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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해선 기업-지역 상생방안 모색 필요하다제2의 반도체 시대 용인 ,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3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추가 편입된 죽능리에서 바라본 원삼면 일대 모습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가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으로 확정된 지 3개월여가 지났다. 불과 4~5개월 전만 해도 원삼면 주민들은 용인시의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반기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기대감이 분노로 바뀌기까지는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산업단지 계획 수립 이전에 포함돼 있지 않던 죽능 1·3리 등 마을공동체 주거공간이 클러스터 산단 예정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누대에 걸쳐 살아온 터전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한다는 수용지역에 포함된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용인시를 향한 분노로 표출됐다. 

결국 지난 4월 11일 원삼면사무소에서 열린 사업설명회는 파행 속에 진행됐다. 용인시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5월 3일 용인시청 주 진입로에서 주거지역 편입 축소와 주민과 상생하는 산업단지 조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주민들은 정당한 권리를 되찾고, 원삼면민이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물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용인시에 으름장을 놓았다.

본질은 삶의 터전 상실…이면엔 상대적인 박탈감 자리
주민들이 반발하는 가장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마다 조금씩 이해관계가 다르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마을공동체의 주거공간이 대거 산단 예정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죽능 1리 청룡마을과 3리 후평마을, 고당리 등 전통적으로 누대에 걸쳐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어야 하는 주민들로선 이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죽능1·3리는 산업단지 계획 수립 및 승인 신청을 위한 주민공람 이전에는 수용지역에서 제외돼 있었는데, 공고 시점에 추가된데 대해 반발이 더욱 거세다.

죽능1·3리 연합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오성환 씨는 5월 3일 용인시청 앞 집회에서 “공공사업을 추진할 때에는 주민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계획 수립 과정에 주민들의 참여가 우선임에도 용인시는 주민과 아무런 협의 없이 산업단지 수립에 관한 위치도를 발표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개발 가능한 임야 등이 있음에도 당초와 달리 주거지역인 죽능1·3리를 추가 편입한 데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삶의 터전 상실과 이로 인한 마을공동체가 본질적인 이유라면 그 이면에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현실적인 우려가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확정 전부터 원삼면 땅값이 들썩였다. 특히 부동산 중개업소 등을 중심으로 클러스터 예정부지 위치도가 나돌면서 클러스터 예정부지 밖 토지가 평소 거래가격의 3~4배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용 예정부지 안과 밖, 토지 소유자와 임차인, 대규모 토지 소유자와 소규모 농민 간 상대적 박탈감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 원삼면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이나 방향 제시 없는 용인시에 대한 불만이다. 이는 5월 3일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연합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집회에서 정동만 위원장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 위원장은 당시 “원삼면은 국가 중요시설로 고도제한 등으로 도심이 발전하지 못하는 제약을 받으면서도 이를 희생이라 여기지 않았다”고 말해 원삼면 지역에 대한 가시적인 발전방안을 요구했다.
 

정동만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장이 이주자택지 예정지 옆 협력화 단지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수용 지역 내 130여 가구에 이르는 소규모 토지 등을 소유한 주민들의 이주 문제다. 죽능1·3리연합비대위 오성환 위원장은 “거주자들은 대부분 선대로부터 대대로 마을을 지켜오신 초고령의 노인들”이라며 공익성이라는 명분만 내세우지 말고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줄 것을 용인시에 요구했다. 용인시의회 김진석 의원도 지난 6월 제1차 정례회 기간 시정질문에서 “수용된 주민들은 살고 있는 집과 토지가 수용돼 토지보상을 받고 이주택지로 이주한다 해도 보상받은 돈으로 이주택지에 집을 짓고 살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며 소규모 농민과 거주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주택지를 마련한다 해도 소규모로 농사짓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노령의 주민들이 보상금으로 이주해 집을 짓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주민 요구에 용인시는 ‘대략난감’
원삼면지역 기관·단체와 이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와 수용 예정지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용인시반도체클러스터연합비상대책위원회는 시장을 면담하고 7월 말까지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요구는 크게 3~4가지다. 먼저 수용 지역 주민들의 피해 최소화와 현실적인 이주대책 방안이다. 주민들은 이주자택지 조성원가가 보상가보다 높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농촌지역 특성상 건물 등 지장물에 대한 보상가가 낮고 영농·영업 보상을 받는다 해도 이주자택지에 집을 짓고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특히 공동체 해체에 따른 상처 치유차원에서 마을별 택지를 조성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에 시는 SK건설은 불가피하게 손실 보상 대상이 될 경우 이주자택지와 주택 특별 공급, 이주 정착금, 주거 이전비, 이사비 지급 등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한 뒤 보상을 진행할 것이라며 주민들과 시행자 간 중재에 나서 보상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로 50여 개 협력업체가 입주하는 협력화 단지 이전 요구다. 협력화 단지가 원삼면 도심과 가깝고 이주자택지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정동만 원삼면지역발전협의회장은 “협력화 단지에는 불화수소 등 다양한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협력업체가 입주하는 데 업체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며 “주거지역과 100~300미터 거리밖에 안돼 화학물질 유출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입주 예정업체를 공개하고 협력화 단지를 주거지역과 떨어진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SK 측은 반도체 공장은 상시 비상상황에 대응 가능하고, 생산라인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까이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며 난감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주민 의견에 따라 단지를 이전할 경우 각종 행정절차가 최초 특별물량 공급을 위한 수도권 심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수도권 재심의 통과 여부와 사업 추진 일정이 불투명하고, 기반시설 분산으로 사업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민원에 따른 기업 이미지 손실과 입지에 대한 재검토 우려가 있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시는 협력화 단지 내 입주기업에 대해서는 업종 내용과 환경영향평가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협력업체가 입주할 협력화 단지와 이주자택지 예정지. 원삼 주민들은 죽능1, 3리와 고당리의 구역계 제척과 함께 협력화 단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협력화 단지 이전 등 핵심 쟁점 “쉽지 않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배후도시와 계획관리지역 확대 등을 통한 원삼면 미래 발전 방향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정동만 협의회장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찬성했던 이유는 규제가 완화되고 주거단지와 상업지역, 학교 등이 형성돼 원삼지역이 발전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부지를 미리 확보하는 차원에서 시는 계획관리지역을 확대하고, SK는 공동주택 개발에 관심을 갖지 말고 산업단지에만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잠은 다른 곳에서 자고 소비도 원삼이 아닌 서울 등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는 시정연구원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기초연구’를 제시했으며, 지역내 연계방안 수립도 함께 요청해 주민, 행정기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중장기 발전 방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원삼면 주민들의 의견을 연구원과 협의해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고당리 공동주택부지 용도 변경과 죽능1·3리와 고당리 등의 구역계 제척 및 토지 수용 최소화 요구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와 중앙부처 등에 건의하겠다고 시는 밝혔다.  그러나 주민이 요구하는 공동주택부지 용도변경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추가 편입지역에 대한 제척 요구와 관련, 시 관계자는 “제척 여부를 결정할 수 없지만 여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 만큼 사업시행자와 중앙부처 등에 강력하게 건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이 수긍할 지는 미지수다.

협의회와 시는 25일 원삼면에서 협의회 회원, 고해길 미래산업추진단장과 관계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민 면담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을 듣는 자리를 가졌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 차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원삼 주민과 용인시 모두 기업과 지역의 상생 방안 모색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협의체를 통한 접점 찾기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김진석 의원이 시정질문에서 제시한 협의체 구성에 대해 시는 8월 중 지역주민과 시행사, 용인시, 시의원이 참여하는 소통추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함승태 기자  stha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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