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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계곡과 추억 쌓기
  • 이나경(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
  • 승인 2020.08.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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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계곡 수서생물 도룡뇽(왼쪽 맨 위), 날도래유충, 각다귀애벌래, 쇠측범잠자리약충, 물고기 치어

처음에는 뉴스에서 장마라 해도 장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하루 비가 오고 다음 며칠은 날씨가 좋았다. 근데 요즘은 진짜 비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낮에도 비가 쏟아지고, 깊은 잠에 빠져든 밤에도 빗소리에 잠을 깨곤 한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기도 하고, 지루하게 오래 내리기도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면 벌써 장마가 끝났으리라. 아침에 비가 오는지 오지 않는지는 매미가 알려 준다. 잠시라도 비가 그친 그 사이를 매미는 때를 놓치지 않고 우렁찬 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그러다 울음소리가 뚝 그친다. 그러면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그날도 그랬다. 심지어 아침나절에는 반가운 해가 얼굴을 비추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매미는 제 짝을 찾는 울음소리를 잠시도 쉬지 않았다. 그러곤 또 비가 오기 시작한다. 비로 인한 피해가 없는지 안부를 묻는 것이 일상이 됐다. 비가 이렇게 심해지지 않았던 올 여름 운이 좋은 하루, 아이들과 계곡에서 만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장마라도 비가 오지 않는 날들이 있다. 운이 좋게 오늘이 그날이었다. 이런 날 운이 좋게 아이들과 만났다. 준비를 서둘렀다. 8월의 여름 숲은 덥고 모기도 너무 많다. 여름 숲은 계곡이 최고다. 아이들과 무엇을 할까? 하루 전부터 벌써 설렜다. 일단 페트병을 여러 개 준비했다. 이걸로 아이들과 물총놀이를 해야겠다. 구멍을 하나만 뚫어줄까? 아니면 여러 개를 뚫어줄까? 짓궂은 고민도 해 보았다. 그 다음 호수처럼 긴 비닐도 준비했다. 이걸로는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놀까? 궁금해졌다. 제일 중요한 것도 빠뜨리면 안 되지. 여름 계곡수업은 아이들과의 물놀이도 중요하지만, 우리 눈에는 잘 안 보이는 물 속 생명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는 중요한 수업이다. 뜰채, 붓, 흰 플라스틱 그릇 등 수서생물 채집에 필요한 것은 꼭 챙겨야 한다. 

수업시간 한 시간 전에 계곡에 도착한 나는 아이들과 수업할 장소를 정하곤 그 곳의 계곡 상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계곡 주변의 동·식물도 조사했다. 올해는 사마귀약충들이 유난히 내 눈에 잘 띄었다. 나뭇잎 색과 꼭 닮은, 돌멩이 색과 꼭 닮은 사마귀도, 운 좋게도 허물을 벗고 있는 사마귀도 찾을 수 있었다. 대벌레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들이 눈에 많이 보이는 이유도 매미나방과 노래기가 올해 유난히 많은 것과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계곡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드디어 아이들과 만났다. 이 시간은 항상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다. 아이들과 만나 수업장소로 갔다. 처음부터 아이들은 물속에 뛰어 들었다. 계곡물의 차가움에 깜짝 놀랐다. 아이들을 다시 모아 물 속 생물들을 찾아봤다. “선생님~, 잘 못 찾겠어요.” “너희들이 그 친구들이라면 어디에 살고 있을 것 같아?” 역으로 물어봤다. 잠시 고민하던 아이들과 나는 뜰채로 물 속 생물들을 찾아냈다. 다리가 6개인 친구들이 뜰채에 채집됐다. “선생님~, 이 친구들은 누구에요?” 쇠측범잠자리 애벌레들이었다. 아이들은 잠자리가 어린 시절은 물속에서 보낸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었다. 뜰채로 계곡 바닥을 긁어봤다. 이번에는 하루살이 애벌레들이, 이번에는 갈색우묵날도래, 띠무늬우묵날도래 등 날도래 애벌레들이 다양한 종류의 집에서 얼굴을 내밀었다. 

“여기 진흙이 많은 곳에는 누가 살까?” 뜰채로 진흙 있는 곳을 긁어모았다. 도롱뇽이었다. 올해 알에서 나와 새들과 다른 물 속 생물 등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아주 잘 지켜낸 대견한 녀석이 우리 뜰채에 잡혔다. 네 개의 앙증맞은 다리가 다 나오고 겉아가미는 사라진 아주 작고 귀여운 도롱뇽이었다. 아이들은 이들이 우리 손에서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을 만지고 싶을 때는 계곡의 차가운 물에 손을 식혀 조심히 손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쯤은 상식이다. 

수서생물 찾기를 끝내고 계곡놀이에 빠졌다. 남자친구들은 댐을 만들고, 여자아이들은 장난기 심한 남자친구들을 피해 자신들만의 물총놀이를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남자아이들이 그 놀이에 합류한다. 물총놀이가 시들해질 때쯤 긴 비닐을 주었다. 어떻게 놀까? 일단 물을 담았다. 그리고 목에 둘렀다. 계곡물의 차가움이 온몸에 느껴졌다. 그러고 놀다보면 송곳으로 비닐에 구멍을 낸다. 그러면 비닐은 분수가 된다. 간식을 먹을 시간도 없이 시간이 흘렀다. 다 놀고 주변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흥을 여운으로 한아름 안고 계곡을 내려왔다. 다음 날 비가 또 왔다. 그 다음날도 비가 내렸다. 이제 그만 비가 그치고 비 피해도 더 이상 뉴스로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나경(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생태활동가)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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