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연말 연시 풍경은 그랬을 것이다. 신앙심을 떠나 크리스마스면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카드 한 장을 보냈을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어른들게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는 연하장 역시 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늘 우체통은 뜨끈뜨근 했으며, 배달원의 따르릉 자전거 소리 역시 행복함 그 자체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크리스마스 카드는 뜸해진지 오래고, 존경과 진심을 담은 연하장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대신하고 있다. 우체국도 연말연시 풍경이 예년과 많이 달라졌단다. 

그런 풍경을 기대하고 찾은 동백우체국. 그곳 역사를 같이하는 지킴이가 있다. 이미 그에 대한 칭찬은 자자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소속으로 동백우체국에서 10년째 금융경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임정숙(55)씨. 며칠 앞으로 다가온 연말연시 느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내부에는 20명이 훌쩍 넘는 고객들로 들어 차 있었다. 임정숙씨는 고령의 고객을 찾아 하나 하나 도와 드릴 일이 없느냐고 묻는다. 객지생활을 하고 있는 자식에게 택배를 보내기 위해 찾았다는 한 고객을 찾아 현란한 솜씨로 포장과 접수를 대신해주자 한끼 대접이라도 해주고 싶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동백우체국은 용인에서 고객이 가장 많이 찾는 지점이다. 월요일에 많게는 7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에 연말연시까지 더해져 고객 면면을 보며 인사는 커녕 눈빛 교환 조차 힘들다. 그럼에도 임정숙씨는 누가 왔고 누가 오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단다. 오전시간 하루가 멀다하고 정기적인 만남을 가져온 단골 고객 들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임정숙씨는 아무리 이용자 수가 많다 하더라도 이웃고객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하단다. 

“시장을 가면 만나는 분들이고, 우체국 주변 청소를 하다 만나지는 분들이죠. 그냥 업무 때문에 알고 지내는 고객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시니 가족과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며칠 전 독감 때문에 결근했는데 평소 잘 아시는 분들이 안부를 물어와 정말 고마웠죠”

10년의 세월동안 그저 이웃 간에 소박한 정만 나눈 것도 아니다. 임정숙씨는 3년여로 기억했다. 우체국 자주 찾던 한 고객은 그날도 휠체어를 타고 우체국을 찾았다. 평소와 다르게 긴박한 모습으로 통화하는 모습으로 창구를 찾아 돈을 찾아가는 모습이 뭔가 이상함을 느꼈단다. 

“몇 번을 물어봤죠. 아시는 분이냐. 그렇다고 말씀을 하시는데 통화 내용을 들으니 아니더라구요. 보이스피싱인 것 같아 차근차근 설명해 피해를 막은 적도 있어요. 얼마 전에는 중년의 여성이 자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 편안한 모습으로 거래를 하고 계시는걸 받는데 나중에 알보니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웃들의 일상과 함께 하다보니 많은 일을 함께 겪죠”
 

우체국은 업무 특성상 2~3년에 한번씩 다른 지점을 돌면 순환 근무를 한단다. 하지만 시설관리단 소속인 임정숙씨는 동백우체국의 역사에 얼추 같은 10년간 한 곳에서 근무를 했다. 그,렇다 보니 고객이 갖는 신뢰는 더 크단다. 

동백우체국 오영란 국장은 “시설관리가 주업무신데 고객분들을 위해 포장에서 접수까지 다 해주시시니 이사 간 고객분들도 찾아오기도 해요. 창구에 근무하시는 분들은 보통 2~3년이 지나면 다른 곳으로 발령나는데 10년을 지키고 계시는 고객분들게 편안함을 드리는 것 같아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루종일 고객을 대하다보면 마음 편히 앉아 쉴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단다. 그렇다 보니 솔직히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라면서 한 가지 덧붙인다. “사람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한번 해보세요”
“힘들죠. 하지만 우체국을 찾아 오시는 고객들과 이웃들 얼굴을 보며 일한다는 것은 매우 좋은 부분이라고 봐요. 앞으로 정년까지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이웃들과 연말연시 뿐 아니라 평소에도 따뜻한 정을 나누며 근무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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