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수혈 계기로 봉사 지속

김태원씨 오른쪽 뒤로 보이는 횡당보도 옆에서 쓰러진 시민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사진 함승태 기자)

처인구 포곡읍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평소 익혀둔 심폐소생술로 귀중한 한 시민의 생명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주인공은 대한적십자사 용인 역삼봉사회 회원으로 21년째 봉사 중인 김태원(57) 씨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45분경 포곡읍 영문1리 마을회관 앞 버스정류장 근처에서 50대 남성이 쓰러졌다. 출근 준비를 하던 김태원 씨는 버스정류장 옆 횡단보도에 쓰러져 있는 남성을 보고 황급히 달려갔다. 머리에 출혈이 심한 상태였고 의식이 없었다.
“곧바로 주위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기도를 확보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어요. 온몸이 땀에 젖은 채 20분가량 흉부 압박을 하고 나서야 환자의 호흡이 조금씩 돌아오더군요.”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안도한 김씨는 심폐소생술을 마치고 구급대원과 함께 환자를 구급차에 태운 뒤에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단다. 당시 호흡만 돌아왔던 환자는 보름 만에 의식을 되찾아 퇴원한 뒤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능숙한 대처로 한 생명을 살리는데 앞장선 김씨는 대한적십자사 20년 장기봉사원 표창을 받은 베테랑 봉사원이다. 대한적십자사가 주최한 경기 동부지역 응급처치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을 정도로 봉사활동을 꾸준하게 하고 있는 봉사자다.

김태원 씨가 사람을 살린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대 초반, 전역한 지 얼마 안 됐던 김씨는 Rh-혈액형 보유자가 휴대하는 일명 ‘사랑의 삐삐’(긴급 수혈이 어려운 Rh-혈액형 보유자들이 수혈을 대비하기 위해 비상 연락망으로 사용하던 기기)가 울리자 수혈을 위해 인근 동수원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는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산모가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방송사에서도 Rh 음성 혈액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속보로 내보낼 만큼 Rh 음성 혈액은 상당히 귀했다. 병원에 실려 온 산모 역시 Rh-B형으로 혈액을 구하기 어려워 수술이 지연되고 있었는데 김씨가 수혈에 위해 달려간 것이다. 수혈을 마치고 잠든 그는 어디선가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에 잠에서 깼다고 한다. 김씨가 수혈한 산모의 아기 울음소리였던 것이다.

“간호사가 ‘한 사람한테 피를 준 것 같죠? 두 생명을 살리셨어요’라고 하더군요. 그때 처음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을 느꼈어요.” 지금까지 꾸준히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직접적인 계기였다.

심정지 환자에겐 4분이 ‘골든타임’이다. 4분 안에 응급처치를 받으면 생존율이 3배까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생명에 있어 초기 대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심폐소생술을 할 때에는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단다. 김태원 씨는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전문 구급요원에게 인계할 때까진 절대 멈추면 안 된다. 심폐소생술을 멈추는 순간 환자의 뇌는 급속도로 손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씨는 함께 도와준 시민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제가 혼자 한 것이 절대 아니에요. 주위에서 교통정리를 해주신 분들, 영상통화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시시각각 119 상황실에 알려준 최초 신고자분, 같이 심폐소생술을 도와주신 슈퍼마켓 주인 등이 함께 했기에 시민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어요.” 
환갑을 앞둔 그는 시간과 몸이 허락할 때까지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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