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동 우주소년 책방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은 불과 문 닫기 한 달 전 주민들에게 전해졌다. 사실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것은 이제 익숙한 변화 중 하나다. 책마저도 스마트폰 터치 한번으로 주문할 수 있는 시대에 서점은 더 이상 안정된 운영을 보장받기 힘들다.   
그러나 동천동 주민들은 ‘있을 땐 몰랐지만 없어지면 너무 서운할 것 같은’ 마을의 한 공간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마을 고유의 장소를 지키고 싶은 마음은 하나였다. 

임대 보증금과 운영자금 1500만원은 2주 만에 모였다. ‘머내책방 우주소년’이라는 새 이름으로의 시작이었다. 김경애 씨와 한덕희 씨가 책방의 새 매니저 임무를 맡았다. 동천동과 고기동을 뜻하는 머내지역 역사지리 연구모임 ‘머내여지도’에서 함께 활동했던 것이 연이 됐다. 서점에 배치된 책 200여권 역시 마을 주민들이 심사하고 추천한 책으로 구성했다. 베스트셀러는 큰 서점에서 보면 되지만 이웃이 고른 책은 우주소년에서만 만날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책방을 마을주민이 지킬 수 있다고 용기를 낸 것은 동천동 마을의 특성이 큰 역할을 했을 거예요. 그간 다양한 활동을 해 온 만큼 책방을 우리 손으로 지키자는 제안에 모두들 선뜻 나서주셨죠.” 
인터넷으로 쉽게 책을 주문하고 다음날 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사람이 사람에게 전해주는 책은 분명 온기가 담긴다. 머내책방 우주소년이 책의 기운이 아닌 사람의 기운을 전하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이유다. 
“사람과 책이 직접 만나는 공간은 스토리를 만들어줘요. 그런 스토리를 만들어주는 책방이길 바라요.”

매니저 김경애 씨와 한덕희 씨는 그 첫 운영으로 동네에 살고 있는 선생님 혹은 각 분야 전문가 12명을 선정해 그들의 서재를 공개하기로 했다. 지역의 존경받는 어른들이 추천하는 책을 온 마을이 함께 읽어보자는 취지다. 
서재 공개는 매달 강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보통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진행하는 강의가 책의 저자를 초청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면 우주소년은 역으로 독자(마을주민)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를 듣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그 첫 번째 주자로 현재 국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이며 동천동에서 ‘선태쌤의 독서교실’을 운영, KBS김용민브리핑 ‘오늘을 읽는 책’ 코너에 출연 중인 정선태 씨가 나섰다. 15일 오픈식에 맞춰 진행된 ‘정선태의 서재’에는 12권의 책이 추천됐다. 그중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벌써부터 하루 한 권씩은 꼭 판매될 만큼 동천동 화제의 책이 됐다. 이어 다음달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로 유명한 시사평론가 정관용 국민대 교수가 서재를 공개할 예정이다.  

“우주소년이 마을의 주민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죠. 하지만 마을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동천동 소중한 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저희 뿐만 아니라 온 마을이 만들어나갈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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