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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프레스턴의 ‘You Are So Beautiful’
  •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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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프레스턴의 ‘You Are So Beautiful’ 유튜브 라이브 화면 캡처

대중음악을 듣다 보면, 귀에 익은 유명한 곡인데 다른 가수가 불러서 좀 더 새롭게 느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통 커버곡 내지는 리메이크곡이라고 부르지요. 그 경계가 자로 재듯 명확하지 않지만 흔히 구분하는 기준으로는 기존 곡의 원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상태로 다시 부른 경우를 커버곡이라고 말하고, 기존 곡에 본인의 특색에 맞게 편곡한 곡을 리메이크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다른 가수의 곡이 원곡보다 더 유명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중 하나가 ‘You Are So Beautiful’이라는 곡이랍니다. 팝송을 조금 아는 분들은 이 곡은 원래 걸걸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주인공 ‘조 카커’ 곡이라고 많이 알고 계시지요? 하지만 이 곡은 조 카커가 비틀즈의 제5멤버로 불렸던 빌리 프레스턴의 곡을 다시 부른 거랍니다. 빌리 프레스턴은 1974년에 이 곡을 만들어서 자기 앨범에 실어 세상에 알렸고, 같은 해에 조 카커가 조금 느린 버전으로 다시 불러서 녹음했거든요. 근데 이게 대박 난 거예요. 

이 곡은 빌리 프레스턴이 연극배우였던 자기 어머니를 그리면서 만든 노래입니다. 그런데 가사 내용이나 분위기로 느껴지기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보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듯한 느낌을 주지요. 여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전설적인 흑인 듀오 샘 앤 데이브(Sam & Dave)의 샘무어가 한 라디오에서 예전 일을 회고하면서 알려졌는데요. 샘 무어는 공연 때마다 공연장을 찾은 여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이 곡을 최대한 느끼하게 해서 자주 불렀대요. 그런데 어느 날 함께 공연하던 빌리가 샘이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더니 기겁하면서 한동안 씩씩대더래요. 그러더니 “야! 이 곡이 어떤 곡인데, 여자를 꼬시는 데 이용을 한단 말이야! 이 곡은 우리 어머니에 대한 노래란 말이얏!” 하고 소리를 질러서 그제야 이 노래의 대상이 누군지 알게 됐대요.(하 하)

원래 빌리 프레스턴은 가스펠을 기초에 둔 음악인이었어요. 그러니 이 곡 안에는 일반적인 어머니보다 더욱더 성스러운 이미지의 어머니가 있었을 텐데, 이런 곡을 여자를 유혹하는 데 사용했다니, 성을 낼만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가창력이 조금이라도 있다 싶은 가수들은 거의 이 노래를 한 번씩 이성을 유혹하는 듯한 감정을 잔뜩 실어 불러봤을 겁니다. 아마도 지금 이 시간에도 원작자의 의도와 다르게 수많은 곳에서 여성을 유혹하는 노래로 불리고 있을 테니 빌리가 지하에서도 기절초풍할 일 아니겠어요?(하 하) 

어떻게 부르고 들려지던 간에 기가 막히는 노래를 만든 빌리는 3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해서 10살도 안 된 나이에 가스펠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마하리아 잭슨’과 가스펠계의 실력자 ‘제임스 클리블랜드’ 등과 함께 공연하는 천재성을 보여줬답니다. 노래뿐만 아니라 아역 배우부터 시작한 연기로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다재다능함을 보였던 그는 함께 활동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내놓은 한 줄 평 그대로인 ‘Musicians' Musician’이었어요. 

‘Nothing From Nothing’, ‘Outa-Space’ 등의 히트곡이 있는 가수로도 이름이 났지만 키보드 연주자로 더 이름을 떨치며 비틀즈, 롤링 스톤스, 아레사 프랭클린, 밥 딜런 등의 앨범 제작에 참여했어요. 빌리는 비틀즈의 마지막 앨범 ‘Get Back’ 제작에 참여한 것은 물론 런던에서 열린 비틀즈의 마지막 라이브 무대에 연주자로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생전에 “음악적으로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은 ‘Let It Be’를 연주할 때였다”고 밝히기도 한 그는 이런 활동으로 다섯 번째 비틀 또는 검은 비틀즈라고 불리었습니다. 비틀즈의 Let It Be 앨범의 거의 모든 곡에서 건반 연주를 해 놓은 사람이 바로 빌리거든요. 비틀즈의 그 유명한 옥상 게릴라 공연 영상을 보면, 몸을 웅크리고 건반 연주를 하는 흑인이 보이는데, 바로 그가 빌리 프레스톤입니다. 

비틀즈가 무명이었을 때 만나 인연이 됐던 그들은 비틀즈가 해체되고 난 다음에도 비틀즈 멤버들의 앨범 제작에 연주 도움을 주면서 끈끈한 정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개인 음반과 노래를 발표해 그래미상을 받는 영예까지 누렸던 프레스턴은 1990년대에 손을 댄 마약 중독의 후유증으로 십수 년간 고생하다 결국에는 2005년 숨을 거두었으니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빌리가 만들었으나 조 카커 목소리로 더 유명해진 노래 ‘You Are So Beautiful’을 이성을 유혹하는 노래가 아닌 어머니를 생각하는 노래라는 것을 오늘 알려드렸으니, 빌리의 연주와 목소리로 한번 들어보실까요?

빌리 프레스턴의 ‘You Are So Beautiful’ 들어보기
https://youtu.be/Mvnz3zIcFeU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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