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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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달라

10년쯤 됐을까. 운 좋게도 유럽을 갈 기회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기억도, 감동도 희미해졌지만 한 가지는 잊히지 않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어느 식당에서 느낀 열정이다. 저녁때인지라 식당에 있던 100여명의 손님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호프를 곁들여 식사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브라운관을 통해 축구경기가 중계되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이내 함성이 흘러나왔다. 각자가 마음에 두고 있는 팀을 응원하는데서 나오는 소리다. 전반전이 끝나자 식당 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졌다. 굳이 설명한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16강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만큼 뜨거웠다. 분위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그 식당에 있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보며 저녁을 즐기는 모습이 문득 부러웠다.

6일 용인은 조금 달랐다. 골칫덩어리로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시민체육공원이 처음으로 제대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름이 체육공원이지 한 가운데는 축구장이 자리 잡고 있어 경기장이다. 때문에 그동안 변변한 경기 한번 치르지 못해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아왔다. 평소 찾는 사람이라고 해봐야 국제어린이도서관 이용자가 전부였다. 축구장 주변은 텅 비기 일쑤였다. 아니 휑했다.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열린 이날 경기장을 찾은 사람은 1만5천명이 조금 넘었단다. 3만여명이 자리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은 텅 빈 것이지만 여성 대표팀 경기 사상 최다 관중이란다. 그만큼 열기가 뜨거웠다는 것이다.

축구장을 찾은 사람들은 직면했을 것이다. 교통은 불편했으며, 편의시설도 마땅치 않았다. 운영의 미숙함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광활한 운동장 규모에 비해 관중이 많지 않아 흥겨움은 반감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축구경기를 본 사람들은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아 용인에서도 이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많았으면 좋겠다”

모르긴 몰라도 이날 축구장을 찾은 관중 중 상당수는 용인시민일게다. 대략 용인 인구 10명 중 1명은 평소 텅텅 비었던 시민체육공원을 찾아 축구경기를 관람한 셈이다. 용인시에서 열린 각종 행사를 보자. 최근 옛 경찰대에서 열린 펫티켓 페스티벌에 2만명이 몰린 것과 비교하면 다소 적다. 하지만 축구경기가 유료인데다 행사 시간이나 장소 등을 고려하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이번 국가대표 친선축구에 사상 최다 관중이 모였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많다. 우선 가능성이다. 물론 용인에서 처음 열린 국가대표 축구경기라는 이유가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을지도 모른다. 표를 강매 당했다고 불만을 드러내는 몇몇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용인에서 열린 축구를 보기 위해서 예상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도 그곳을 찾았다는 것이다. 문득 만약 용인시민축구단이 경기를 펼친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 가지 더 의미를 찾는다면 시민들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이제 되찾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다.

시민 예산 수천억원을 들여 시민체육공원을 건립한 것은 분명 시민들이 즐기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년여 동안 혈세 수천억을 들여 잉태한 거대한 조형물은 시민들로부터 무관심을 당한 것은 당연한 것이 됐다. 응당 누려야 할 시민으로의 권리를 빼앗겨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때도 특별히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축구경기가 열린 그날은 시민들은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되찾았을 것이다.

흔히 저녁이 있는 삶이라고 한다. 여전히 저녁이 있는 삶은 하세월이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바라고 있으며 점점 소유할 수 있는 저녁이 길어지고 있다. 묻고 싶다. 시민들이 가지는 저녁이 길어지고 있는 지금. 용인시는 그 시간 그 공간에 무엇을 채워 줄 것인가. 언젠가 용인시민도 유럽 어느 나라처럼 에너지 넘치는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임영조 기자  yjlim@yongin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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