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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 레이트의 ‘I Can't Make You Love Me’
  •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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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레이트 VEVO 유튜브 화면 캡처

필자도 그랬지만 주변 연애상담을 받게 된 예전 기성세대들은 의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속담을 인용해서 애정전선의 성공을 위해 더 힘을 내보라고 응원하곤 했습니다. 본뜻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열심히 노력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내용이기에 좋은 생각으로 그 말을 쓰곤 했지만 이제는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이 속담의 인용이 이성 관계에 적용되면 안 되는 시대예요. 아무리 상대가 나 싫다고 해도 계속 구애하면 마음을 빼앗을 수 있다는 의미 확장으로 사용됐던 말은 자칫하면 스토킹까지 미화하는 경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우쳤습니다. 상대가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3번 이상 만남을 요구하거나 불안감을 주면 스토킹 범죄가 된다는 판례도 있는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이제는 이 속담을 이성 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지요.

이번 호에 소개할 노래가 그 분위기를 뒷받침하는 노래랍니다. ‘I Can't Make You Love Me’라는 곡인데 보니 레이트(Bonnie Raitt)가 불러 크게 히트했던 곡이에요. 노래 제목 자체가 아주 매몰차잖아요. 노래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담담하게 자기 속마음을 차분하게 구술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뭔지는 몰라도 그 이야기를 그대로 수긍해야 할 것 같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받습니다.

이 노래는 아델, 조지 마이클, 보이즈 투 맨, 낸시 윌슨 등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가수들이 다시 불렀고,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단골 곡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매력적이고 좋은 곡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이 노래가 만들어진 동기는 아주 엉뚱하게도 한 남자가 ‘술에 잔뜩 취해서 죽어라 짝사랑하던 여자가 자기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자 그 여자의 차에 총질했다’는 사건 기사를 보고 작곡가가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래요. 그 일로 총을 쏜 남자는 재판정에 섰는데, 판사가 ‘뭐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판사인 당신도 어느 여자이든 당신을 원치 않는다면 억지로 당신을 사랑하게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대요. 바로 그 기사가 작곡가에게 노래를 만들기 위한 씨앗이 됐던 겁니다.

결국 이 노래는 내가 아무리 누군가를 미치도록 사랑한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나를 사랑하게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노래입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이야기는 완전히 틀렸다는 이야기지요. 

그녀 아버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였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였답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어! 백인 아가씨가 블루스 연주를 하네!’ 하는 주변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후 22살 때인 1971년 데뷔 앨범을 냈는데 기타 연주에 대해서는 호평을 받았으나 특별한 대중적 인기는 얻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1977년 델 샤논의 고전인 ‘Runaway’를 리메이크했는데 그 곡이 히트하면서 상업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러나 그 이후로 또 잠잠했어요. 일은 열심히 하는데 왜 빛을 못 보는 이들이 우리 주변에도 많이 있잖아요. 그녀가 딱 그랬어요. 거기다가 알코올과 약물중독까지 겹쳐서 참으로 암담한 시간을 지냈다고나 할까요.

그러다가 11번째 앨범이 1991년에 나왔는데, 이 앨범이 그녀 음악생활에서 큰 전환점이 되고만 겁니다. 크게 히트했다는 거죠. 그럼 데뷔 이래 도대체 몇 년 만인가요? 무려 21년 만이네요. 그 이후에는 그야말로 탄탄대로. 몇 차례 그래미상도 수상하고, 빌보드차트에도 연이어 상위에 오르고 이윽고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기도 했어요. 또 롤링스톤지가 선정하는 이 시대 최고 기타리스트 100인 안에 꼽히기도 했지요.

적극적인 정치적 행동도 두드러졌는데, 1972년에 발표한 앨범은 당시 미국의 적이었던 월맹사람들에겐 위로의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1979년도부터 반핵운동을 시작했으며 어린 학생들에게 무료 악기와 레슨을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공식 후원자로도 활동했지요. 2004년 동남아시아에 몰아닥쳤던 쓰나미 피해 복구를 위한 자선앨범에도 참여했습니다. 지금도 정치적 발언이나 행동에 망설임이 없이 나서는 보니 레이트. 오랜 기간 내공을 쌓은 그 분야 활동을 해서였는지 목소리에는 여전히 담담한 계몽적인 느낌이 묻어있는 듯합니다. 

보니 레이트의 ‘I Can't Make You Love Me’ 들어보기
https://youtu.be/nW9Cu6GYqxo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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