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 나무

얼마 전 소나무를 보면서 평소 궁금증을 물어보는 분이 계셨다. “소나무는 상록수인데, 누렇게 붙어있는 잎들은 병이 들어서 그런 건가요?” 언제나 푸른 나무라는 뜻의 ‘상록수’는 사계절 잎을 푸르다. 하지만 처음 싹을 틔웠을 때의 떡잎은 가지고 있지는 않다. 상록수도 주기적으로 잎을 가는데, 소나무 잎 수명은 2~3년 정도이다. 한번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야기인데, 또 막상 그런 의문을 갖는 것도 쉽지 않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라는 나무는 소나무와 같은 겉씨식물이면서 침엽식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엽성이다. 초겨울인 지금 이 나무는 주황색이나 갈색으로 단풍이 들어있다. 그 어떤 나무보다도 뾰족하고 높이 솟은 모습이 참 이국적이면서 멋있다. 

메타세쿼이아는 키가 35m에 달하고 그에 맞게 둘레도 큰 나무이다. 줄기의 나무껍질은 세로로 갈라지면서 벗겨지고 붉은 갈색을 띤다. 잎은 깃털 모양이고, 낙엽이 질 때 잔가지와 함께 떨어진다. 이렇게 설명하면 참 어려운 나무인데, 눈으로 보면 ‘아, 이 나무~’ 하고 딱 알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전역에 가로수로 심어 놓아, 우리가 일일이 다 알지 못하는 멋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전국에 있다. 담양의 가로수 길은 영화촬영지와 방송에 나오면서 아주 유명한 곳이 되었다. 용인에도 에버랜드 메타세쿼이아 길이 참 아름답다. 

메타세쿼이아는 선사시대에 화석이 발견된, 오래전부터 지구에서 살아온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신생대 메타세쿼이아 화석이 발견됐다고 하니 이름과 외모는 이국적이나 왠지 가깝게 느껴진다. 1946년 중국에서 살아있는 나무가 발견되기 전까지 이 나무는 정말 화석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였다. 한 사람이 아주 우연히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고,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란 별명이 붙었다. 식물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식물이 있다. 우리와 상관없이 사라지고 새롭게 생겨나는 식물들도 있다. 식물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하지만 식물이 모여 만들어지는 숲이 어떻게 변하고 유지되는지, 그 안에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알고 느끼는 것도 참 의미가 있다. 
 

메타세쿼이아 열매

공룡이 살던 시대에는 고사리도 나무처럼 컸다고 한다. 그때 메타세쿼이아는 얼마나 컸을까? 지금도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로 이름을 알리는 나무인 ‘자이언트세쿼이아’는 110m의 키에 무게도 어마어마하다. 그 친척인 만큼 메타세쿼이아도 상상 이상의 크기를 자랑하지 않았을까? 메타세쿼이아를 볼 때마다 자이언트세쿼이아가 생각나고, 이 나무를 떠올릴 때마다 필자는 식물분류학 교수님이 생각난다. 하얀 머리를 하시고, 작은 체구이지만 언제나 열정적으로 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이 나무를 자른 그루터기에서 식탁을 차려 음식을 먹고, 그 옆에서 사람들이 악기를 연주했다는 이야기, 쓰러진 나무에 구멍을 뚫어 만든 2차선 도로에 차가 지나다녔다는 이야기는 이 나무가 얼마나 큰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수업시간은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옛날이야기를 듣는 너무도 재미있고, 신기한 시간이었다. 필자가 지금 나무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그 열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그때의 추억으로 아직도 필자는 숲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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