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주꾸미 전문점 ‘쭈봉’은 중심 번화가에서 조금 비켜간 곳에 위치해 있다. 일명 B급 상권에 자리를 잡은 데는 나름 사연이 있었다.

쭈봉을 열기 전 5년 동안 프랜차이즈 호프집을 운영했던 고길순 대표는 건물주 통보로 급하게 사업을 정리해야 했다.

“나만의 노하우로 가게를 열고 싶다는 생각은 가게를 내놓은 상태였어요.

권리금까지 받고 계약하기 이틀 전에 건물주에게 직접 공간을 사용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죠. 보증금만 남았으니 처음부터 새로 시작한 셈이었어요.”

◇진심, 손님을 잡다= 넉넉한 시작은 아니었다. 외진 곳에 가게를 구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주꾸미를 메뉴로 잡았다. 예상대로 손님을 모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직접 전단지를 들고 3~4시간 동안 가게를 홍보했지만 단 한 명의 손님도 오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2015년 4월 19일 개업 후 간신히 하루하루 운영하던 차에 이번엔 6월, 메르스가 전국을 덮쳤다. 안 그래도 없던 손님은 뚝 끊겼다. 힘들게 시작한 가게가 빛 볼 날 없이 그렇게 1년이 갔단다.

“가게를 내놓을 생각도 했어요. 근데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더라고요. 가게 소품 하나, 재료 하나, 반찬 하나 제 손길이 들어가지 않은 게 없었어요. 일단 버텨보자 했습니다.”

그런 고 대표의 마음이 전달된 것일까. 일단 쭈봉의 맛을 본 손님들은 하나 둘 단골이 되기 시작했다. 직접 홀 서빙을 하는 고 대표와 반갑게 인사하는 손님이 늘었다. 호프집을 운영할 때는 경험하지 못한 일이었다.

고 대표는 어느 날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들이 모두 깨끗이 비워진 모습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손님이 제 음식을 하나도 남김없이 맛있게 드셨다는 생각에 너무 감동했어요. ‘정말 잘 먹었다’ 한 마디가 장사가 잘 되지 않았던 초반 버틸수 있었던 힘이었죠.”

◇좋은 재료, 맛집의 진리= 순창에서 직접 공수하는 고추장과 용인 농장에서 생산하는 표고버섯은 깊고 풍부한 쭈봉만의 맛의 비결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주꾸미는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인천에서 바로 받아 신선함을 유지한다.

“잡아 올린 주꾸미를 바로 냉동한 후 받아요. 양념하는데 3시간 걸리고 이후 12시간 숙성을 하죠. 그래야 불에 올려도 살이 통통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요.”

좋은 재료는 고 대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실제 쭈봉에서 쓰이는 고추장은 마트에서 파는 것보다 3배 이상 비싸다. 조금 더 싼 재료를 쓰면 당장은 이익이 있을지라도 손님은 그 맛의 차이를 대번에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해주는 홍보, SNS= 쭈봉이 입소문을 제대로 탄 것은 SNS(소셜네트워크)의 힘이 제일 컸다. 음식을 맛있게 먹은 손님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SNS에 가게를 홍보했고 ‘맛있다’는 소문에 손님들은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요포털 사이트에 ‘용인 맛집’을 치면 쭈봉이 검색됐다. 고길순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처음엔 SNS에 올려주시는 손님들에게 뭔가 해드리고 싶어서 이벤트를 시작 했어요. SNS에 쭈봉을 올리면 메뉴 하나를 서비스로 주는 식이었죠. 그런데 이후 검색으로 직접 찾아오시는 손님이 늘어났어요. SNS의 힘이 이렇게 큰가 싶었어요.”

고 대표는 지금도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을 운영하며 손님의 반응에 일일이 댓글을 단다고 했다. 소통은 고 대표와 손님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번화가에 위치하지 않아도 손님이 꾸준히 가게를 찾게 하는 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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