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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을 측정하다
  •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 승인 2019.10.0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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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환자들의 소변이 달콤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환자의 소변을 먹어 봐야만 했다. 아무리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모든 환자의 소변을 맛볼 수 없는 일이다. 동양에서도 소갈증 환자의 소변이 달콤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얼마만큼의 당이 있는지 어떤 성분인지에 대한 연구는 더 진행되지 못했다. 동양의학이 철학적으로 발전해 실제적인 원인이나 분석에 부족한 측면이 많았고, 질병의 원인을 찾기보다 그때 그때 증상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주력한 측면이 많았다. 서양에서도 중세시대까지 동양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의사들이 소변을 마시는 것을 벗어나게 해 준 것은 화학 등 기초과학의 발전이었다. 

당뇨 환자의 소변을 가열해 수분을 모두 증발시킨 뒤 남은 하얀 가루를 맛보는 방법이 있었지만, 불편하고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으며 미각 자체가 객관적이지 않아서 처음 가루를 찍어 먹었던 의사는 오히려 짠맛이 났다고 기록하고 있었다. 소변을 맛보지 않으면서 간편하고 객관적으로 액체에 당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소변의 당을 확인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준 것은 화학자들이었다. 과일의 당이 효모와 함께 발효되면 알코올이 함유된 술로 변화한다는 사실은 수천 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었다. 만일 소변에 당이 있다면 효모를 넣을 경우 알코올로 변화할 것이다. 간단한 발상이었지만, 1780년 영국의 프랜시스 홈이 당뇨 환자 소변에 효모를 넣어보자 마치 맥주같이 변했다. 진짜 알코올이 생긴 것이다. 더 이상 의사는 환자의 소변을 맛보지 않아도 된 것이다. 

발효 방식으로 당뇨 환자 소변에 당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이 가능했으나, 자연적으로 발효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고 불순물이 들어갈 경우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무엇인가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이슬람에서 상처가 났을 때 사용하던 연고 하나가 유럽에 소개되면서 널리 활용되고 있었다. 이집트 연고로 불리던 이 연고의 재료는 구리의 녹이이었다. 파란색 구리 녹에 식초, 꿀을 졸여서 만든 것이었다. 푸른색 구리의 녹은 식초와 꿀과 반응하면서 빨간색으로 변했다. 화학자들의 연구 결과, 파란색 구리가 변화하는 것은 당 성분이 산화해서 생긴 녹을 반대로 환원시켜 빨갛게 만든다는 것이 알려져 있었다.

파란색 녹슨 구리가 빨갛게 되는 원리를 응용해 황산구리에 당뇨 환자의 소변을 넣어서 가열하자 정말 파란색 황산구리가 빨갛게 변했다. 이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고, 즉시 당뇨 여부를 판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색깔의 변화는 정도를 비교하면 소변의 당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비교할 수 있어 치료 방침을 정하는 것에도 도움이 됐다. 

1848년 휄링은 기존에 발견됐던 소변의 당 측정 방법을 개선해 많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1850년 프랑스에서 가는 종이 조각에 주석을 묻힌 양털을 붙여서 소변에 집어넣어서 색깔이 변화하는 것으로 당뇨의 유무를 파악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간단한 방법이었으나 당이 얼마나 있는지 양을 측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1908년 베네딕트는 구리를 활용한 여러 검사방법을 종합적으로 정리·분석해 색깔별 당 함량을 측정하는 지표를 개발했다. 

베네딕트 방법은 1950년대까지도 활용됐고 소변을 통한 검사 시약도 판매됐다. 알약처럼 만든 구리를 소변이 있는 시험관에 넣은 후 가열하면 파란색에서 오렌지색으로 변화하는 것을 미리 만들어진 단계별 색깔표와 비교해 농도를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현재도 단순 소변 검사 시 소변을 당뇨 시험지에 묻힌 뒤 색깔 변화를 미리 제작한 대조표와 비교해 판정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그러나 구리는 값싼 재료가 아니었고 검사 방법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웠다. 

1928년 플레밍이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곰팡이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고 덴마크의 한 과학자 역시 검정곰팡이에서 항생 물질을 발견했다. 이 항생물질은 당이 있을 경우에만 작동했다. 두 번째 페니실린이라는 의미로 ‘페니실린 B’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항생제로 사용이 시도됐으나 효과가 약해서 점차 잊혀져갔다. 페니실린 B는 당이 있어야만 효과를 발휘했는데, 그 이유가 당을 산화시켜서 과산화수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소독약 중 하나인 과산화수소다. 페니실린 B는 포도당 산화효소였던 것이다. 이 기능으로 구리보다 싸고 간편하게 당 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1957년 페니실린 B 즉, 포도당 산화효소를 부착한 종이 조각이 클리니스틱이라는 이름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당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클리니스틱을 검체에 집어넣었다가 빼낸 뒤 잠시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색이 변화하면 당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사들은 환자의 소변으로 당뇨 환자의 심각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당뇨는 고혈당증이 발생한 뒤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뇨를 잘 조절하기 위해서 혈당을 낮춰야 했고, 측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다행히 클리니스틱은 혈액을 이용해도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후 색깔 변화는 기계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확인하며, 결과도 액정화면을 이용해 보기 쉽고 가벼우면서 저렴한 혈당측정기들이 개발됐다.

사람의 손이나 감으로 측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단맛, 짠맛과 같은 미각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과학의 도움으로 주관적인 미각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열린 것이다. 당뇨 환자들이 약품을 복용하고 얼마나 떨어졌는지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동훈(서울새로운내과 원장)  webmaster@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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