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소방서 한상백 소방위

“힘들어도 소방관은 천직”

6월 22일 오후 3시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 스펀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장장 5시간 만에 공장 건물 3동을 태우고 진압될 만큼 큰불로 소방당국은 장비 27대와 인력 58명을 동원해야 했다. 현장에 투입됐던 용인소방서 역북119안전센터 한상백 소방위는 이 화재를 17년 소방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6월이었지만 이미 초여름 날씨라 더웠어요. 화재 진압과정에서 온몸이 땀에 젖어 진압복이 더 무거워지고 달라붙었죠. 걷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곳곳에 있는 잔불이 하나도 남지 않도록 무너진 철골 사이를 넘어 다니며 샅샅이 뒤졌어요. 이날 완벽한 진화까지 꼬박 5시간이 걸렸습니다.”
불을 끄다 이대로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던 날이었지만 다행히 큰 인명피해 없이 화재를 진압할 수 있었다. 58명의 소방영웅들이 흘린 값진 땀방울 덕분이었다. 
공기호흡기와 화재진압복, 소방장비는 무게가 모두 합쳐 25~30kg에 육박한다. 폭염 속 두꺼운 진압복을 입고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이 탈진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날 정도로 여름 화재 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것이 현실이다. 

“사계절 다 힘들지만 그 중에서 여름은 가장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롱패딩을 입고 한증막에 서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얼음팩, 휴대용 선풍기를 동원해도 화재현장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더운 것은 신경 쓸 겨를도 없다. 화재 현장은 특히 100건이면 100건 모두 다른 특성과 위험요인을 갖고 있어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여름 소방업무 중 벌집 제거 작업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 입는 보호복은 공기조차 통하지 않는 소재. 하루 15건이 넘는 출동을 하다보면 땀에 젖은 보호복을 다시 입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7월부터 증가하는 벌집 제거는 10월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힘들지만 소방관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상백 소방위는 고민할 겨를 없이 ‘천직’이라고 답했다. “친척을 포함해 집안에 소방관만 5분이 계셔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꿈꿨어요. 제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그의 대답에서 자부심이 느껴졌다.  
역북119안전센터 한상백 소방위를 비롯한 직원들은 모두 왼쪽 가슴에 검정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6일 안성시 양성면의 한 제조공장 화재현장 폭발로 순직한 고 석원호 소방위를 애도하기 위해서다. 한 소방위는 “우리 중 누구도 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덤덤히 말했다. 

“지하에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구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릎 쓰고 진입했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까지 한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들어가셨던 거죠. 그 상황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었을 거예요. 저희 모두 그런 마음으로 현장에 출동합니다.”   
모두가 대피할 때 소방관은 화재 현장으로 뛰어든다. 누군가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주행’이라고 이름을 붙였던가. 그들의 땀방울이 소중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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