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울 풍경

따뜻한 멕시코 난류와 북극의 차가운 바닷물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런던을 감싼다. 안개의 도시 영국의 수도 런던에 1952년 12월 4일 한파가 갑자기 찾아 왔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가정과 기업에서 석탄 난로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집안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공장과 집 굴뚝에서 나온 어두운 연기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와 합쳐져서 황갈색의 그늘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지표면 온도가 상층부보다 낮은 기온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연은 그대로 대기 중에 머무르면서 움직이지 않았다. 연기가 점점 진해질수록 안개는 어두워졌고 급기야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자동차 사고가 연이어 발생했고 도로는 마비됐다. 축구경기도 취소됐다. 사람들은 일상적인 안개에 무심했다. 수상이었던 처칠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가 자신의 비서가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사태가 심각한 것을 인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호흡기 질환자가 급증했다. 그러나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생각했고 거리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늘어갔다.

상태는 점점 심각해져서 스모그는 가정 실내까지 침투하기 시작했다. 극장에서는 영화를 보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기침과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면서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사망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5일 후 불어온 바람이 스모그를 밀어낼 때에는 이미 40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뒤였다. 런던 스모그로 기록된 이 사건은 대기오염이 얼마나 치명적인가를 알려준 사건이었다. 처음에는 사망률 증가가 인플루엔자 유행으로 추정했지만, 독감보다는 대기 오염의 영향이 더 컸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영국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만드는 법안이 제정됐다. 점차 스모그가 옅어지게 됐다.

1952년 런던 모습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오염은 세계 각국의 공통적인 문제가 됐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에 이어 우리나라도 최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중국의 산업화 여파로 막대한 양의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국내로 유입되고 있어 서해안 일대는 치명적인 상황이 우려된다.

황사와 같은 큰 덩어리의 먼지들은 육안으로 관찰이 가능한 반면 초미세먼지는 육안으로 잘 관찰되지도 않으면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다. 물론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국내에서 발생하지만 국외 영향, 즉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도 절반 가까이 된다. 발생한 미세먼지가 바람이 불지 않고 공기층이 정체되면서 점점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 문제는 국내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정부도 중국 당국과 협조해 서해를 넘어오는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우리도 미세먼지 측정소를 늘려서 감시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용인시는 미세먼지 측정소가 부족한 상황이며 지역적 연구도 미진하다.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서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며 시 예산에서도 적극적인 반영이 필요할 것이다. 런던의 비극이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 미세먼지 해결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에 정부만 믿기에는 상황이 다급하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은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 등을 활용하며 외출 후 반드시 손 씻기와 같은 위생활동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겨울철 독감 유행과 함께 미세먼지가 증가할 경우 심각한 상황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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