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화면 갈무리

‘붉은악마’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나라 축구응원단은 2002년 월드컵을 통해 열광적인 응원과 동시에 모범적인 응원질서로 세계에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축구 응원단은 저마다 특색을 표현한 이름을 지어 부르고 있는데, 이웃나라 일본은 ‘울트라 니뽄’이라고 하고, 독일은 ‘그라운드 후퍼스’, 네덜란드는 ‘오렌지 후터스’라고 한대요. 그럼 축구 종주국인 영국은 뭐라고 부르게요? 훌리건? 혹시 ‘훌리건’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게셨나요?(하 하) 홀리건은 스포츠와 관련해서 폭력을 휘두르는 관중이나 팬을 총칭하는 말이에요.

하기야 영국 축구팬들의 과격성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요. 그러다보니 훌리건 하면 영국의 축구팬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꽤 될 겁니다. 훌리건 무리 중에는 리버풀FC의 홀리건이 가장 극성을 부리기로 유명하답니다. 이 홀리건 무리들이 벌인 가장 큰 사건은 ‘헤이젤 참사’라고 불리는 사건인데, 1985년에 유로피언컵 결승전이 열린 벨기에 헤이젤 경기장에서 리버풀FC 응원단과 이탈리아의 유벤투스FC 응원단 사이에 벌어진 패싸움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39명이 사망하고 454명이 부상당한 큰 사건이었지요. 이 사건으로 영국은 엄청난 망신을 당하게 됐고, 이 부정적인 분위기를 타파해보고자 1부 리그 명칭을 ‘프리미어리그’로 변경하게 된 거예요. 

이렇게 영국축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게 된 원인을 제공했던 리버풀에서 수년이 지나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은 1989년에 일어난 ‘힐즈버러 참사’라고 불리는 영국의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발생한 96명의 팬이 사망한 사건이었어요. 당시 리버풀FC가 FA컵 준결승전에 올라가자 이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 수용능력을 크게 넘긴 2만5000여명의 축구팬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런데 축구장 출입구에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서 일이 벌어지게 된 거였어요. 이 경기가 큰 이벤트이니만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 됐는데, 이 사고로 세계 축구팬들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는데, 이 참사는 과격한 팬들의 도가 지나친 응원 열기 때문에 빚어진 참사라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영국정부의 꼼수였으며 본질은 경기장 질서유지를 책임지고 있었던 경찰들의 문제였다는 것을 긴 시간동안 진실을 추적해 왔던 유족들의 노력에 의해 2012년 밝혀졌다는 것이에요. 무려 27년만에요. 여기에서 문득 생각나는 노래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그 일을 얹어 놓는다면 이야기가 많이 무거워지니까 그만 두기로 하고…. 여하튼 긴 시간동안 열성적인 운동가로 변신했던 이 유족들을 돕기 위해 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단체를 영국의 유명 대중예술인들이 만들었어요. 바로 ‘더 저스티브 컬렉티브(The Justice Collective)’예요. 이들은 197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홀리스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그는 짐이 아닙니다. 나의 형제입니다)’를 커버해서 내놓았어요. 폴 매카트니와 로비 윌리암스 등의 초대형 스타들이 모여 사랑과 나눔에 대한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답니다. 

He Ain't Heavy, He's My Brother는 홀리스가 1969년 발표한 곡인데, 엘튼 존이 무명시절 피아노 세션을 했던 곡으로도 유명하지요. 가수 조 카커가 맨 처음에 부를 수 있었던 곡이기도 한데, 조 카커가 자기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한 곡입니다.

제목은 한 어린 소녀가 덩치가 제법 큰 아기를 업고 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그 모습이 너무 힘들어 보였는지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 소녀가 말하기를 “무겁지 않아요, 내 남동생이니까요(No, he's not heavy; he's my brother)”라고 말을 했다는 책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 신부가 미국에다 설립한 청소년보호센터 슬로건으로 “He Ain't Heavy, He's My Brother”라고 사용했고, 한 잡지의 편집장이 같은 제목으로 칼럼을 쓰게 되었는데, 이것이 그대로 노래의 제목이 됐다고 하네요.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는 제목과 가사를 가진 이 곡은 세계인들의 운동요가 돼 최근에는 세계 노숙자들을 구호하자는 단체 ‘Homeless Worldwide’에서 유명 연예인들과 노숙자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많은 가수들이 줄 설 틈도 없이 많이 불러서 잘 알려진 이 곡의 최고는 단연 홀리스의 버전을 최고로 칩니다. 하지만 이 곡에 사회운동의 의미를 부여해서 부르기로 한 시작점인 ‘저스티스 컬렉티브’의 버전을 함께 들어볼 것을 권합니다. 딴 생각을 하다가도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하모니카로 시작되는 이 곡의 동영상을 보면서 혹시 독자들이 알만한 초대형 스타들이 누가 있을까 살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 저스티스 컬렉티브의 He Ain't Heavy He's My Brother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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