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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인생 윌슨 피켓의 Land of 1000 dances
  •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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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피켓의 앨범.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배우 조승우가 주연을 한 <고고70>이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1970년대를 거쳐 달려온 장년의 독자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고고’춤을 통해 투영됐던 그 뜨거웠던 청춘의 추억이 오롯이 다가왔을 거예요. 필자 역시 그랬습니다. 피 끓는 청춘들에겐 할 수 없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던 1970년대를 거쳐 오면서, 그래도 살아있음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을 거예요. 그래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게 ‘고고’문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 시절 자정부터 새벽 4시 사이는 통행금지시간이라 바깥세상은 잠들어 있었지만, 고고클럽 안에서는 청춘들만의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던 마법의 시간이었어요. 무대 위에서는 그룹사운드가 신나는 고고리듬의 곡을 연주하고, 무대 아래선 현란한 사이키 조명 아래에서 나름 화려한 패션으로 치장한 채 격렬하게 몸을 흔들어 대던 장면들이 그 영화 속에 그대로 그려져 있더군요.

그 때, 그 곳에서는 몰리나, 무스탕 샐리, 소울 맨, 프라우드 매리 같은 곡들이 연주됐는데, 단연 최고의 댄스곡은 ‘나~ 나나나 나나나나~’하는 후렴부가 매력적인 Land of a 1000 Dances였어요. 이 곡은 정말 많은 가수와 그룹이 불렀기에 크게 알려져 있는 곡이지요. 하지만 이 곡을 대표하는 최고의 가수는 소울뮤직의 개척자이며 전설로 추앙되는 윌슨 피켓(Wilson Pickett)이예요. 원래 다른 가수의 곡인데 그리 리듬감 넘치는 흐름이 아니라 그랬는지 크게 히트하지 못했어요. 윌슨 피켓보다 먼저 카니발 앤 해드헌터스라는 그룹이 이 곡을 취입하게 됐는데, 녹음하다가 가사를 까먹어서 즉흥적으로 ‘나~ 나나나나 나나나나~’하고 얼버무렸대요. 그랬는데 의외로 이게 확 와서 닿더래요. 그대로 노래로 만들어지게 된 재미있는 사연을 가진 곡이기도 해요. 바로 이 부분을 윌슨 피켓은 자기 분위기에 맞춰 더 강하게 불러서 대 히트를 했지요. 윌슨의 이 버전 이후로 여러 가수가 따라하게 된 표본이 됐으며, 후렴부는 너무도 귀에 익어 1994년 대 히트곡인 이니 카모즈의 ‘Here Comes The Hotstepper’에도 사용됐어요.

이 곡을 대표곡으로 하는 윌슨 피켓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그의 엄마 성격이 무지하게 포악했던 모양입니다. 모두 열한명의 남매가 있었는데, 엄마는 아이들을 걸핏하면 욕하고 심하게 때리면서 학대를 했더래요. 얼마나 학대당했으면 열네 살 어린 나이에도 집에서 스스로 탈출했을까요. 이런 일을 당했던 윌슨 피켓은 나중에 유명해지고 난 다음에도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여자는 자기 엄마”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상처가 깊었답니다. 그런 상처를 보듬어줄 대상을 교회로 생각했던 윌슨 피켓은 교회 성가대에서 힘 있고 열정적인 스타일의 보컬훈련을 계기로 대중음악계에 발을 들여놓답니다. 그렇게 시작된 가수 생활은 리드미컬하고 박진감 넘치는 소울과 펑키 음악을 주로 다루면서 제임스 브라운, 오티스 레딩, 아레사 플랭클린 등과 함께 1960년대를 대표하는 소울가수로 성장하게 됐답니다. 뿐만 아니라 그룹 에어로 스미스와  롤링 스톤즈를 비롯해서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수많은 가수들에게 곡을 써주는 인기 있는 작곡가로 알려지기도 했다네요.

음악생활만 꾸준히 해왔으면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억속 훌륭한 가수로 남아 있었을 텐데, 왜 이런 사람들은 꼭 한눈을 팔게 되는 걸까요? 음주운전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남의 집 잔디밭에 차를 몰고 들어가서 소리소리 지르며 난동을 피우다가 적발되기도 했어요. 코카인을 다량 흡입한 상태에서 여자 친구를 폭행해 체포되는 일까지 있었던 그야말로 인생 막장의 길을 걷게 됐어요. 참 답답하지요? 결국 교도소까지 가게 된 윌슨 피켓은 그제야 마음을 다시 잡았는지 출소한 후 처음 데뷔했던 스튜디오에서 새 음반을 발표하게 됩니다. 이 앨범이 그래미 후보까지 올라가는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이미 음악적으로나 건강상으로 쇠락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 됐기에 생활이 확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자기 건강을 돌보지 않고 몸을 함부로 굴렸으니 건강이 좋을 리 없었겠지요. 말년에는 여러 가지 병으로 고통을 받으면서 잘못을 뉘우치게 되고, 음악생활의 시작이었던 가스펠을 다시 부르겠다며 앨범 제작을 원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도 쌩쌩했을 때 불렀던 많은 곡은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답니다. 이제 듣게 될 ‘Land of a 1000 Dances’는 곡 이름 그대로 여러 가지 형태의 고고 춤을 춰보라면서 앞에서 큰 목소리로 리딩하는 듯한 가사를 가진 정말 신나는 곡이예요. 오랜만에 한번 흔들어 보실까요?

윌슨 피켓의 Land of 1000 dances 들어보기

정재근(음악평론가, 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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