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밥나무 꽃

사람들이 집에서 나올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학교도 문을 닫은 이 마당에 봄은 멈추지 않고 왔다. 숨통이 막힐 것 같은 요즘을 달래보려고,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곳은 자연이다. 평일에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의 시간을 느끼러 숲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주말엔 말할 것도 없다. 산길은 더 단단해지고, 옆으로 새로운 길이 나고 있다. 숲길에서 마주치면 인사하던 정다운 모습이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됐다. 

한산한 거리보다 복잡한 숲에서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은 더욱 자연을 찾는다. 전국적으로 봄꽃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유명한 휴양지는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필자의 고향인 삼척은 오래된 벚꽃길과 유채꽃밭에 바다까지 구경할 수 있는 지역행사로 유명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진행해오던 행사를 올해는 취소했다. 외부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자, 삼척시는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해 유채꽃밭을 갈아엎었다. 매년 유채꽃밭에서 씨앗을 모아 내년 축제를 위해 사용했다는데, 어쩔 수 없이 내년엔 유채 씨앗을 새로 사야겠다. 멀리 봄꽃축제에 가지 못해도 스마트폰, TV와 멀어지고 푸른 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우리 주변 숲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멀리서 보는 숲은 노란 연둣빛이 돈다. 물을 열심히 끌어 올리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잎이 일찍 피는 귀룽나무는 이미 어엿한 나무가 돼 있다. 꽃이 피고 잎이 나는 버드나무도 그들만의 정절을 보내고 있다. 숲으로 들어가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잎이 돋고 꽃이 피어 그 따뜻함이 한껏 느껴진다. 
 

콩배나무 꽃

새들은 노래도 하고, 경계도 하면서 바쁘게 날아 다닌다. 날이 따뜻하니 졸졸 흐르는 냇물에 목욕을 하기도 한다. 꼭 한두 마리가 서로 망을 봐주는 것이 한 쌍의 부부처럼 보인다. 작은 새인 붉은머리오목눈이나 박새들은 인기척이 나면 잽싸게 날아가지만 용감한 직박구리는 사람이 숲에 잠깐 들른 손님이라는 것을 알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까치 둥지 근처를 맴돌던 청서는 까치의 공격을 받고도 그 근방을 한참동안 기웃거린다. 바닥에 핀 꽃을 찾아다니다가 나무 위 꽃에도 갔다가 정신없이 날아다니던 곤충이 몸에 와서 부딪힌다. 아직 잠이 덜 깬 건가? 웃음이 난다. 벌들이 날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니 숲이 더 활기차다. 벌써 숲은 바쁘고 꽉 찬 느낌이다. 
 

숲 길

해가 잘 드는 노지에 냉이, 쑥은 이미 철이 지났다. 숲속에 회잎나무와 생강나무 새싹을 뜯어왔다. 손끝에 힘을 조금만 주었는데도 톡톡 뜯어지는 것이 먹으면 입에서 녹아버릴 것 같다. 봄이니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따뜻한 바람이 불 때마다 꽃이 피고 잎이 자란다. 며칠 전 고라니가 아파트 울타리에 끼어서 한참 버둥거렸던 일이 생각난다. 용감한 경비아저씨께서 뒷다리를 잡아 빼 주지 않으셨다면 안타까운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아랫배 털들이 울타리에 비벼지면서 뭉텅뭉텅 다 빠졌다. 고라니가 뒷산으로 뛰어가고 나서도 한참동안 그 흔적이 남아있었다. 고라니가 살기에도 좁은 뒷산인데 우리까지 다니며 길을 만드는 것이 미안하다. 우리도 고라니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넓은 숲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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