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당나무

코로나19로 인해 봄을 제대로 맞지도 못했는데 자연과 날짜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며 5월 달력을 흔들고 있다. 윤사월이 있어 음력 사월이 두 번이나 있는 올해는 코로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불교계의 결단으로 부처님 오신날 행사를 두 번째 사월초파일로 연기해놓았다.

앞집 담장 너머로 가지를 뻗어 하얀 공 모양의 탐스러운 꽃송이들을 드리우고 있는 나무가 있다.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지어진 ‘불두화’다. 두 손을 모아 만든 공만한 크기로, 하얀색 꽃잎이 자잘하게 모여 커다란 한 송이 꽃처럼 보인다.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탐스럽게 느껴진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꽃잎은 있는데 당연히 있어야 할 암술과 수술이 없다. 그래서 열매를 맺지 못한다. 여러모로 불교계를 연상시키는 꽃이다. 

열매를 맺지 못하기에 당연히 씨앗도 없어 번식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몸을 꺾어야 한다. 줄기를 일부 잘라 꺾어 심으면 뿌리가 나와 새로운 개체로 자라는 번식방법, 꺾꽂이 즉 삽목이라는 방법으로 번식을 시킨다. 그렇게 씨앗을 맺지 못하는 불두화는 사람이 만들어낸 품종인데 처음 기초가 됐던 나무가 바로 ‘백당나무’이다. 

백당나무 꽃

백당나무는 우리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로 물과 햇빛을 좋아해 계곡 입구나 숲 가장자리 등에서 살아간다. 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요즈음 꽃을 피우는데, 하얗고 독특한 꽃모양이 아주 화사하고 매력적이다. 가지 끝마다 황록색의 자잘한 진짜 꽃 수십 개를 가운데에다 동그랗게 모아 두고, 가장자리에 큰 동전만한 새하얀 가짜 꽃이 나비가 앉은 듯 둘러앉아 있다. 달리 보면 흰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북한에서는 ‘접시꽃나무’라고 부른다. 

여기서 진짜 꽃과 가짜 꽃의 구분은 암술과 수술이 있는지 없는지, 열매를 맺는지 여부에 따라 부르는 구분이다. 가짜 꽃을 장식꽃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안쪽의 작은 진짜 꽃에 곤충이나 나비가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새하얀 큰 꽃잎을 수평으로 활짝 피워 잘 보이게 하기 위함이다. 치열한 숲속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세운 똑똑한 꽃나무다. 

백당나무 열매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가짜 꽃만을 부각시켜 꽃을 피운 모양인데 닮은꼴로 수국이 있다. 수국도 가짜 꽃만 피어나기에 열매를 맺을 수 없다. 그런가하면 수국 중에 나무수국이나 산수국은 진짜 꽃 가짜 꽃이 함께 있어 백당나무를 닮았다. 꽃 모양이 닮았지만 수국은 ‘범의귀과나무’이고 백당나무와 불두화는 ‘인동과나무’로 소속이 다르다. 화려한 겉만 보고 판단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꽃이 지고 나면 달리는 빨간 백당나무 열매는 아주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즙이 많아 먹을 수 있지만 시큼해 사람은 거의 먹지 않는다. 숲에 사는 야생동물과 새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봄을 알리며 처음 꽃을 피우던 나무는 노란색 꽃나무가 많았다. 그 후 분홍색과 빨간색 나무가 꽃을 피우더니 요즘은 하얀색 꽃나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여기 저기 꽃대궐이 참 좋다. 이렇게 끝나버리는 올 봄이 너무나 아쉽다. 

저작권자 © 용인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