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말까지 호암미술관 상설전 
유영국·김환기 등 대표작가 작품

김환기의 '무제 31-III #162' 1970(왼쪽) / 유영국의 '산' 1966

호암미술관은 내년 말까지 근대시기부터 현대까지 한국 추상미술의 궤적을 짚어보는 ‘한국 추상미술의 여정’전을 연다. 이번 상설전은 20세기 초에 유입된 서구 추상미술이 한국 근현대라는 시공간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새롭게 창조됐는지 시대와 경향에 따라 네 개의 소주제로 나눠 살펴본다. 

‘재현에서 추상으로’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유학했던 작가들에 의해 처음 소개된 추상미술이 심화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따라가 본다. ‘추상으로 표현하다’는 한국 최초의 집단적 추상미술운동인 앵포르멜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한국화의 새로운 실험’에서는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 했던 동양화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내면의 예술’에서는 한국적 모더니즘의 정수로 여겨지는 단색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국제적인 미술의 흐름에 동참해 새로운 조형세계를 창출하고자 했던 작가들은 때로 근·현대 한국에서의 시대와 역사를, 때로는 스스로의 내면을 파고들며 한국적 추상의 가능성과 당위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호암미술관 이번 상설전은 작가들의 고민과 열정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추상미술의 싹을 틔운 선구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화가 유영국(1916~2002)은 산을 주제로 수많은 추상화를 남긴 작가다. 대부분 근대 작가들처럼 일본에서 유학하고 1940년대 초반까지 재야화단에서 활동하며 기하추상에 몰두했다. 귀국 후 1947년에는 김환기 이규상 장욱진 등과 함께 신사실파를 조직해 추상양식을 한국 풍토에 맞게 적용시켰다. 작품 ‘산(1966)’은 유 작가가 산에 집중하기 시작할 즈음의 대표작으로 파란색으로 산세를 추상화하고 노란색과 초록색을 더해 몇 안 되는 색채로 깊은 산의 공간감까지 표현하고 있다. 사실적인 묘사  없이도 자연의 장엄함을 전달하는 유 작가의 원숙한 추상의 경지를 엿볼 수 있다. 

‘점화’로 유명한 김환기(1913~1974) 작가는 모국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밤하늘의 별을 헤듯 화면 가득 점을 찍어 완성했던 작가다. 1970년대 이후 단색화 출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권영우(1926~2013) 작가 역시 단색화를 대표하는 작가다. 동양화에 대한 통념을 벗고 추상작업에 평생을 매진했다. 권 작가는 겹쳐 바른 한지를 뚫거나 찢은 다음 안료가 종이의 굴곡과 틈에 따라 번지게 하는 다양한 기법들을 시도했다.  

이외 1950년대 후반 앵포르멜 운동을 이끈 ‘현대미술가협회’ 서양화단 주요 작가였던 조용익, 해방 후 1세대 작가인 서세옥의 수묵 추상화도 만날 수 있다. (문의 031-320-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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