너무 많아서 한 곡을 고르기 수월치 않습니다.

그중 2005년에 내놓은 음반 중에서 버디 가이를 진정으로 존경한다는 블루스계의 젊은 피 존 메이어(John Mayer)가 함께 연주한 곡의 공연실황이 있어요. ‘What Kind of Woman Is This’라는 곡인데 당시에도 70살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만한 나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싱싱한 느낌을 주는 곡입니다. 

동영상을 보면 존 메이어의 재기발랄함과 버디 가이의 깊이 있는 쟁쟁함도 느껴질 겁니다. 버디 가이가 정의하기를 “블루스는 웃고 싶을 때 들으면 더 행복해지고, 울고 싶을 때 들으면 더 슬퍼지는 것”이라고 했거든요. 이왕이면 이 곡은 웃고 싶을 때를 기다렸다가 들어주기를 권해드립니다. 

버디 가이의 What Kind of Woman Is This 
https://youtu.be/WaFMC8ODHf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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