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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스태플턴의 Tennessee Whisky
  •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9.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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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팝송을 좋아했던 형님들 덕에 즐겨 들었던 팝송 중에 패티 페이지의 ‘Tennessee Waltz’가 있었습니다. 곡 분위기는 너무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당시에는 어느 곳에 있는 줄도 몰랐던 테네시는 사시사철 꽃이 피고, 사람들 얼굴에는 여유로운 웃음이 항상 흐르는 곳일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했지요. 아 글쎄, 그 노래의 가사 내용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렇게 맹신을 했었다니까요.(하 하) 그런 환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이 어느 곳에 있고, 어떤 기후를 가졌다는 기초지식을 얻게 되면서 깨졌습니다. 하지만, 여운은 조금이나마 남아있어서 언젠가 한 번쯤 가봤으면 하는 생각은 버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한참 시간이 지나고 ‘술은 맛보다 양이다’라며 무작정 마시던 대학시절이 지나고 주변에 술 선물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다 보니, 필자에게도 곧잘 양주 선물이 들어오게 됐어요. 지금이야 정보가 도처에 널려 있어서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양주라고 하면 모두 다 귀한 술인 줄 알고 애지중지했던 때가 있었거든요. 그때 누군가가 선물로 보내왔던 술 중에 ‘잭 다니엘’이라는 거무스름하고 귀티 나는 병에 담긴 양주가 있었어요. 일단 병부터 고급스러웠던지라 상표 내용을 하나하나 훑어보게 됐는데, 아 글쎄 술 이름이 적힌 상표에 ‘테네시 위스키’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인쇄돼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필자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흠모해 마지않았던 그 ‘테네시’가 술 딱지로 붙어있는 것을 보게 되니, 그 신기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술 이야기를 하면 ‘메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간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올 분이 수두룩할 겁니다. 하지만 여기는 술 이야기를 하는 곳이 아니니 분위기를 살짝 틀어 볼랍니다. 다른 술들도 모두 사랑을 받고 있겠지만, ‘테네시 위스키’는 이래저래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아오고 있는 술 종류인 듯싶습니다. 그 술을 이야기한 길거나 짧은 수두룩한 글에서도 그렇고,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노래에서도 그렇거든요. 어쩌면 지금은 ‘테네시 위스키’가 술 이름보다 노래 제목으로 더 넓은 유명세를 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Tennessee Whisky’는 불과 얼마 전에 그야말로 광풍을 일으키면서 대중음악 팬들에게 강하게 인식된 블루스 곡의 제목이에요. 사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이 곡을 잘 모르셨던 독자들은 그게 얼마만큼인지 체감하기 어려운 게 허다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요즘 대중적인 인기도는 유튜브 조회 수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바로 이 곡은 유튜브 조회 수가 지금까지 4억4000만회를 넘겼다고 하니까 대단한 것은 맞지요? 

이 대단한 광풍을 몰고 온 이는 크리스 스태플턴(Chris Stapleton)이라는 젊은 가수입니다. 1978년생이니 마흔을 갓 넘긴 실력 있는 싱어송라이터인데, 블루스와 컨츄리가 주재료입니다. 여느 가수들이 그랬던 것처럼 성공하기 이전까지 우여곡절이 참 많았어요. 이미 이름난 많은 가수들로부터 출중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기에 곡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써준 곡들이 히트해서 남들 상 받을 때 뒤에서 백보컬까지 해줬어요. 하지만 정작 자신을 알아줘야 할 대중들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소속 음반레이블에서 쫓겨나다시피 하는 좌절을 맛보다 ‘으랏차차’ 하고 절치부심해서 일어나 데뷔앨범을 발표했는데, 대박이 난 거예요. 지금 소개하고 있는 ‘테네시 위스키’도 이 데뷔앨범에 수록된 곡이고요. 이 앨범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무려 5개의 그래미상과 7개의 컨트리음악 아카데미상, 10개의 컨트리음악협회상을 비롯해 여러 가지 상을 수상하게 되는 쾌거를 이뤘던 거예요.

그런데 이 앨범이 잘되려고 크리스의 조상신이 도왔는지 참 재미있는 이야기가 이 곡과 앨범에 얹혀 있답니다. 사실 ‘테네시 위스키’는 1980년대 초 컨츄리 곡으로 다른 가수가 취입했으나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곡이었어요. 그랬던 곡을 크리스가 평소에, 입에 착착 달라붙었었는지 소소한 공연의 리허설 때 목을 풀기 위해 자주 불렀대요. 그러다 보니 데뷔 음반을 취입할 때도 자연스레 목을 풀기 위해 이 곡을 불렀는데, 그 노래를 스쳐 듣던 프로듀서가 깜짝 놀라서 “이렇게 기막힌 곡을 왜 빼놓았느냐? 이 곡은 꼭 앨범에 넣어야 한다”고 설득해서 데뷔앨범에 수록된 거예요. 그 결과, 한마디로 대박 난 거지요. 

정재근

제목에서 느껴지다시피 이 곡은 술 한 잔 앞에 놓고 있다가 홀짝이면서 들어야 제멋일 것 같지요? 술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는 자기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깨우쳐준 여인에게 주는 노랫말인 것 같아요. 세상에나, 그런 여인을 보고 캔터키 위스키처럼 부드럽고 딸기와인처럼 스윗하며 브랜디 한잔처럼 따뜻하다고 표현하네요. 이런 기분은 술꾼들만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 노래는 같이 듣는 곡이 아니라 혼자 듣는 곡입니다. 그것도 술 한 잔 앞에 놓고서요. 두세 번 듣다 보면, 읊조리듯 노래의 음을 따라 부르고 있는 자기를 느낄걸요.(하 하)

크리스 스태플턴의 Tennessee Whiskey 듣기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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