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3월이 되면 용인에서는 독립만세운동이 처음 시작됐던 3월 21일을 기념해 ‘용인3·21만세운동’ 행사가 열린다. 때론 독립운동에 헌신한 애국지사들의 생애와 업적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열리기도 하고, 지역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 선열들의 정신을 마음에 새기기도 한다. 반외세 구국항쟁의 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온 용인에는 용인 출신 독립운동가 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련된 유적지와 아픈 역사의 현장이 곳곳에 남아 있다.

올해는 일제 침략에 맞서 민중들이 거리로 나와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용인에서는 이를 기념해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다시 밝히는 100년의 횃불, 100만 시민의 새로운 용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25일 ‘용인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추진단 발대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추진단은 3월 1일 용인시청에서 ‘용인3·1운동 100주년 기념식 및 시민문화 축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기념사업을 연중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몇 가지 사업을 보면, 100년 전 용인 만세운동 참여 인원이 1만3200명에 달했다는 기록에 기초해 ‘13200만세꾼’을 모집해 3월 1일 용인시청 광장에서 기념식과 재현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독립만세운동이 처음 시작됐던 처인구 원삼면 좌찬고개를 시작으로 기흥구 하갈동에서, 수지구 동천동 머내에서 거점별 만세 재현운동이 릴레이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밖에 3·1항쟁을 소재로 한 사진전시회와 미술전을 비롯해 독립운동가 후손과 연구자들의 소장 자료 전시, 항일의병과 3·1운동을 비롯해 중국과 만주 일대에서 활약한 용인 출신 독립운동가들의 자료와 연구 성과를 모은 총서 발간 계획도 있다. 100주년 기념 초‧중‧고 순회 특강과 해외 독립유적지 탐방, 용인 3·1만세운동 탐방로 조성 등의 사업계획도 밝혔다. 다른 지역보다 준비와 출발은 다소 늦지만 열정은 여느 지역 못지않아 보인다.

용인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은 민간 주도로 추진되는 민‧관 협력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위해 독립운동 관련 단체와 후손, 시민사회, 보훈단체, 문화예술계, 교육·정치계를 망라해 250명으로 추진단이 구성됐다고 한다. 용인지역 만세운동에 참여한 1만3200여명의 만세꾼을 상징하는 132명으로 구성할 계획이었지만, 민간의 참여 의지가 높아 추진단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그러나 추진 의지와 열의만큼 수많은 사업을 연중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민·관이 협력하고 250명의 추진단과 1만3200명의 만세꾼이 모여진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느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업 추진에 앞서 기념사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공감대 확산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추진단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기념사업의 취지와 정신이 스며들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100주년이 되는 2019년에 그치지 않고 ‘100년의 햇불’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경기도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도내 항일 독립운동 유산에 대한 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7700건의 유산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건조물과 경관(발자취) 유적 219건 중 용인시는 화성시에 이어 두 번째 많은 21건이었다. 경기도에서 손 꼽힐 정도로 많은 독립운동가와 애국지사를 배출한 지역이 ‘용인’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됐던 3월 21일에 즈음, 기자는 2017년 일제에 항거한 용인의 독립운동 유적지를 찾아 관리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용인3·1운동 100주년에 맞춰 청소년이나 시민들이 독립운동 유적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표지판부터 정비하면 좋겠다. 독립운동 유적지에 대한 지도와 자료 등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면 더욱 좋겠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용인시의회가 진행하는 ‘청소년 지방자치 아카데미’에 시청 광장 한쪽에 ‘제72주년 광복절’을 맞아 용인시민들의 염원을 담아 세운 ‘용인 평화의 소녀상(평화비)’ 방문을 프로그램에 넣어 운영하는 방안도 고민해보길 제안한다. 청소년들에게 더 없이 좋은 역사교육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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