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다녀온 숲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위치한 나지막한 마을 숲이었다. 그곳은 SK하이닉스가 들어오는 곳으로 그 숲과 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마을은 곧 함께 사라지게 된다. 숲은 겉으로 봐서는 멋진 낙엽활엽수림이었다. 나름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숲에 들어가 보니 리기다소나무, 밤나무, 일본잎갈나무 등 대표적인 조림수종으로 이뤄진 인공림이었다. 약간 실망했지만 곧 없어질 숲이라고 생각하니 묘한 느낌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멧돼지, 고라니 똥이며 그 흔적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길을 따라 계속됐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인공림에서 숲을 조금만 관리해준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970년대 조성하기 시작한 인제 자작나무숲, 강원도 잣나무숲, 1930년대 제주도 삼나무숲, 아까시나무숲, 방풍림으로 많이 심은 소나무숲, 200년 된 서어나무숲, 도토리를 먹기 위해 마을 주변에 심은 상수리나무숲까지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하는 인공림은 정말 많다. 우리나라에서 전쟁 후 황폐한 땅을 살리기 위해 조림사업은 굉장히 시급했다. 수십 년에 걸친 조림사업으로 지금은 인공림이 전국에서 푸른 숲을 이루고 있다. 숲세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주거지 주변의 인공림인 공원숲도 굉장히 중요하게 됐다. 숲을 가까이에 두지 못한다면 공원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시간을 내어 찾아가야 하는 먼 거리 숲보다 항상 곁에 두고 보는 공원숲이 우리에겐 직접적인 활력이 된다.

자연림, 원시림과 의미가 대조적인 인공림은 그 의도와 상관없이 약간 부정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인공림은 사람들이 필요해서 만든 역사가 오래된 숲의 한 종류이다.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에 있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상림은 천연기념물 154호이다. 9세기 말 신라 진성여왕 때 마을에 홍수가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좋은 숲은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계속 애정을 두고 관리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근대에 들어 산을 푸르게 하기 위해 심었던 대부분의 숲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그 숲은 이미 그들의 역할을 충실히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숲은 짧은 계획으로 다룰 주제는 아니다. 인공림은 처음에 관리를 하지 않으면 말라죽거나 다른 식물들과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다. 어느 정도 자랐을 때는 솎아주기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가늘고 길게 자라 바람만 불어도 휘청거리는 숲이 된다. 높은 밀도 때문에 다른 식물들이 들어와 자리를 잡지도 못한다. 이것이 인공림과 자연림의 큰 차이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인공림도 나무를 심고 초기 일정 기간 관리를 잘해준다면 자연림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멋을 지닌 숲이 될 것이다. 특히 국유림을 중심으로 인공림 관리가 이뤄지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산림청에서도 국립공원 내 인공림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을 시작하고 있으니, 우리나라 숲이 똑똑한 숲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구가 계속 뜨거워지는 때에 숲은 온실가스 흡수원으로 큰 역할을 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오래되고 안정적인 숲만이 꼭 좋은 숲, 우리에게 필요한 숲은 아니다. 성장하는 숲은 온실가스를 많이 흡수하고 산소를 많이 만들어낸다. 우리의 의도에 맞게 숲을 젊고 활력 있게도, 울창하고 고요하게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 자연스러운 숲을 만드는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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