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공연 대기실 활용키로”
미협 “레지던시 사업 활성화 필요”

용인문화재단이 2013년부터 운영해온 미술작가 레지던시 사업인 ‘창작스튜디오’를 돌연 접기로 결정하면서 지역 미술계가 반발하고 있다.

레지던시란 예술가에게 창작·거주 공간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용인시 ‘창작스튜디오’는 처인구 김량장동 처인홀(구 용인시문예회관) 지하에 작가가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지원하고 매년 말 입주 작가를 위한 전시를 열어왔다. 작업실을 마련하지 못한 작가가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작업공간을 제공하고 시민들과 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 용인시 레지던시 작가들은 창작스튜디오 공간을 오픈하고 일반시민에게 개방해 작업 활동을 공개하거나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관련 사업에 참여해왔다.

그런데 이 사업이 올해 갑자기 중단되면서 지역 작가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처인홀 일부 공간을 용인시가 새로 추진하는 시립장애인오케스트라가 사용하기로 하면서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를 위한 공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한국미술협회 용인시지부 관계자는 “매년 초 용인문화재단이 입주 작가를 공모하고 1년 단위로 계약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5월까지도 공모 소식이 없었다”면서 “지난달 초 공사 관계자가 방문해 창작스튜디오 공간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설계에 들어갔다고 말해 사업이 중단된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대체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업이 중단되면서 작업실을 마련하지 못한 작가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해 작업했던 한 작가는 “현재는 작업실을 마련하지 못해 지인에게 부탁해 작품과 도구들을 보관하고 있다”면서 “적은 규모로 진행됐던 사업이지만 형편이 어려운 작가들에게는 꼭 필요한 사업이었다. 갑자기 중단할 만큼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올해 4월까지 처인홀 주차장 공사 문제로 창작스튜디오에 대한 논의가 미뤄졌던 것은 맞다”면서 “최근 해당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고 이와 관련해 용인예총에도 공식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처인홀이 리모델링되면서 공연이 늘었다.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출연진을 위한 대기실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용인시 미술 분야의 현주소를 알 수 있는 사례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지역 레지던시를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는 구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입주 작가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리는 레지던시는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거주, 전시 공간, 작업실 등 공간을 지원해 작품 활동을 돕는 사업을 말한다. 수원시 행궁동 레지던시 사례와 같이 일부 지자체는 레지던시 사업을 관광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지역 홍보 효과를 누리거나 도시재생과 연계하고 있기도 하다. 행궁동 레지던시는 화성행궁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철거예정이던 건물을 지역 예술가들과 문화예술 활동가들을 위한 작업공간으로 활용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용인미협 김주익 지부장은 “지역 예술가의 창작 공간을 마련하고 시민에게 공개하면서 각광을 받은 사례가 많다”면서 “대도시 대열에 들어선 용인시가 문화예술 발전과 도시재생을 접목 시킬 수 있는 레지던시 사업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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