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마을을 잇다-포곡읍 둔전8리 김용주(58) 이장

마을에서 주민의 대표로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이·통장들이다. 요즘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도시화되면서 이웃 간 왕래도 줄었지만 마을 일을 돌보고 주민 목소리를 최전선에서 들어주는 이·통장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용인시민신문>은 용인 발전의 숨은 주역들인 이·통장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싣는 기획을 마련했다. / 편집자 주  

김용주 포곡읍 둔전8리 이장

“1998년부터 딱 1년 쉬었고 계속 이장을 맡았어요. 마을 사람들이 무슨 일만 있으면 전화하시죠. 그만큼 믿어주시는구나 싶어서 그저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요.”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둔전2리 이장만 6년, 둔전8리로 이사 온 후 바로 또 이장을 맡으며 20년 넘게 주민의 대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김용주 이장. 그는 둔전 어디를 가도 아는 사람을 만나는 지역 토박이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이·통장은 한번 맡았다고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마을 일을 하다보면 생계를 위한 직장 일에 소홀해질 수 있고 여러 가지 신경 쓸 일도 많기 때문이다. 몇 년 하다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게 보통이란다. 
“한 달에 한번 회의도 있고 갑자기 민원이 발생해 해결해야 할 수도 있어요. 직장을 다니면 힘들죠. 저도 잘 다니던 직장을 중간에 그만뒀어요.”

농촌지역 이장은 특히 봄이 되기 전 할 일이 많다. 농사를 짓는 가구별로 다니면서 필요한 씨앗이나 거름, 도구 신청을 받아 지역 농협에 주문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근에 공사 계획이라도 잡히면 공사 업체에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업체 의견도 주민들에게 다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인터뷰가 진행됐던 13일에도 김 이장은 구리~세종 간 고속도로 건설 건으로 업체를 방문한 직후였다. 

“이 근방의 지리나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그러니까 업체에 그런 걸 얘기해주면 업체는 또 할 수 있는 선에서 협의를 해주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해결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거죠.” 

둔전8리 주민들은 도로나 우수관로 파손, 가로등 고장 같은 민원을 김 이장에게 전화해 해결한다. 최근엔 시청이나 구청에 전화하거나 SNS를 통해 간편하게 민원처리가 가능해졌지만 이곳 주민들은 그보다 김 이장을 통한 해결이 더 편한 눈치다. 덕분에 김 이장 휴대전화는 늘 바쁘다. 

“둔전8리에는 어려운 분들이 꽤 많아요. 혼자 사시는 어르신께 조그만 거 하나라도 갖다 드리면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받은 선물이 좋은 게 아니라 누군가 가서 말벗이 돼 드리는 걸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이 있는지도 살펴야 해요.”
평소 마음씨 착하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김용주 이장은 하나 꿈이 있다. 둔전리에 5일장 같은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에게 도움도 되고 마을의 분위기도 살아날 수 있다고 믿어요. 상인회와 계속 얘기하면서 추진하고 있는데 주민들이 더 관심 갖고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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