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에서 깬 개구리 모습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우리들의 일상은 마비되고 있다. 개학이 연기돼 학생들과 함께 숲으로 가는 것이 일인 필자의 일상도 정지 상태이다. 오랜 칩거 생활은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에겐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우리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기로 하고 숲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지켜야 할 규칙이 많아졌다. 마스크는 꼭 끼고 있어야 하고, 친구들과 적당한 거리를 꼭 유지해야 한다. 이런 규칙에 평상시의 숲 체험 규칙까지 더하고 우리는 봄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다. 아이들은 뛰기 시작했다. 

“잠깐만~” 뛰어가던 아이들에게 내 말이 들릴 리 없다. 더 큰 목소리로 “잠깐만~”을 외쳤다. 그제야 아이들이 나를 봐주었다. “오늘 어디로 갈 거예요? 개구리가 알을 낳았어요. 도롱뇽도 나타났어요. 우리 어디로 갈까요?” “우리 웅덩이로 가 봐요” 우리는 숲 체험 때마다 꼭 확인해 보는 웅덩이를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갔다.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녹았던 웅덩이는 얼어있었다. 그 사이로 개구리 알들이 보였다. 개구리 알들로 우리들의 대화는 계속됐다. 

“선생님, 조그마한 올챙이가 있어요, 여긴 조그마한 점이 있어요” 개구리 알들의 상황이 각양각색이다. 일찍 낳은 알은 벌써 아주 작은 올챙이가 돼 있었고,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알들은 아직 조그마한 점 상태였다. “이 개구리 알들은 지난번에 우리가 만났던 옴개구리 알들일까? 옴개구리를 만난 건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지 않았나?” “선생님, 우리 무당개구리도 봤어요” “언제?” “저번에 하수구에서요” “옴개구리가 아니고?” “아니요, 등은 초록색이고 배가 붉은색이 많은 개구리요” 그러면 옴개구리가 아닌데, 드디어 기억이 났다.

아이들이 숲 체험 때마다 확인해 보는 웅덩이를 살펴보고 있다

“그러네, 이산에는 진짜 다양한 개구리가 살고 있네. 그럼 도롱뇽도 살고 있을까 흔적을 찾아보자” “어떻게요?” “지금이 도롱뇽이 물속으로 들어와 알을 낳는 시기야, 알을 찾아 보면 되지” “도롱뇽 알이 어떻게 생겼는데요?” “순대처럼 생겼어” 아이들은 도룡농 알 찾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선 끝내 도롱뇽 알을 찾지 못했다. “지금 알을 낳은 개구리들은 산개구리들이야. 아마 저 웅덩이 알들은 북방산개구리가 낳은 알일 거야. 근데 얘들아, 양서류는 피부로도 숨을 쉬기 때문에 웅덩이가 더러워지면 그 속에 있는 개구리와 올챙이들이 숨쉬기가 힘들데. 양서류를 오래 볼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고 물었다. “웅덩이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해요”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 기억했다. 

웅덩이를 떠난 우리는 졸졸졸 물소리를 내는 계곡에 도착했다. 이곳에 도롱뇽이 살지 않을까 하며 다 같이 찾기 시작했다. 계곡물이 모이는 도랑 속 나뭇가지에 순대처럼 생긴 알 덩어리들이 한가득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도롱뇽알.

물속 봄을 찾은 우리들에게 이제야 숲의 봄이 보였다. 진달래의 분홍 꽃봉오리는 한껏 부풀어 있었고, 양지바른 곳에는 벌써 한두 송이 꽃이 폈다. 생강나무는 노란 꽃망울을 팝콘처럼 팡 터뜨렸다. 우리 갈 길을 방해하던 찔레나무에는 연한 새순이 돋아났다. 발밑에는 냉이, 민들레, 꽃다지가 꽃을 피웠다. 봄이 한창이었다. 다음 달 진달래와 생강나무의 모습을 아이들과 볼 수 있을까? 연한 찔레순을 맛볼 순간을 가질 수 있을까? 숲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새삼 우리를 행복하게 했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더 간절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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