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문화36]

재인청 춤을 위하여

그의 여정을 어찌 보면, 재인청 춤을 위해 정말 저리도 힘든 여정을 가야 하는 건지 갸우뚱 해집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이런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위해 작년 10월 25일 경기문화재단의 다산홀에서 펼쳐진 1인 춤판에서 그가 재인청 춤을 추면서 행한 고백을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제 안목에서 좋다고 여긴 웬만한 춤들은 섭렵해 왔습니다. 그간 제가 배웠던 춤들은 미적으로 상당한 완성도를 갖춘 춤들이었고 한 지역 또는 한 계보의 특성을 가장 개성적으로 담아낸 춤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재인청은 태생적 측면만으로도 그저 한 줄기 계보가 아닌 거대한 우리 춤의 본류였습니다. 저는 재인청으로 인해 수많은 계보의 춤들이 모아졌고, 또 수많은 계보가 갈라져 이 땅 곳곳을 적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재인청의 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지역, 여러 계보들이 지니는 음악적, 무용적 특성들이 절묘하게 어울려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가 그간 수많은 춤을 배우기 위해 노력한 것도 어쩌면 재인청의 춤들이 갖는 이러한 종합적 특성들은 제대로 이해하고 추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여기면서 미소를 짓기도 합니다. 어쨌든 재인청의 춤은 우리 민족 공유의 정서와 미학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춤의 보존과 전승이라는 차원을 넘어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바를 가르쳐 줍니다. 좁게는 같은 춤이라도 우리 춤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서도 춤꾼 스스로의 춤, 곧 ‘자기 춤’을 출 수 있도록 그 길을 안내하는 춤이기도 합니다.’

이 고백에 제가 한 가지 덧붙여 드릴 말씀은 그는 재인청 춤을 추면서 우리 가락과 장단의 중요성을 절감하였다는 고백입니다.

예를 들어 재인청 춤 장단의 근간인 경기 무악은 오늘날 가장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음악입니다. 그 중에서도 진쇠장단은 경기무악의 아홉 장단에서 가장 정수로 홑장단은 물론이요, 겹장단까지 바로 치고 뒤집어 치기도 하는 자유자재의 연주가 이루어져야만 제 맛이 난다는 장단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장단을 제대로 치는 이가 없어 재인청 춤의 수호자 정주미는 아쉬운 대로 녹음 음악을 쓰기도 하다가 아예 이 장단의 복원을 스스로 해 보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자신의 문하생들에게 재인청 춤은 역학적 안배가 중요하다고 하여 필수적으로 발레를 익히게 하는 그가 굿판에서 30년은 두들겨야 제 맛을 낼 수 있다는 진쇠장단을 어찌 재현해 낼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기 춤을 위하여

좋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다산홀은 춤을 추기에는 그리 적합한 공간이 아닙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그가 한 서예가로부터 서화를 받아 무대를 꾸며 놓고서는 감사로 바친 인사말입니다. 이를 통해 그가 재인청 춤을 통해 꿈꾸는 당찬 세계를 엿보시기 바랍니다.

‘저의 무례한 간청에도 지순(至純)의 마음으로 이렇듯 지고(至高)의 난을 쳐주신 열암 송정희 선생님, 저는 선생님의 춤같은 글씨와 그림, 그리고 우리 민족의 격조를 풍기는 묵향을 사랑합니다. … 선생님은 오늘날 열암체라는 평가를 얻기까지 고금의 모든 서체를 익히신 분이십니다. 서체 하나하나마다 당대의 일가를 이루었던 것일진대 선생님은 어찌 그 많은 서체를 선생님의 몸속에 끌어넣으실 수 있었는지, 차마 상상할 수조차 없지만, 저는 선생님의 글씨 앞에서 용기를 얻습니다. … 제 춤이 선생님의 글씨처럼 춤 출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를 위해 살아 숨쉬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춤을 추어나갈 것입니다.’

여러분께 우리 춤을 사랑하는 이로 정주미라는 춤꾼이 있음을 소개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1박 2일, 그간 우리 재인청과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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