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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민참여재판에 다녀왔다

지난달 중순쯤이다. 우체국에서 문자가 한통 왔다. 평소 같으면 무관심했을텐데 발송인에 적힌 한 단어에 순간 번쩍했다. ‘형사합의’. 기자 일을 하다보면 명예훼손 등등의 이유로 송사에 휘말리기도 한다. 하지만 ‘형사’는 상황이 쫌 다르다. 이래저래 확인하니 국민참여재판 배심원에 초대한다는 안내문이 담긴 우편물이었다. 

국민참여재판 낯선 단어는 아니지만 정작 배심원 후보가 되고 보니 관심 집중 사안이 됐다. 그렇게 한달여를 기다린 24일 드디어 수원지방법원에 출석(엄연히 사건번호가 있다)해 초초한 심정으로 기다렸다. 

법원은 분명 부담스러운 공간이다. 취재 차 방문해도 그 부담스러운 무게감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여기에 사건번호까지 적힌 통지서를 들고 아침 일찍 법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발랄할리 없다. 

배심원 후보자는 법원 관할구역 내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 국민 중 전산프로그램으로 무작위로 추출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전체인구는 1300만명으로 이중 만 20세 이상은 1000만명에 이른다. 수원본원 관할 구역인 용인과 수원 등에 거주하는 만 20세 인구만 250만명이 넘는다. 이날 나눠준 번호표 끝번이 140여번인 것을 감안하면 17000:1의 경쟁률인 셈이다. 여기에 이날 출석한 후보는 30여명 남짓. 그리고 최종 7명이다. 이렇다 보니 무슨 사람들은 최종 배심원에 선정될 확률은 로또 당첨수준이라고도 한다. 어떤 이는 불출석을 또 어떤 이는 최종 후보로 선정되는 것에 큰 부담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날 법원에서 무슨 사건을 어떻게 다뤄졌는지는 침묵해야 한다. 그냥 참 색다른 경험을 했다는 정도로 말하면 뭔가 아쉽겠지만 딱 그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그런 이유에서 누구나 후보자가 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한번 세세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흔히 재판은 판사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2008년 1월부터 일반 국민이 배심원 혹은 예비배심원으로 형사재판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다.

선정기일(재판이 열리는 날) 일정은 제법 복잡하다. 일반적으로 아침 일찍 출석해 오후 늦게까지 진행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질 수 도 있다. 법원에 출석하면 경제적 대가를 받는다. 일당이 있다는 소리다. 배심원으로 재판에 직접 참여할 경우 12만원, 선정되지 않아도 6만원을 받는다. 법률에서는 배심원‧예비배심원 또는 배심원 후보자인 사실을 이유로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한 처우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직장인도 편히 갈 수 있단 말이다.

후보자 출석 통지문을 받으면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선정기일에 해당 법원으로 가야한다. 만얀 건강이 좋지 않거나 간호, 양육, 출장 등과 같이 재판에 참여할 수 없는 사정이 있으면 직무면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해당 법에 따라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날 법원을 찾은 30여명의 배심원 후보자는 다양했다. 대체로 20~30대가 많았으며 중년의 여성도 상당수 있었다. 이들이 법원에 출석한 이유는 가장 큰 것은 호기심이란다. 일반적으로는 범접하기에 쉽지 않은 재판장서 주체로 역할을 한다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단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말했다. 여기까지라고. 당장 자신의 말 한마디가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부담이 느꼈단다.

최근 검찰개혁이란 말을 수도 없이 듣는다. 검찰 역할과 법원 역할 그리고 경찰의 역할은 다르다. 분명한건 모두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과 같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 동참해야 한다. 

취재를 다니다 보면 경찰이나 법원, 검찰이 주최하는 행사를 보면 아주 잘 짜인 각본에 의해 진행되는 기분을 지울 수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불특정 다수의 시민이 참여하기보다 특정 소수가 주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다수 시민이 흔히 말하는 권력기관을 견제하고 감사하는 몇 되지 않는 직접적 방법인 것을 잊지 말고 더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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