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봉산 계곡에서 서식하는 도룡뇽 알

아이들과 매일 집에 있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에너지를 소모시켜야 밤에 잠을 잘 재울 수 있을 것 같아 산책을 자주 나가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매일 점심을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바람도 쐴 겸 동네 숲으로 간다. 

구봉산 임도로 산책을 갔다. 구봉산은 처인구 원삼면에 있는 산으로 아홉 개의 봉우리가 있다 해서 구봉산이다. 산봉우리를 하나 하나 찾아가는 등산로도 있지만, 임도도 잘 정비돼 있다. 임도는 일반 등산로보다 넓은 길로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을 갖고 있고, 산을 관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구봉산 임도는 크게 북쪽 임도와 남쪽 임도로 나눠지는데, 남쪽 임도는 산 정상을 기준으로 남쪽에 펼쳐져 있어 백암면 용인대장금파크와 닿아있고, 북쪽 임도는 원삼면 두창리 마을과 석술암산으로 이어진다.  

두창저수지 안쪽 골안마을에서 시작되는 임도는 생긴 지 오래 돼 양쪽에 나무들이 자리를 잘 잡아 나무터널이 됐다. 길이 넓을 뿐 숲의 오솔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 든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에 묵논이 보이고, 그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웅덩이가 나온다. 매년 이 묵논과 웅덩이를 봄에 찾아오는 이유는 반가운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다. 올해도 여지없이 많은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았다. 벌써 올챙이가 돼 새까맣게 우굴우굴거린다. 위쪽 웅덩이에는 도롱뇽 알들이 똬리를 튼 채 물 속에 자리 잡았다. 매년 이 친구들을 확인해야 정말로 이 산에 봄이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롱뇽

더 걷다보면 길이 기역자로 확 꺾이는 구간이 나오는데 거기 모서리에도 웅덩이가 있다. 위 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이 모여 웅덩이를 만드는 데 이곳 또한 도롱뇽들이 무더기로 알을 낳는 곳이다. 작은 계곡인데도 돌을 들쳐보면 심심치 않게 알을 낳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는 도롱뇽들을 볼 수 있다. 약간 보태면 물 반 도롱뇽 반이라는 허풍도 통할만 하다. 구봉산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이 곳 만큼 도롱뇽을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겨울에는 눈 대신 비가 많이 와서인지 계곡에 물이 많고, 없던 계곡도 생겨났다. 그런데 계곡이 있다고 다 산개구리가 알을 낳고, 도롱뇽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회귀습성이 있는지, 아님 좋아하는 곳이 따로 있는지 항상 있는 데만 있다. 없는 데는 매년 찾아봐도 없다. 그래서 걱정이다. 작년에 용인시에서 MOU를 체결한 스마트팜 업체가 사들인 땅에 이 아름다운 임도와 계곡이 포함됐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생명들이 깃들어 사는 아름다운 임도가 지켜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임도 곳곳에 예전엔 없던, 사유지임을 알리며 산책과 출입을 금지한다고 써 있는 업체 표지판이 무섭게 느껴진다. 

이번 산책에는 운이 좋았다. 빨간 토슈즈를 신은 우아한 발레리나를 만날 수 있었다. 올괴불나무 꽃을 보고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분홍색 꽃잎이 치켜 올라간 모습과 빨간 꽃밥을 가진 수술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그렇게 보인다. 잎도 없는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아주 연약해 보이는 분홍색 꽃이 듬성듬성 달려있기에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가게 된다. 
 

올괴불나무꽃

올아귀꽃나무라고도 불리는 ‘올괴불나무’는 노란 꽃이 피는 생강나무와 함께 숲에서 가장 먼저 꽃소식을 전하는 나무다. ‘올’이란 말은 이른, 빠른 이라는 뜻으로 올벼처럼 빨리 꽃이 핀다고 올괴불나무이다. ‘괴불’은 여러 가지 추측이 있는데, 색 헝겊을 접어서 그 속에 솜을 통통하게 넣고 수를 놓아 색 끈을 단 어린아이의 노리개를 뜻하는 괴불과 꽃 모양이 닮아서 괴불나무라 불렀다는 설, 두 개씩 달리는 붉은 동그란 열매 모양이 고양이나 개의 불O(수컷의 생식기관)을 닮았다 해서 그렇게 부른다고도 한다. 산괴불주머니와 자주괴불주머니 꽃들이 주렁주렁 달려 노리개 괴불의 색끈을 연상케 하는 것으로 봐서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이 나을듯하다. 이렇게 예쁘고 우아한 꽃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코로나19로 봄을 느낄 새도 없이 날짜는 지나고 있다. 자연의 순리를 어긴 대가를 너무나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요즘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있다. 일이 이미 잘못된 뒤에는 손을 써도 소용이 없다는 뜻으로 안타까운 후회를 담고 있다. 그러나 외양간을 고쳐야지만 더 많은 소를 잃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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