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기다소나무 수관
상수리나무 수관

미세먼지가 나쁨인 것이 이제는 그다지 호들갑스럽지 않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가 ‘화남’등급이거나 ‘악마’등급이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많았다. 미세먼지를 뚫고 숲으로 갔다. 다른 계절보다 조금 단조롭지만 숲은 언제나 산책하기 좋다. 온갖 것들이 유혹하는 여름 숲에선 100m를 걸어가기 힘든데, 겨울 숲은 마음도 비우고, 머리도 비우고 한가로이 걸을 수 있다. 햇볕이 바닥까지 들어오는 길을 걷다가 위를 올려다본다. 커다란 줄기 꼭대기에서 잎이 없는 가지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 모습이 꼭 살랑이는 억새와 같다. 가지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다른 나라의 큰 국립공원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대형 산불은 건조한 때에 가지들이 부딪혀서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 그런 숲에서 들리는 자연의 소리는 꽤 크지 않을까.

나무에 가지가 달리는 모양은 그 나무만의 특징이다. 침엽수는 가지가 줄기에 예각으로 붙는다. 그래서 위로 솟아오르는 모양이다. 활엽수는 그 정도는 다르지만 보통 예각보다 더 큰 각으로 줄기에 달리고 잔가지도 사방으로 뻗어서 전체적으로 반달 모양이다. 나무에 따라 가지가 끝까지 촘촘히 갈라지는가 하면 듬성듬성 갈라지기도 한다. 나뭇잎 모양과 가지의 모양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크기나 길이를 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숲의 항공사진만으로도 침엽수림과 활엽수림을 구별할 수 있는데, 그것은 나무마다 가지가 달리는 모양이 달라서 일 것이다.

가지에 나뭇잎이 붙는 부분을 ‘수관’이라고 한다. 은행나무는 참 특이한 수관을 가지고 있다. 줄기에 굵은 가지들이 직선으로 쭉쭉 뻗어서 난다. 잔가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은행나무의 특징 중 하나는 아주 짧은 가지를 내는 것이다. 은행잎이 달리는 바로 아래 가지를 보면 인삼의 뇌두처럼 조금씩 자란 듯 주름진 짧은 가지가 보인다. 화석식물이라 불리는 은행나무의 정말로 특이한 모습이다. 이제 은행나무를 볼 때 노란 잎과 함께 멋지고 특이한 수관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또 나무에 잎이 없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가지 사이에 있는 새들의 둥지이다. 어찌나 여기저기에 많이도 지어 놓았는지 참으로 놀랍다. 나무줄기에 동그란 구멍 둥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수관은 동물들의 또 다른 활동영역인 것이다.

물 생태계 인근 소나무 숲의 가장 높은 수관에는 백로 둥지가 있다. 백로는 번식기인 4~6월에 새끼를 키우고 9~10월엔 동남아로 이동한다. 용인 기흥레스피아에서도 백로의 집단서식지를 찾아볼 수 있다. 아주 옛날이라고 해야 하나, TV가 끝나는 시간에 애국가가 나오면 그 배경에 백로들이 나무 위에 새끼들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저 멋있게 보이는 백로 서식지는 요즘 어떤 곳에서는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인 것이 아쉽다.

나무에서 수관은 나무의 보이는 전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잎, 꽃 그리고 열매가 모두 수관에 달리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캐노피(수관) 워크’는 유명한 여행코스이다. 커다란 나무를 2m도 되지 않는 사람이 봐야 얼마나 볼 수 있을까? 더 보고 싶은 마음에 만들어진 것이 캐노피 워크일 것이다. 40m 높이 수관 사이를 출렁다리로 아슬아슬 지나가며 울창한 열대우림을 몸으로 느낀다. 그렇게 자연의 웅장함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평생 그곳을 잊지 못할 것이다. ‘캐노피 워크’라는 말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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