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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과 유한락스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 승인 2020.05.0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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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유한락스 광고

더러운 의복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세척 방법이 개발됐고, 동양에서는 나무나 볏짚 등을 태워 만든 재와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석감’이라는 이름의 세정제가 사용되기도 했다. 볏짚, 콩깍지, 들깨짚, 메밀짚 등 농경 활동을 한 뒤 남은 것들을 활용한 것이다. 잿물에 의복을 담가 빤 뒤 햇볕에 말리면 자외선에 의해 더 깨끗하게 됐다. 이런 전통적인 세탁 방식은 조선시대 후기까지 이어졌다.

고대 동양 도교에서 불로불사의 새로운 물질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는데 ‘연단술’이라고 한다. 당연하겠지만 모두 실패했다. 동양 도교에서 불사의 물질로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수은’이었기 때문이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가 되고 회색 빛깔 특유의 신비로운 색깔을 가지고 있고, 부패를 방지해 신비한 능력을 가졌다고 오해한 것이다. 동양의 연단학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다른 물질로 연구하던 중 우연히 화약을 발명하기도 했다. 

동양의 연단술이 화약으로 이어진 것처럼 서양의 연금술은 화학을 발전시켰다. 기독교 영향으로 영생 추구가 금기시됐기에 귀금속을 만드는 연금술로 이어진 것이다. 싼 납이나 철, 구리 등을 귀한 금으로 변환시키는 시도는 수많은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그런 실패 사이에 새로운 물질과 각종 화학반응이 발견됐다.

17세기 벨기에의 반 헬몬트는 나무를 태운 재가 원래 무게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불꽃이 나무성분 중 일부를 가지고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는 생각을 했다. 즉 공기가 하나로 구성된 것이 아닌 여러 성분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이 시작된 것이다. 반 헬몬트는 혼란이라는 의미의 단어 ‘카오스(Chaos)’에서 가스(Gas)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가스의 종류를 연구하던 반 헬몬트는 숯을 태울 때 발생한 공기를 나무가스라고 불렀는데, 현재의 이산화탄소다.

공기의 종류가 여러 가지로 구성된 것이 알려지면서 각종 공기들을 연구하기 위해 기체를 모으는 방법이 연구됐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대롱을 물속에 넣고 유리병 속에 기체를 집어넣는 방법이었다. 물에 잘 녹는 기체는 얻기 힘들었지만 간단한 이 방법은 화학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1774년 스웨덴에서 거의 독학으로 각종 화학 실험을 하던 셜레라는 젊은 과학자가 있었다. 가난한 과학자였던 셸레는 아궁이 한쪽에 실험기구를 갖춰놓고 여러 가지 암석들을 화학약품에 녹여 가열할 때 발생되는 기체들을 모아 분석했다. 새로 발견된 물질들을 하나하나 계산하고 맛보면서 성분을 분석하던 셸레는 친구로부터 돌 하나를 받았다. 친구가 준 돌은 망간을 함유한 암석이었다. 망간 덩어리를 염산에 넣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순수한 망간을 모으려고 했다. 그런데 염산 용액을 가열하자 강한 냄새의 황록색 가스가 발생했다. 황록색 가스는 공기보다 무겁게 가라앉았다. 신기한 것은 코르크의 노란색이 탈색됐는데 리트머스 시험지나 꽃을 집어넣자 색깔이 없어졌다. 셸레는 이 물질을 “기를 뺏는 염산”이라고 불렀다. 이후 새로운 원소라는 것이 알려진 황록색 가스는 초록색이라는 의미의 클로린으로 불리어졌다. 1825년 일본의 우다가와 요안이 소금에 있는 물질이라는 뜻으로 염소라고 이름 붙였다.

셸레가 발견한 염소는 유럽에 소개됐다. 화학자들은 표백효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염산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독성이 강하고 천을 파괴시켜 사용할 수는 없었다. 프랑스의 베르톨레는 셸레가 발견한 물질을 잿물에 녹일 경우 독성이 약해지면서 천을 깨끗하게 만드는 능력은 유지되는 것을 발견했다. 잿물의 탄산칼슘이 염소와 화학반응으로 새로운 물질이 된 것이다. 1778년 베르톨레는 파리 근처 자벨이라는 곳에 공장을 짓고 새로운 세탁용 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자벨의 물’이라고 불린 이 세제는 수개월씩 걸리던 표백 작업을 단축시켰기에 모든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자벨의 물은 세척뿐 아니라 소독에도 큰 효과를 나타내어 많은 질병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했다. 

1913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소금물을 전기분해해 만들어 낸 염소와 수산화나트륨을 이용한 표백제를 판매하는 작은 회사가 생겼다. 청운의 꿈을 안고 시작한 사업은 잘 되지 않았다. 회사는 위기에 처했고 새로운 전문 경영자가 들어왔다. 경영 전문가는 샘플을 나눠주는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기 시작했다. 표백제로 간편하게 세탁과 세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게 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이 구입하기 시작했다. 몇 년 뒤 회사 명칭도 이 상품명으로 바꾸었다. 크로락스, 미국에서 세척제의 대명사이다. 크로락스는 표백제 이외에도 청소, 살균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됐고, 1975년 유한양행의 유한락스로 국내에 소개됐다. 희석해 사용할 경우 인체에 자극이 적고 독성이 낮아 과일 세척용으로 사용될 정도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용으로 락스를 언급해 큰 파장이 일었다. 락스는 수영장 소독용으로 사용될 정도로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지만 의료용으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2013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18세 여성이 혈관으로 락스를 주사한 뒤 응급실로 이송됐다. 혈관 주사된 락스 성분은 혈액을 파괴하고 세포와 근육을 손상시켰다. 검정색 소변이 나오기 시작했고 신장기능은 정지됐다. 의료진은 7번의 응급 혈액 투석을 실시해 겨우 환자를 구해낼 수 있었다. 락스는 적절하게 사용하면 아주 안전한 물질이지만 부주의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의사들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에 신중한 이유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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