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가까운 갑작스러운 고열, 전신을 감싸는 격렬한 통증, 오한, 오심, 구역, 독감이 아니다. 항생제와 해열제를 투여해도 효과가 없고 점점 악화된다. 감기 몸살로 생각했던 질환은 황달이 발생하면서 정체를 드러낸다. 급성 A형 간염의 임상 과정이다.

과거 위생이 좋지 않았을 때 유년기에 감기 앓듯이 가볍게 앓고 지나가던 급성 A형 간염은 최근 위생이 좋아지면서 면역력이 없는 성인을 중심으로 환자가 증가하면서 2009년 1만5000명이 넘는 대유행이 있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치사율이 높아지는 특징을 가지는 급성 A형 간염은 2009년 대유행시 정보가 부족해 감기로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속출해 예방백신이 전량 소진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의사협회에서는 긴급하게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백신을 조기에 도입할 수 있도록 추진했고, 의료인에게 A형 간염을 주의할 것을 촉구해 큰 사회적 파장 없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2009년 이후 예방 접종과 국민의 노력으로 점차 환자가 감소했으나 2016년 이후 연간 환자 수가 4000명 이상 발생하는 등 다시 유행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용인시의 경우에도 2015년에 비해 2017년 감염자가 3배가량 증가하는 등 급증하는 양상이다. A형 간염바이러스는 주로 어패류에 기생하고 있으며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의 간으로 이동해서 증식한다. 고열에도 비교적 잘 견디기 때문에 충분히 익혀 먹지 않을 경우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다. 특히 찐 조개의 경우에는 조리 방식에 따라 조개 안의 온도가 충분하게 올라가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초기 증상이 독감과 유사하기 때문에 겨울철 인플루엔자 유행시 감별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급성 A형 간염의 경우 항생제 등의 대증 치료가 질병을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열과 몸살 증상이 지속되고 독감 검사에서 음성일 경우 혈액검사를 통해서 간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한다. 

급성 A형 간염은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아 보존적 치료만 가능하다. A형 간염 바이러스 존재 자체가 밝혀진 것은 1960년대이다. 과거에는 서구에서도 황달증으로 알려졌고 동양도 비슷해 한방 기록에는 황달, 적취, 창만 등의 증상으로 표현되나 여러 간질환 등이 혼재해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 한방에서는 증상 완화에 치중하며 1~2주 후면 점차 회복되는 경우가 급성 A형 간염에서 효과를 검증하기 쉽지 않다. 과거에는 유아기 감염이 흔해 최근 성인 감염과 같은 중증 사례는 아주 드물었다. 

A형 간염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응은 예방 접종이다.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인 바이러스를 미리 차단하는 방법이다. 1996년 개발된 A형 간염 백신은 현재 한국에 도입돼 활발하게 접종이 실시되고 있다. 2015년부터 영유아 필수 접종에 포함되면서 어린이 백신은 해결됐으나 예방접종을 하지 못한 채 성인이 된 10~50세의 성인들, 특히 30~50대 경우 관심이 감소하면서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 

본원에서 실시한 2018년 용인시민들의 A형 간염 항체 검사 결과, 50대 항체 형성율은 85.7%로 과거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고, 40대는 60.5%에 불과하다. 두 명 중 한 명은 항체가 없다. 건강검진 등 혈액검사시 A형 간염 항체 유무를 확인하고 항체가 없을 경우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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