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코스트너’라는 배우가 한참 인기를 끌던 꽤 오래전, 그가 주연으로 나왔던 영화 ‘늑대와 함께 춤을’이 있었습니다. 본지 오래된 영화라 줄거리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 속에서의 인디언식 이름은 아직도 재미있던 부분이었다고 기억되네요.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 이름이 ‘늑대와 춤을’ ‘주먹 쥐고 일어서’ 등 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서는 재미로 ‘인디언식 이름 짓기’가 한동안 유행처럼 번지곤 했지요. 그 무렵을 막 지나서였을 겁니다.  갑자기 그 이전에는 없었던 태명이라는 것이 나타났어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 임시로 붙여주는 이름이라는데, 대부분 찰떡이 꼬물이 꿀떡이 등과 같이 재미있고 친근하게 짓더라고요. 그렇게 이름을 짓게 된 데는 나름 다 이유가 있었겠지요. 갑자기 그 까닭이 궁금해집니다.(하 하)

음악 하는 그룹이나 가수 중에는 자기 본명이 아닌 예명을 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 중에는 자신에게 큰 영향력을 주었다던가, 아니면 더 돋보이기 위해 이름을 짓는 경우가 있어요. 가수 태진아씨의 경우 데뷔 당시 가장 유명했던 태현실, 남진, 나훈아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서 지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지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해외 스타들 중에 ‘밥 딜런’은 자신의 우상이었던 시인 ‘딜런 토마스’의 이름을 빌려 온 경우고요, ‘엘튼 존’은 태진아씨처럼 ‘엘튼 딘’과 ‘롱 존 볼드리’의 이름을 가져온 것이에요.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알아볼까요? 감성적인 곡인 ‘She’의 주인공 엘비스 코스텔로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루 코스텔로’의 이름을 조합했어요. 지난 호에서 다뤘던 레이 찰스의 본명은 ‘레이 찰스 로빈슨’이었는데, 슈거 레이 로빈슨이라는 복서가 당시에 너무 유명해서 혼돈을 막기 위해 로빈슨은 빼고 ‘레이 찰스’로 정했다고 합니다. 

그룹들은 어차피 자기들만의 이름을 지어서 나와야 했기에 짓게 된 동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중 성의 없어 보이는 이름을 가진 유명 그룹 중에는 ‘딥 퍼플’이 대표적인데, 그룹 이름을 그냥 ‘빙 크로스비’의 노래 제목으로 쓴 거예요. ‘롤링 스톤즈’도 마찬가지로 블루스의 전설 ‘머디 워터스’의 노래 제목이고, 오늘 소개해 드릴 그룹 지지 탑(ZZ Top)은 ‘무빙 사이드 웍스’라는 이름이었는데, 우연히 길을 지나다가 보게 된 공연 포스터에 적혀있던 미국의 블루스 가수 ‘지지 힐(Z. Z. Hill)’과 블루스 기타 주자 ‘비비 킹(B.B. King)’이 멋져 보이더래요. 그래서 그 이름을 따서 조합한 이름이 ‘지지 킹(ZZ King)’이었는데, 그 이름으로 활동하다가 ‘지지 킹이 탑이다’라는 의미에서 현재의 이름인 지지 탑으로 바꿔 자그마치 50여 년 동안 활동해오고 있는 중이랍니다. 

50년을 활동해왔다면 그동안 멤버 교체가 몇 번 있었을 법도 한데, 이 그룹은 3명의 멤버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 이어온 아주 보기 드문 의리의 사나이들이라는 게 첫 번째 특징이고요. 두 번째는 선글라스와 긴 턱수염이 또 그들의 유명세를 더해주고 있답니다. 멤버 중에 두 명은 얼마나 길렀는지 모르지만 가슴까지 길게 내려오는 턱수염을 자랑하며 공연하는 모습은 이 그룹의 상징으로 딱 잡혀있어요. 그러나 정작 이름이 턱수염(Beard)인 드럼의 ‘프랭크 비어드’만 턱수염을 기르지 않고 있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에요. 이들의 상징인 턱수염은 워낙 유명해서 면도기로 유명한 질레트에서 자기 회사의 면도기로 수염을 자르는 광고를 찍으면 각각 100만불씩 주겠다고 제안했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그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을 해버렸다는군요. 아휴~ 아까워라! 100만불 받고 그 수염 깎고 난 다음에 다시 기르면 될 것을. 여하튼 이들의 수염은 말 그대로 100만 불짜리 수염이 됐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들은 블루스와 하드록 위주로 연주해오면서 변해가는 음악 트렌드에 잘 적응해 온 그룹으로 손꼽힙니다. 소개해드릴 그들의 대표적인 블루스 명곡 ‘Blue Jean Blues’도 1975년에 나온 곡인데, 지금 들어도 분위기가 아주 모던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50여 년 동안 수많은 곡을 발표하며 히트곡들을 양산해왔지만 우리나라에서는 ‘Blue Jean Blues’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봅니다. 필자가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가 생각나는군요. 왠지 모르게 고독해지는 느낌을 얻게 되면서 볼륨을 조금 더 높여 듣고 싶어지는, 그리고 곡이 참 고급지다는 생각에 주변 지인들에게 연신 소개했었던 그 때가 말입니다.  이 곡을 처음 듣게 되는 독자들이라면 아마도 필자와 같은 느낌을 얻게 되리라 단언합니다.

*지지 탑의 ‘Blue Jean Blues’ 들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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