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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국군포로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 -국군의 날에 즈음해
  • 박정현(용인시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부 연구원)
  • 승인 2019.09.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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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지만, 여러 인연들 중 생각할 때마다 심장까지 아려오는 분들이 있다. ‘국군포로’ 분들이다. 국군포로란 6·25전쟁의 정전협상 과정에서 북측에서 남한으로 송환되지 않은 국군 실종자를 말한다. 당시 북측은 국군포로의 대다수를 포로명단에서 누락시켜 북한 주민으로 편입시켰다. 이들은 전시 중에 파괴된 항만, 도로, 교량 등의 보수와 지하자원 광물과 석탄 채굴 등의 강제 노동에 이용됐다. 

1994년 10월 6·25전쟁 당시 포로가 되어 북한에 머물렀던 조창호 중위의 탈북으로 국군포로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대하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2010년까지 81명이 남한으로 귀환했다. 이들은 북한에 상당수의 포로가 아직까지 생존하고 있고, 6·25전쟁 이후 대부분 광산 지역으로 끌려가 수십 년간 노역에 시달렸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증언대로 미송환 국군포로들은 최하층 노동현장에 투입되고, 북한사회의 최하위계층으로 분류돼 가족까지도 진학이나 사회적 이동이 엄격하게 제한됐다. 몇 차례 북한 전역에 엄습했던 식량난의 영향 또한 가장 심하게 받았다. 고령이 되어 노동력을 쓸 수 없게 될즈음, 즉 북한 정부 입장에서는 이들에 대한 이용가치가 없어졌을 때가 돼서야 감시의 끈이 느슨해져 탈북을 감행할 수 있었다. 이들 중 브로커를 통해 남쪽 가족과 연락해 귀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환 국군포로 중 현재 생존자는 24명이며, 80대 중반부터 90대까지 고령이다. 

정부는 국군 포로의 송환 및 대우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제정해 국군 포로 송환 및 정착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 북한이라는 제한된 구역에서 강제노역을 살던 국군포로들이 고령이 되어 갑자기 남한의 자본주의 사회에 편입됐을 때는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와 마찬가지이다. 밀린 월급, 정착 지원금 등은 모두 사기를 당해 날리고, 많은 수가 신용불량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북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국방부는 2011년 말 기준으로 북한에 억류된 생존 국군 포로들을 5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 국군포로들과 그 가족들이 겪은 고충은 필설로는 다 할 수 없다. 정전협정 이후 70년이 다 되도록 남쪽에 있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탄광촌에서 청춘을 다 보내고, 진폐증으로 녹아버린 가슴을 쓸어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군번과 고향집 주소를 외우고 또 외우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을,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다 한 많은 삶을 마감했을 것을 생각하면 실로 가슴이 아프다. 

북한은 여전히 국군포로와 납북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안하무인적 태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1994년 조창호 중위의 탈북 이후 초기에는 큰 관심을 끌었으나,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관계가 순풍을 타며 국군포로 문제는 뜨거운 감자, 혹은 찬밥신세가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군포로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시들하다. 북한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의지를 갖지 않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6·25 전쟁 당시 최전선에 섰던 대부분은 가난하고 힘없는 농민, 일반 민중의 아들들이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달려가 한평생 혹독한 대가를 치른 국군포로라는 그 가슴 아픈 이름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유해를 모시고 와서 영령이라도 위로해 주는 것, 그러한 노력이라도 보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가가 국가를 위해 싸운 사람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나라다운 나라의 모습일 것이다. 

박정현(용인시정연구원 자치행정연구부 연구원)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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