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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 테일러 블루스 프로젝트의 ‘Movin’ On’
  •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1.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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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Dollar Dress 2001 앨범 유튜브 화면 캡처

대부분의 독자들은 모르시겠지만, 아주 예전에 다운타운가 디스크자키(DJ)로 제 이름이 좀 날 무렵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이름이 나고 얼굴도 좀 알려지고 하다 보니 건방 끼가 오더라고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음악을 나만큼 많이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고, 또 진행도 나만큼 잘하는 사람도 별로 없을 거라는 치기 섞인 건방짐. 그러나 세상을 조금 더 살다 보니, 그런 것은 무엇이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하는 놈들이 거의 다 가지고 있는 보편적 증세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하 하) 여하튼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 노트에 유명 팝 아티스트의 생년월일부터 언제 무슨 곡을 내놓았고, 앨범은 무엇이 있는지 등 별별 잡다한 자료들을 다 수집해서 적어 넣고 달달 외워 멘트를 하면서 그게 뭐 대단한 것이나 되는 양, 어깨를 으쓱하며 과시하고 그랬었지요.(하 하)

그러던 어느 날, 지금은 몇 권의 시집을 내놓으며 중견시인 소리를 듣는 당시로는 글줄이나 좀 씁네 했던 친구와 서울 종로의 한 학사주점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어느 팝 가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됐습니다. 물론 대중음악 관련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이야기의 주도권을 잡고서 역시나 뭐 그 아티스트의 신변잡기부터 결혼은 언제하고, 뭔 학교를 나오고, 앨범은 몇 장을 냈으며, 이렇고 저렇고 한참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친구 하품을 늘어지게 하더니, 찌개 안주가 담겨 있던 냄비를 숟가락으로 탕탕 치면서 제게 한마디 하기 시작하더군요.

‘야! 너 이 찌개를 먹고, 누군가가 이 찌개가 어떠냐 하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냐?’더니 이어서 ‘넌 아마도 누가 그렇게 물으면 이 찌개는, 냄비는 어느 회사에서 만들었고, 물은 몇 리터를 넣었으며 고춧가루는 몇 스푼을 넣고, 파와 양념은 몇 그램이 들어갔다는 등의 이야기를 할 놈이다. 그냥 찌개는 맛있다 맛없다 맵다 짜다 등등의 이야기만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라는 거예요.

순간 뭔가에 얻어맞은 것처럼 번쩍하는 것이, 그때부터 ‘옳다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맞다!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들어서 좋으면 그만이고, 안 좋으면 듣지 않으면 그만인데 뭔 음악 듣는 게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그 가수나 연주자의 가족관계나 이력까지 알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 이후 디제이를 그만둘 때까지 가급적이면 음악 소개할 때 다른 것보다 그 음악에 대한 분위기나 가수에 대해 짧은 소개만 하게 되었지요. 그랬더니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고요. 

이번 호에서 소개할 곡도 가수가 어떻다는 것을 많이 이야기해봐야 독자들과 소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음악만 잘 들어주시면 되지요.
필자는 주로 블루스 음악이나 재즈 음악을 많이 소개해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워낙에 방송미디어의 접근이 쉬운지라 어지간한 음악정보는 독자들이 더 많이 알고 계시는 경우가 다반사임에도 블루스 음악들은 그러하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블루스 음악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도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블루스 음악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영국 태생인데 80년대 말 캐나다로 이사하고 그곳에서 가수 활동을 하며 인기를 얻게 된 블루스 보컬리스트 던 테일러 왓슨(Dawn Tyler Watson)의 밴드 ‘던 테일러 블루스 프로젝트’의 곡입니다. 캐나다 쪽에서는 그녀의 목소리를 가지고 ‘사람을 유혹하는 매력적이며 신비한 악기’라고 평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듣기에는 신비한 악기라기보다 ‘맨발의 디바’라고 불리는 우리나라 가수 이은미와 비슷하게 느껴져서 열정적으로 비추어집니다. 그렇다고 이은미 씨의 목소리가 어떻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녀는 데뷔 이래. 본인의 밴드로 앨범을 한번 낸 이후 또 다른 캐나다 블루스 기타리스트 겸 가수 폴 데스로리어(Paul Deslauriers)와 계속 공동 작업으로 앨범과 연주활동을 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밴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따로 만나 활동하는 두 사람의 조화는 신기하게도 잘 맞아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까지 일컬어진답니다. 이번 호 추천하는 곡은 ‘Movin’ on‘입니다. 아래에 연결된 음악을 클릭해서 듣는 순간, 주변 분위기가 달리 느껴지리라 생각합니다.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이런 곡은 좋은 앰프를 통해서 볼륨을 크게 하거나, 헤드폰을 끼고 들어봐야 제대로입니다.

* 던 테일러 블루스 프로젝트의 ‘Movin’ On’ 들어보기
https://youtu.be/1MlB5lpkCdg

정재근(음악평론가.팝 칼럼니스트)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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