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팔복교회 최승원 담임목사

비대면 예배 참여···“교인들 삶 돌아보게 돼”

최승원 목사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교회가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 함승태

교회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에도 여전히 대면 예배를 고집하는 일부 교회들 때문에 기독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럼에도 '내 이웃을 사랑하라'면서 사랑과 나눔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을 몸소 보여주는 교회가 있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있는 작은 시골 교회, 팔복교회다. 

2015년 1월부터 팔복교사 담임목사로 재직 중인 최승원(47) 목사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교인들을 위해 교회 운영비 한 달 치만 남게 놓고 모두 내놓았다. 

최 목사는 “교인들도 이웃인데, 너무 헌신만 바라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가정도 있고, 그들의 삶을 잘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번 계기로 되돌아봤다”며 “처음엔 다섯 가정까지 차등을 뒀었는데 교회 리더들과 상의해서 동일하게 나눠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각 가정에 20만원씩 총 30가정에 지원한 재난지원금은 교회 운영비 일부였다. 처음엔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몇 번의 상의 끝에 결국 지원금 지급에 동의했다. 교인들은 고마워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한단다. 

“어르신들은 직접 갖다 드리고, 젊은 가정은 계좌로 넣어주고 있어요. 헌금으로 내놓으시겠다는 분들이 계셔서, 이번 만큼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니까 가정에서 잘 사용하시라고 말씀 드렸어요. 다음에 혹시 지금 같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그때 헌신해 주시면 되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했습니다”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에 있는 팔복교회 전경 /사진 함승태

코로나19 때문에 예배도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교인들 만날 일은 줄어들었지만 교인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하게 됐다는 최 목사. 

“저희 교회에는 어르신들이 많으셔서 온라인 예배는 못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교회에 나오길 원하시지만, 예배는 다른 방식으로 드릴 수 있잖아요. 예배 관련 자료를 만들어서 집으로 갖다 드리거나, 제가 직접 찾아가서 기도 드리고 있습니다. 젊은 교인들과는 밴드로 소통하고 있어요. ‘성경쓰기 챌린지’도 하고 또 소소한 일상 얘기도 주고받다 보니, 오히려 더 가까워진 것 같아요” 

최 목사는 최근 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지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우려했다. 이번 계기로 교회가 바로 서야한다며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동안 교회가 세상과 동화돼서 간 것 같은데 다시금 올곧은 길로 가야죠. 목회자라면 어떤 상황에서 예배를 드리는 건 맞지만, 전염병이 도는 시기에는 성도들의 건강을 위해서는 과감한 결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 대면 예배를 고집하면서 정부 방역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일부 교회에 대해서도 “어디서 예배를 드려도 하나님 앞에서 바른 마음으로만 예배를 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개개인 모두가 예배자고 성전이기 때문”이라고 충고했다.  

최 목사는 코로나19가 얼른 종식돼 다 함께 예배도 드리고 성경공부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저도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리곤 있지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워요. 신앙생활은 교회를 중심으로 해야 바로 세워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전처럼 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싶어요. 고난 속에서 만난 또 다른 하느님의 은혜를 성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