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원수 가지치기가 한창이다. 아파트 단지 내 시야를 가리거나 너무 커버린 키 큰 나무들이 정리 대상이다. 그 와중에 단풍나무의 잘린 가지에서는 수액이 흘러 고드름이 열렸다. 아직 겨울준비를 다 마치지 못했나보다. 또 그 중엔 잘린 전나무 가지를 주워다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드는 부지런하고 센스 있는 주부들이 있다. 잘린 나무들도 시기를 잘 만나니 재사용이 되어 좋다. 겨울이 와도 변함없이 푸르른 상록수들이 또 빛을 발한다.

뒷산에 소나무 잎에 눈이 쌓인다. 한눈에 봐도 멋진 소나무는 아니다. 키는 크지만 가지가 넓게 뻗지 않는 리기다소나무이다. 줄기 중간에도 털처럼 잎들이 숭숭 나는 것이 이 나무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적송’이라고 부르는 우리나라 소나무보다 주변에서 더 흔히 볼 수 있으니, 지금은 우리나라 제2의 소나무라고 해도 맞는 말이다. 옛날 우리나라의 거친 땅을 덮어서 푸르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리기다소나무이다. 먼 나라 미국에서 들어온 낯선 소나무가 이곳에서 자리를 잡고 잘 자라 주었다. 

많은 침엽수들이 가지 끝에서 생장을 한다. 아래의 가지는 키가 클수록 스스로 탈락한다. 그래서 나무의 전체적인 모양은 원추형이거나 높은 가지만 살아 있는 판상모양이다. 하지만 리기다소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침엽수의 모양을 하지 않는다. 처음 리기다소나무를 심었을 때, 그 목적은 숲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빽빽하게 심었다. 그 후 인적이 드문 깊은 숲이나 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은 곳은 아직도 적절한 밀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키는 크지만 가지가 넓어지지 못했다. 가지의 마디마다 새로운 잎이 나기 때문에 어찌 보면 나무젓가락에 핫도그를 끼운 모양이 되었다. 모든 생명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모습이 있다. 그리고 환경에 따라 변하는 모습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리기다소나무는 심어진 환경에 맞게 자라고 있으니, 태어날 때 정해진 모습과 많이 다르다. 
 

이제 많은 시간이 흘러 관리를 받은 숲의 리기다소나무는 풍성한 가지와 굵은 가지를 자랑하기도 한다. 전북 무주군 설천면에는 일제강점기에 시험적으로 심어 놓은 리기다소나무 숲이 있다. 1933년에 만들어진 숲은 벌써 80년이 지난 셈이니 보기 드물게 좋은 리기다소나무 숲이다. 그곳에 가면 리기다소나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리기다소나무는 우리나라 나무가 아니다’, ‘우리나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리기다소나무 조림지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다. 우리가 필요할 때 가져다 썼지만 계속적인 관리가 부족해서 좋은 숲으로 발전할 수 없었던 것을, 이제 와 그 나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빽빽한 숲에 나무를 중간중간 베어주고 함께 자랄 가능성 있는 식물들, 또는 주위 나무들이 자연적으로 들어와 자랄 수 있게 도와주면 어떨까? 미국에도, 어디에도 없는 우리만의 새로운 숲이 만들어질 것이다.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목재생산을 위해 나무를 키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고, 삶의 질을 놓이는 방향으로 그 존재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사람들의 의식도 자연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북한의 산림녹화작업에 밤나무, 낙엽송과 함께 리기다소나무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은 빨리 잘 자라는 나무, 이왕이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나무,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북한의 넓은 땅을 풍부한 자연 생태계로 만들어줄 우리나라 환경에 맞는 나무라면 어떤 것이라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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